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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여가 1

열화여가 1

: 붉은 옷을 입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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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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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0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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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56g | 142*205*24mm
ISBN13 9788950976262
ISBN10 8950976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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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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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이승에는 열화(烈火), 저승에는 암하(暗河)’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무림세계에서 열화산장이 양지의 일인자라면 암하 조직은 관청에 반기를 든 도적떼의 우두머리로, 두 세력의 암투는 이미 한두 해의 일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전투가 78번 일어나 양쪽에서 사망자 726명, 부상자 1,918명, 실종자 145명이 생겼다. 그러나 19년 전 암하 조직은 돌연 강호에서 족적을 감췄다. 마치 증발하듯 세상에서 사라진 뒤로 그 소식을 들은 이가 없었다. 적수가 사라지고 몇 년이 지나자 열화산장의 독보적인 천하제일 시대가 열렸다. --- p.39

“네가 그날 일에 대한 생각이 지나친 것 같구나. 그건 단지 운이 따랐을 뿐이야.”
“운이오?”
여가는 갑자기 슬퍼졌다.
“하지만 운은 예측할 수 없잖아요.”
“사람마다 제각각 타고나는 운이 있단다.”
여가가 고개를 돌려 유금홍을 노려보며 따졌다.
“그럼 노력이 도움이 되긴 하나요?”
유금홍은 칠현금을 만지느라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
여가는 웃음이 났다.
“좀 더 분명하게 말씀해주세요.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니요. 그럼 언제 도움이 되고 언제 안 되는지 아는 사람이 있나요?”
여가는 이내 다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죠. 그래야 성공을 못 해도 후회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 p.54~55

“당신과 함께 있게 해주시오. 내가 도울 수 있소.”
설은 웃고 있었다.
“무슨…….”
“품화루엔 뭐 때문에 온 거요?”
설이 여가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넌지시 물었다.
“풍세세는 그대를 가르칠 수 없소. 세상에서 그대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소.”
여가의 몸이 굳었다. 설은 여가의 오른뺨에 입을 쪽 맞춘 다음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면.”
여가는 싱그러우면서도 간질간질한 설의 흔적을 박박 문지르며 따지려들었다.
“나는…….”
설은 여가의 말은 못 들은 척 회상에 젖어들었다.
“한 소년이 있었지. 그대가 사랑한 소년. 그의 아름다운 몸과 과묵한 성격, 검푸른 곱슬머리, 검고 짙은 눈동자에 비치던 푸른빛,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에 박혀 있던 푸른 보석…….”
“당신……!”
“짙푸른 잎이 끝없이 펼쳐진 연못가에서 소년은 새빨간 연꽃 열네 송이를 품에 안고 수줍은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하는 소녀에게 고백했지.”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죠?”
여가는 온몸의 피가 정수리로 솟구쳤다. 설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난 그대를 도와줄 수 있소. 떠나가는 마음을 붙잡는 방법을 알거든.” --- p.78~79

전풍은 여가의 허리가 부러질 것처럼 팔에 힘을 주고, 그녀의 숨이 막힐 정도로 깊이 입을 맞췄다.
여가의 눈앞에선 세상이 빙빙 돌며 마치 무수한 별빛이 휘날리는 듯했다. 전풍의 뜨거운 포옹과 입맞춤을 받으며 여가는 살아있다는 느낌, 그 불가사의한 생명력을 느꼈다.
마침내 전풍이 여가를 놓아주었다. 전풍의 눈 속에서 푸른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품화루에서 딱히 배워온 건 없나 봐?”
냉소하며 비아냥거리는 말에 여가가 멈칫했다.
“너 같은 여자는 밋밋해서 재미가 없어.”
그는 잔인하게 비웃었다. 그 차가운 입술이 비수가 되어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여가의 마음에 우수수 꽂혔다.
찰싹!
여가가 전풍의 오른뺨을 때렸다. 여가는 얼얼한 손을 들고 악을 쓰며 따졌다.
“전풍, 너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날 모욕하니까 재밌니? 방금 입 맞춘 네 마음을 내가 못 느낄 줄 알아? 나 더는 바보 아니야. 사람 가지고 장난치지 마! 나 좋아하는 거 알아. 지금까지 네 마음속에 들어간 사람은 나밖에 없잖아!”
전풍은 마치 언제 뺨을 맞았냐는 듯 담담히 서 있었다.
여가는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풍, 부탁이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2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딴 사람이 됐는지 말해주면 안 돼? 지금 넌 차갑고, 무정하고, 잔인해. 대체 뭐가 널 이렇게 변하게 한 거야? 그 여자 때문이란 말은 하지 마! 나 안 믿어!”
전풍은 마치 얼음 조각 같았다. 여가는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기억 안 나? 그해 3일 밤낮으로 잠도 안 자고 온 연못에 연꽃 씨앗 심은 거, 분홍빛 연꽃 열네 송이를 품에 안고 나한테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거, 영원히 날 지켜주겠다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거, 다 잊은 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다 거짓말이었어?” --- p.97~98

접의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풍 도련님, 옥의가 스스로 몸을 던진 거예요. 아가씨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입니다!”
찰싹!
순간 접의의 얼굴에 불그스름한 손자국이 부어오르고 입술에서 피가 흐르더니 퍽 하고 쓰러졌다. 그러나 전풍의 손이 움직이는 걸 본 이는 없었다. 훈의가 쪼그리고 앉아 접의의 머리를 자신의 다리에 올리고 입가로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다.
여가는 전풍의 서늘한 눈빛을 보며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우리 언니를 때려?”
여가의 왼손 주먹이 바람소리를 내며 전풍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했다. 무슨 권법이라기보다는 치솟은 분노를 마구 퍼부은 것이다. 전풍은 푸른 옷이 물에 흠뻑 젖어 달라붙은 몸으로 여가의 주먹질을 그저 받아내고 있었다.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먹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다 끼익, 멈췄다!
여가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주먹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전풍의 깊고 푸른 눈을 똑똑히 보며 항변했다.
“내가 밀친 거 아니야.”
전풍은 조소하며 반문했다.
“네가 아니라면 누구지?”
여가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가 내 급소를 찌르는 바람에…….”
전풍은 여가의 말을 농담으로 여겼다.
“사부님께 직계로 열화권(烈火拳)을 전수받은 열화산장 큰 아가씨께서 그렇게 쉽게 급소를 내줬다고?”
여가는 분노가 치밀었다. 설사 어찌된 일인지 알게 되어 다시 해명해도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다. 여가는 애써 화를 억누르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전풍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설사 내가 옥의를 밀쳤다 해도 내 시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런데 접의를 저렇게 만들어놓다니!”
전풍은 몸을 숙여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옥의를 안고 차가운 목소리로 여가에게 말했다.
“너도 내 사람을 다치게 했잖아. 이래야 공평하지.”
이렇게 말하고 전풍은 홀연히 자리를 떴다. --- p.111~112

옥의가 뒤를 돌아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가씨.”
여가도 미소를 보이며 옥의 옆에 앉았다. 더러워진 옷들이 가득 담긴 빨래통이 둘의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석양에 물든 개울물이 졸졸 흘렀다. 여가가 반짝이는 잔물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뗐다.
“내 보법은 아빠한테 전수받은 거야. 아직 정수를 얻지는 못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내 발소리를 절대 듣지 못해. 옥의도 무공을 다루는 줄은 몰랐네.”
빨래를 헹구던 옥의의 두 손이 굳었다. 이윽고 옥의는 여가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제가 무공은 무슨요. 풍 도련님께서 제 몸이 약한 걸 보시고 간단한 무술 몇 가지를 알려주신 것뿐예요.”
여가는 깜짝 놀라 말했다.
“와! 간단한 무술로 기를 검 삼아 내 혈을 제압하다니, 사람들 동정심을 유발하는 연극에 나를 끌어들인 거잖아. 옥의에게는 하늘이 특별한 재주를 내려주신 게 틀림없어. 정말 기쁘고 축하할 일이야! 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도 그 시답잖은 무술이 짜낸 거지?”
옥의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여가는 그런 옥의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마침내, 옥의가 빙그레 웃으며 비아냥거렸다.
“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리하군. 그런데 어쩌지? 넌 이미 졌어.”
여가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옥의의 목소리는 잔물결만큼이나 나지막했다.
“제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귀한 아가씨, 저는 한낱 초개같은 목숨을 가진 시녀이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도 실패한 여인에 불과하죠. 사랑하는 남자 하나 빼앗지 못했으니. 어떤 수법을 썼든, 원하는 걸 쟁취했으니 제가 승리자네요.”
옥의는 이어서 말했다.
“설사 아가씨가 그날 날 밀어서 물에 빠뜨리지 않았다고 사람들한테 말한다 해도 열화산장에서 옥자한 외에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또 있을까요? 풍 도련님은 이미 아가씨가 안중에 없어진 지 오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예요. 아가씬 참 불쌍하게 됐네요.”
개울물에 옥의의 차가운 미소가 비쳤다. 여가는 숲 속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등지고 앉아 잠자코 옥의를 응시했다.
“열여가, 너 내가 밉지?”
누가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라도 하듯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잘 들어. 나도 네가 싫어. 넌 뭔데 귀한 집 딸내미로 태어나서 사랑만 받고 살아? 열명경의 딸이 아니었다면 넌 내 발끝도 못 따라와. 그런데 왜 좋은 건 항상 네가 다 가져야 해? 외모로 보나 지혜로 보나 넌 나한테 안 돼.”
여가가 숨을 들이쉬고는 웃었다. 온갖 꽃이 일제히 피어나는 듯한 웃음소리였다.
“고마워, 옥의야.”
여가는 옥의를 보고 웃으며 장담했다.
“네 덕분에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어.”
옥의는 예상을 빗나간 여가의 반응에 얼떨떨해졌다.
“지금까지 네가 착하고 가여운 시녀인 줄 알았어. 어쩌면 그래서 전풍이 널 정말 좋아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런데,” 여가는 또 한 번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전풍이 이렇게 바보 멍청이인 줄은 미처 몰랐네. 너 같은 년한테 빠지다니. 걱정 마. 그런 바보 멍청이를 내가 좋아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이제 너랑 싸울 일도 없을 거야.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마워해야지.”
여가의 상처받은 표정을 보지 못한 옥의는 마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기분이었다.
석양이 번진 황금빛 개울에 잔물결이 일렁였다. 여가가 개울물에 손가락을 담그며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 사람 마음을 얻는 비법을 배우려고 품화루에 한 달 동안 있었어. 거기 기녀들은 남자 마음을 헤아리려고 갖은 수를 다 써. 비위를 맞추고 남자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치장하는 거지. 난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설사 그 수가 통한다 해도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꾸며낸 모습일까 생각했어. 그런데 말이야. 기녀들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실체가 어떤 거든 아무 상관도 없었던 거야. 왜냐하면 그녀들에게 필요한 건 돈이니까. 옥의 넌 어때?”
더러운 옷을 쥔 옥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가는 지그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난 행운아야. 태어나면서부터 풍족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아왔어. 널 만난 게 내 인생에서 겪은 가장 큰 충격이야. 그렇지만 난 네가 밉지 않아. 너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랬을 테니까. 비록 무례한 방법을 쓰긴 했지만. 누군가를 탓하려면 전풍을 욕해야겠지. 널 가지고 나에게 모욕을 줬으니까.”
여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옥의는 분을 못 이겨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가는 옥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난 ‘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너보다 행복한 사람이야. 만약 누군가 날 좋아한다면 내 진짜 모습을 좋아하는 거야. 너도 행운이 있길 바라. 바보 같은 전풍을 영원히 속일 수 있기를.”
옥의가 일어나 부들거리며 소리쳤다.
“거짓말하지 마! 넌 지금 날 질투하고 있어!”
여가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네가 틀렸어. 정말 널 미워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선물을 하나 줄게.”
옥의는 여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찰싹!
옥의의 오른뺨에 따귀가 내리꽂히고, 금세 붉은 손자국이 부어올랐다. 여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게 얼마나 좋은 선물인지 잘 보도록 해! 넌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동정 받는 가엾은 여자가 된 거야. 이제 전풍의 품에 안겨서 울면 돼. 네가 나한테 맞는 걸 여러 사람이 봤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 해. 쯧쯧, 불쌍하기도 하지.” --- p.119~123

“안 됩니다!”
전풍은 같은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모두 똑똑히 들었다. 사람들의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열명경의 하얀 수염에 노기가 서리고 얼굴에 난 칼자국이 험악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그가 노한 눈초리로 말했다.
“뒷일이 어떠할지는 알겠지?”
전풍은 코웃음 쳤다. 예랑이 회색 섞인 검푸른 눈을 부릅떴다. 개를 쫓을 때와 같은 기세로 전풍을 쏘아보며 말했다.
“장주의 명령을 거역한 자는 무공을 폐하고 열화산장에서 쫓아낸다.”
악몽 같은 정적이 흐른다. 좌중에 선 전풍의 모습은 마치 홀로 세상을 떠난 고독의 화신과도 같았다. 적절히 아름다운 몸, 바람결에 흩날리는 검푸른 곱슬머리, 칠흑 같은 밤이 박힌 듯 까만 눈동자……. 그에게서 빛나는 곳은 오른쪽 귀에 박힌 보석이 유일했다.
여가는 멀찌감치 떨어진 한쪽 구석에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알던 전풍이 아니었다. 그녀의 기억 속의 전풍은 초록이 끝없이 펼쳐진 연못가에서 활짝 벌어진 연꽃 열네 송이를 품에 안고 사랑하는 소녀에게 “널 영원히 지켜줄게”라고 수줍게 고백하던 소년이었다.
열명경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저 혼자 오만하게 서 있는 전풍을 보고 소리쳤다.
“이유는!”
열명경이 포효하자 푸른 옷과 모든 문과 창문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대청 안으로 밤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바람 소리에 전풍이 살그머니 먼 곳을 바라보는 눈으로 여가를 바라보았다.
여가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까만 머리카락 한 가닥이 귓가에서 나풀댔지만, 여가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여가는 전풍을 응시한 채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는 들으려 했다.
여가는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하며 입속으로 되뇌었다. 안 돼. 약해지면 안 돼. 절대 내게 상처 준 놈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돼. 죽어도 눈물을 보이진 않을 거야!
“왜냐하면 내가 그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 한마디가 전풍의 말을 가로막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이 목소리는 여가의 것이었다. 마침내 불편하고 어색하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나 전풍을 좋아하지 않아요!”
여가는 당당히 어깨를 펴고 웃는 얼굴로 열명경에게 설명했다.
“아빠, 미안해요. 예전엔 사형을 좋아했었는데, 이젠 아녜요.”
여가는 아버지의 눈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풍 사형도 내가 자길 안 좋아하는 거 알아요.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풍 사형에겐 미안하지만, 싫은 걸 어째요. 그러니까 저 풍 사형이랑 결혼 안 할래요.”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졌다. 이제 보니 열명경의 명령을 거역한 이는 다름 아닌 그의 딸인 것이다.
열명경이 여가를 유심히 살폈다. 여가는 싱긋 웃으며 단언했다.
“아빠, 저 풍 사형이랑 결혼 못 해요. 제 마음이 변했어요…….”
“여가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나긋한 목소리가 바람소리처럼 들려오자 사람들이 목소리가 난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빛이 아른거렸다. 이보다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그 빛이 새벽안개처럼 설의 손과 발을 부드럽게 감쌌다. 설이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여가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우아한 자태로 여가의 체취를 한껏 들이마신 다음 열명경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여가가 저를 두고 전풍을 좋아할 수가 있겠습니까?” --- p.141~145

“누가 준 거라고?” 여가는 앵무새처럼 설의 말을 반복했다.
설은 씩 웃었다. 그러고는 장마당 동쪽 어귀에서 전병을 파는 과부 황(黃) 씨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더니 황 씨 부인이 가슴이 설레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 그만 손님에게 싸주려던 전병을 땅에 떨어뜨리고 만 것이라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여가는 황 씨 부인과 설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전병 두 개를 얻으려고 당신이 추파를 던졌다는 말이지?”
“응, 그러면 안 돼?”
킥킥, 여가는 그제야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그건 조금 너무하잖아……. 전병 얻으려고 그렇게까지 하다니…….”
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피식 웃으며 남은 전병도 마저 그녀에게 건넸다.
“그럼 나한테 벌주는 셈치고 이것도 당신이 다 먹어.”
여가는 안 그래도 하나 더 먹고 싶었으나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아 무슨 핑계가 필요하던 차에, 기분이 조금 찝찝하긴 해도 일단 엉거주춤 전병 하나를 더 받아 들었다.
“당신은 안 먹어?”
전병 하나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 터였다.
“정(鄭) 씨 아주머니한테 가서 훈툰도 몇 개 얻어올게.”
설은 우아한 말투로 이렇게 말한 뒤 저쪽으로 걸어갔다. 훈툰? 여가는 전병을 씹으며 내심 후회했다. 설이 그 맛있는 훈툰을 나눠주지 않을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도 먹을 걸 얻기 위해 누군가의 마음을 유혹하는 건 조금 비열한 듯싶기도 했다……. 아니지.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일단 살고 봐야지. 게다가 저들도 본인이 주고 싶어서 주는 거니 억지로 빼앗는 건 아니잖아.
어쨌든 여가와 설은 그렇게 배를 든든히 채웠다. 그러고서 처마 밑 양달에 앉아 있으니 졸음이 쏟아졌다. 여가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고민을 해야 했다.
“이제 뭐 해 먹고살지?”
“그냥 이렇게 살면 되지.”
설은 태평스러운 대답을 내놓고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퍽!
여가가 설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좀 진지해질 수 없어? 우리 생계가 걸린 문제잖아!”
설은 연신 하품을 하며 대꾸했다.
“어떻게 되든 당신 나 버리면 안 돼. 당신이 어디서 뭘 하든, 난 옆에 꼭 붙어 있을 거야.”
설이 바라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p.174~176

설이 여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당신이 만든 전병이 맛이 없는 게 아냐…….”
사소풍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가 누나 전병 정말 맛있었어요!”
여가는 그들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설이 품에서 도장처럼 생긴 물건 하나를 꺼내더니 비밀스럽게 말했다.
“……손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뭔가가 빠져 있긴 해. 특색 없는 전병은 기억에 잘 안 남거든. 마치 공기처럼 말이야. 무릇 세상일이란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를 얻는 법이지!”
사소풍은 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가도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뭐라는 거야?”
설은 대뜸 전병 하나를 집어 들고선 도장처럼 생긴 것을 입으로 호 불어 전병의 한 면에다 살짝 찍었다. 그러자 황금색 전병 위에 붉고 뿌연 안개 속의 미인이 생겼다. 달처럼 곱고, 설처럼 단아한 미인이다. 황금색 바탕과 어우러지는 간결하고도 우아한 선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가는 깜짝 놀란 눈으로 설을 쳐다보았다.
“전병이 이럴 수도 있는 거야?” --- p.187~189

“……단지,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은 그런 게 아니야. 아마 영원히 그럴 거야.”
설은 황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날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거지?”
피식 웃는 소리에서 비참함이 묻어났다.
여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은 그 저주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악몽이 목구멍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뭘까? 속에서 피비린내가 훅 올라왔다.
여가는 자신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만약 그동안 설의 말을 그저 장난으로 치부하지 않았다면, 만약 애초에 그를 단호히 거절했다면, 이렇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나 어쨌든 같은 잘못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여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그래, 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여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야에 하얗게 질린 설의 얼굴이 들어왔다. 순간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이윽고 정적이 흘렀다.
초가을 밤. 달도 바람도 없었다. 창백한 미소는 마치 캄캄한 밤 피어난 흰 재스민 같았다. 설의 눈 속에 눈꽃이 스쳤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날 사랑해보면 안 될까?”
여가는 눈을 감았다. 설은 일어나 여가를 품에 안고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은 날 사랑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설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여가가 말했다.
“나 내일 평안진을 떠날 거야. 그러니까 이제 따라오지 마.” --- p.263~265

아이는 살구나무 아래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두 아이를 보고 있었다. 남빛 무명옷, 살짝 구불거리는 머리카락,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박힌 오른쪽 귀. 여섯 살인 소풍(小?, 전풍의 어릴 적 이름)은 미끄러지듯 나무를 타고 내려와 작고 푸른 살구를 한 움큼 쥐었다. 투명한 피부에 붉은빛이 감도는 세 살배기 소여(小如, 여가의 어릴 적 이름)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눈이 아리도록 귀여운 미소였다.
소풍이 조그만 살구들을 소여의 앞에 내밀자 어린 여가는 그중 하나를 집어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얼마나 시었는지 입술과 눈이 잔뜩 찌푸려졌다. 소여가 붉게 물든 혓바닥을 내밀자 소풍은 웃었다. 깊고 푸른 눈이 마치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한 하늘을 닮아 있었다.
륜의에 앉은 아홉 살 아이는 백옥 반지를 가만히 매만지며 눈을 감았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바마마 생각이 났다. 열화산장에서 아이의 신분은 비밀에 부쳐졌지만, 모두가 예의와 격식을 갖추어 대했다. 사부도 역시 아이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데 각별히 심혈을 기울였으며 최대한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하지만 아이는 사부에게 꾸지람을 듣곤 하는 소풍과 경뢰가 부러웠다.
아이는 귀머거리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아이가 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는 오직 자신의 숨소리뿐이었다.
누군가 아이를 잡아끌었다. 작고 부드러운 손 하나가 소맷귀를 잡아끌고 있었다. 아이가 눈을 떴다. 조금 전에 멀리로 달아났던 어린 여가였다. 떨기떨기 핀 꽃이 비단을 펼쳐놓은 듯 화려한 해당화 나무 아래, 새하얀 뺨에 붉은빛 옷이 비쳐 마치 그 미소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여가는 아이의 팔꿈치를 붙들고 깨금발로 서서는 아이의 입술에 새파란 살구를 드밀었다.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여가는 살구를 자기 입에다 쏙 넣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했다. 곧 아이를 쳐다보던 여가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탄식하며 여가의 머리를 톡 두드린 뒤 그녀가 손에 든 살구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셔!
륜의를 박차고 뛰어오를 정도로 신맛이 느껴졌다. 여가가 웃었다. 그러고는 입을 크게 벌려 어떤 모양을 지어 보였다. 아이는 여가가 무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여가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입가로 가져간 뒤 방금 지었던 입모양을 반복했다. 입 주변 살결의 떨림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가는 살구 하나를 집어 자기 입에 넣고는 신맛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고 나서 조금 전의 입모양을 다시 한 번 지어 보였다. 아이는 여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날 여가는 살구 열여섯 알을 먹었다.
셔.
이건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들은’ 말이다. --- p.273~275

옥자한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잠이 안 와.”
“응?”
기지개를 켜던 여가의 팔이 공중에 그대로 멈췄다. 엥, 사형의 이런 말투는 처음이었다.
“왜? 요새 잠이 쏟아진다고 하지 않았어?”
옥자한은 입가에 쓴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잠들면 내가 죽어 있는 것 같아.”
여가는 문득 마음이 녹아내려 옥자한의 손을 지그시 잡고 속삭이듯 말했다.
“드디어 사형 입으로 말했네!”
이 말을 하는 순간 여가는 잊고 있던 눈물이 다시 핑 돌며 눈이 반짝였다. 여가는 웃으며 말했다.
“사형은 아무리 아파도 체면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잖아.”
그러나 여가는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냥 한 말일까 봐 다시 걱정이 되었다.
옥자한이 웃으며 말했다.
“나 놀리지 마.”
여가는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계속 말해줘.” 여가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머뭇거리며 물었다.
“사형, 이런 병증을 보인 지 얼마나 됐어?”
“두 달.”
“응, 사형…….” 여가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잠시 떠오르지 않았다.
“사형은 이게 그냥 병에 걸린 거라고 생각해?”
옥자한은 여가가 이어서 할 말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여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혹시 중독은 아닐까?”
여가는 천하무도성에서 엿들은 도무가와 도무흔의 비밀 담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그들이 어떤 방법을 써서 사형이 먹을 음식에 독을 탔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날 변 대감도 같은 추측을 내놓았어.”
하지만 궁에서 이런 말을 입 밖에 내는 것은 누구인가를 막론하고 금기시되었다. 자칫 말이 새어나갔다가는 정연왕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궁정이 발칵 뒤집힐 것이 뻔했다. 옥자한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 p.296~299

“독이 아니라 저주에 걸렸어. 독은 해독할 수 있지만, 저주는 풀지 못해.”
여가가 말했다.
“이 드넓은 천하에 만물이 상생상극(相生相剋)일진대, 절대 풀지 못하는 게 어디 있다는 겁니까?”
검은 망사를 쓴 여자가 말했다.
“제법이군. 그러나 정연왕에게 내린 한의 저주에는 어떤 약도 소용없어.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 있긴 한데 말이지…….”
말이 끊겼다. 여가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검은 망사를 쓴 여자는 괴이쩍은 냉소를 지었다.
“설의왕.”
세 글자가 여가의 뼈를 스쳤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증오심이 담긴 한마디였다.
여가는 그녀가 더 말하지 않자 그제야 물었다.
“설의왕이 대체 누구예요? 왜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거죠?”
검은 망사를 쓴 여자는 냉소하며 말했다.
“질문이 많군.”
여가는 피식 웃은 뒤 말했다.
“안 그러면 당신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
“네가…….”
“날 찾아와요. 내가 당신 말을 믿기를 바란다면.”
검은 망사를 쓴 여자의 눈에는 극한의 한기가 서려 있었다. 이윽고 여자가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이승에는 열화, 저승에는 암하가 전부인 줄 알지, 그전에 존재한 네 글자 천(天), 상(上), 은(銀), 설(雪)은 모르더군…….”
“천상에는 은설, 이승에는 열화, 저승에는 암하?” 혼자 중얼거리던 여가의 눈이 번뜩였다.
“설마 설의왕이 천상의 은설이라고요?” --- p.323~326

“어려서부터 사형 옆에만 있으면 난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어.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무슨 일만 있으면 가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지.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전풍도 옥자한만큼 날 잘 알지는 못해. 옥 사형처럼 날 아껴주는 사람은 없을 거야. 아빠는 더러 날 혼내기도 하시지만, 사형은 언제나 날 최고로 봐줬어…….”
여가가 속삭이듯 말했다
“자연스럽게 사형을 사랑하게 됐지. 그 사람만 있으면 어떤 일도 두렵지 않아. 그런데 사형이 ‘병’에 걸린 거야. 사형은 나에게 웃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난 사형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있는지 알아.”
눈물이 소리 없이 여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걸 다 주고라도 사형의 병을 고쳐주고 싶어. 그래서 정원에서 푸른 풍경이 찰랑거리는 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창가에 앉아 차 한잔할 수 있다면, 영원토록 사형 무릎에 엎드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수 있다면…….”
눈을 감은 채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흥건히 젖은 속눈썹이 반짝거렸다.
“정말 죽는 거야……?”
옥자한이 없는 세상은 바짝 말라버린 한겨울의 우물처럼 공허할 것만 같았다.
“요 아가씨야!”
설이 엄지와 검지로 여가의 이마에 꿀밤을 날렸다. ‘딱’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자 계수나무 꽃이 깜짝 놀라 새하얀 도포 위로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이 바보야! 생각을 해봐. 내가 여기에 왜 나타났겠어?”
“왜…….”
그새 여가의 이마에는 연지를 찍어놓은 듯 붉은 자국이 생겨 있었다. 설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난 당신이 나한테 부탁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당신의 사형을 살려달라고 나한테 부탁하란 말이야.”
--- p.337~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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