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대초원이 태고의 모습 그대로 끝없이 이어져 있고, 문명을 접하지 않은 인디언들이 사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야생의 버펄로가 사냥꾼의 추적을 따돌리며, 늑대와 싸우고, 수렁에서 뒹굴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새끼를 키우고 있다. 또한 루이스와 클락이 미주리 강에서 탐험을 시작했을 때처럼 백인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든 그곳에는 여전히 말굽 달린 사냥감 수백만 마리가 노닐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나를 6개월 여정의 카누 여행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내가 찾고자 했던 것들은 물론이고 그보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했던 더 좋은 것들을 많이 만났다. 마치 기스의 아들 사울이 나귀를 찾아 나섰다가 왕좌에 오르게 된 것처럼 말이다.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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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족을 이룬 아버지와는 달리 수시는 아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따듯하다 보니 집 없는 아이를 열두 명이나 데려다 키우고 있었다. 그는 상당한 인격자였다. 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욕을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다섯 언어에는 모두 정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고방식을 옷으로 치면 마치 그의 외투와 비슷했다. 인종학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사고방식의 형식과 내용은 불어지만, 군데군데 영어가 덧대어져 있었고, 크리족어와 치혜위안족어에서 나오는 시구나 은유가 꽃 장식과 주름 장식처럼 달려 있었다. 그가 현재 사는 동네에서는 치페위안족어를 사용하고 있다. 길잡이 수시에게서 보이는 또 다른 독특한 성격에 나는 다시 놀랐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염려했다. 길이 험해지면 수시는 말에서 내려 걸었고, 말은 보통 편안하게 그 뒤를 따랐다. 수시에게 말은 친한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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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해 겨울 와야비미카에 있을 때 오미기와 찾아와 새 셔츠와 바지를 선물로 부탁했다. 그가 부탁한 옷은 보통 송장에 입히는 복장이다. 노인네가 설명하기를 찰 리가 돌아오기 전에 자기는 죽을 거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 섬에 해가 뜨면 저는 죽을 겁니다.” 모두 그를 보며 비웃었지만 노인은 옷을 받아 갔다. 일주일 후에 노인은 새 옷을 입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저 섬 위로 해가 뜰 때 저는 죽습니다!” 그는 밖으로 나가 이따금 해를 바라보며 평화롭게 담배를 피워 물었다. 노인이 말했던 장소에 해가 이르자 그는 들어와 불 옆에 누웠고, 몇 분 후에 숨을 거두었다.
그를 땅속에 묻어주었는데, 이를 들은 그의 동생은 크게 분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땅에서 나온 것에 기대어 살다가 결국 땅속에 묻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디언들은 땅 위를 달리는 것에 의지해 살고, 마지막에는 나무들 속에서 잠들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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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 총경과 셀리그 경장은 작은 카누에 올라탔다. 우리는 따뜻한 악수를 교환했다. 목이 메어왔다. 야영하는 내내 두 사람 모두 정말 좋은 동료였다. 하필이면 이렇게 끈끈한 동료애로 뭉쳐 있을 때, 이렇게 궁핍하고 위험한 여행기로 각자 찢어져 가는 이별을 겪어야 한다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리고 우리는 무척 배가 보팠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들이 탄 배는 강의 굽이를 돌아갔고, 우리는 그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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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지방에서 개 없이는 겨울에 움직일 수도 없고, 겨울에 움직일 수 없다면 살아남기도 힘들다. (···)
하지만 눈이 녹아내리면서 4월이 오고, 강이 열리면서 5월이 찾아와 온 천지에 갈색의 흙이 얼굴을 내민다. 이때부터는 개의 호시절도 끝이다. 사람들은 자작나무로 만든 카누를 판잣집 지붕에서 내리거아 햇빛을 피해 넣어두었던 찬고에서 꺼내 꿰매고, 손을 본 후에 물에 띄운다. 개들은 알아서 먹고살라고 풀어준다. 지난겨울과 다음 겨울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면 먹을 것을 줄 만도 하건만, 개 주인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없나 보다. 발길질에 돌팔매질까지 당하고, 매 맞고 굶주리면서도, 자라면서 받은 훈련과 본능 때문에 개들은 야영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돈다. 그러면서 재주껏 훔쳐 먹기도 하고, 사냥도 하면서, 슬픈 계절, 여름이 빨리 지나고, 일은 고되지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겨울이 다시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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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야영하는 곳이 문명의 흔적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문득 깨달았다. 이 대륙에서 문명 세계와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도 드물 것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내 마음은 집에 두고 온 사랑하는 가족과 캠프파이어 클럽의 내 동료들을 향해 뻗어 갔다. 그들도 지금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누구도 가보지 않은 야생의 세계로 떠날 기회를 잡은 나를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을까? 아지도 지도 위에 ‘미탐사지역’이라는 표식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 그런 세계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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