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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02g | 128*188*20mm
ISBN13 9788960213791
ISBN10 8960213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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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택배가 왔다
보낸 이도
발신처도 없이
내 몸에 착불로 왔다
내용물을 찾기 위해
CT로
PET로
MRI로
미량의 방사선을 투과시켜
모퉁이와 사각지대를 뒤졌다
작은 북처럼 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 고막
꼭꼭 숨겨 놓은 나만의 두개골과 척추뼈들
얕은 수위로 방광을 채우고 있는 물
내 것이면서도 뒤져볼 수 없었던 몸의 박스를
기계로 샅샅이 뒤져보았다

뜬금없이 암, 암이라니
기를 쓰고 반드시 반송시켜야만 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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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희 시는 ‘통영’과 ‘꽃’, 두 축으로 읽힌다. 왜 통영인가. 이 특정 공간은 시인의 친정 고향이자 가족사가 자욱진 곳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특히 노년의 이들이 겪는 치매나 하세에 관한 기억들이 짙게 묻어있다. 그런가 하면 여느 부모와 자식 간의 각별한 사랑과 애환도 거기엔 서려있다. 시집 후반부가 각별히 읽히는 이유다. 정녕 여성은 꽃으로 사는가. 김서희 시인에 따르자면 여성은 꽃, 그것도 처절히 자신을 버린 꽃이다. 꽃은 수선집 옷걸이에서도 피고 어머니에게서도 핀다. 이는 검버섯이나 정성 쏟은 수선의류에 불과하지만 시인은 이들을 ‘꽃’으로 바라본다. 그뿐만 아니다. 실제 푸나무 꽃들도 굴곡진 삶의 사연을 내장한 시적 이미지로 줄곧 등장한다. 시인의 이 같은 마음의 움직임은 대상을 주로 심미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일상의 쇄말한 일과 사물들이 모두 꽃처럼 아름답다. 그것도 결손되고 상처 입은 사상事象들을 통해서 꽃을 발견하는 것. 그렇다. 일상에서 꽃을 읽고 발견하는 시인에게는 뭇 일을 긍정하는 품새와 따뜻함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고향과 꽃, 자신의 일상을 두 축으로 한 이번 김서희의 시편들은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 홍신선 (시인, 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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