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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랄이야, 너는?

나는 달랄이야, 너는?

오소희 글 / 김효은 그림 | 토토북 | 2012년 01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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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418g | 172*225*20mm
ISBN13 9788964960547
ISBN10 896496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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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농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용기를 내야만 한다.
“글을······ 글을 배우고 싶어요. 부디······ 가르쳐 주세요.”
예비 승려 파는 놀란 표정으로 아농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지?”
“읽어야 할······ 편지가 생겼어요.”
“내가 읽어 줘도 돼. 급한 편지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에요. 꼭 글을 배워 제가 직접 읽고 싶어요.”
파가 진지한 얼굴을 아농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왜 직접 읽고 싶은 거니?”
아농은 뜨거운 고개를 쳐들어 파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이유라면 분명했다.
“저는······ 거지이지만······ 그래서 제가 무얼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지만······ 이건 저 혼자서만 보고 싶어요. 얻어먹고, 얻어 입고, 얻어 자지만, 얻어 읽고 싶지 않아요.” --- 라오스, 아농과 통 중에서

달님은 변함없이 말을 걸어주었다.
‘바바라, 또 잠이 오지 않는구나?’
‘네.’
‘이리 오너라. 내가 어루만져줄게.’
달님의 손길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다. 대신 촉촉했다. 설거지를 마친 엄마의 손길과 비슷했다. 달님은 연고를 발라주듯, 바바라의 아픈 곳을 두루두루 보듬어주었다. 아픈 팔다리뿐 아니라 아픈 마음까지도.
‘바바라, 상처가 많이 난 걸 보니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낸 모양이구나. 내가 널 칭찬해 줄게.’
그리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돗자리에 누우면, 가슴에서 찰랑거리던 뜨거운 물이 잔잔해져 있었다. 달님 덕분에 바바라는 그런 밤을 울 듯 울 듯 울지 않고도 잘 참아 넘길 수 있었다. --- 우간다, 바바라와 던 중에서

우리 엄만 바그다드 대학의 교수였어. 아주 아주 좋은 분이었지. 예쁘고, 마음씨 곱고, 재미난 이야기도 얼마나 많이 알고 계셨다고. 아침마다 ‘달랄, 내 사랑하는 아기,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보물!’ 하며 나를 안아주셨어. 돌아가신 그날도 그렇게 날 안아주고 출근하셨지.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실 수 없게 된 거야. 버스에 설치된 폭탄 때문에. 엄마 말고도 열아홉 명이나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했어. 생각해 본 적 있니?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보물!’ 하고 널 안아주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걸? 안녕이란 인사도 없이.”
달랄이 잠시 말을 멈췄다. 누르는 달랄이 울까봐 조마조마했다. 달랄은 울지 않았다.
--- 시리아, 누르와 달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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