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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 중단편 소설선

중국현대 중단편 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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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470g | 148*210*30mm
ISBN13 9788975989810
ISBN10 89759898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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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엄영욱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정신계의 전사-노신》(2005년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 《중국근대문학사상 연구》(공저: 2009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동아시아의 생사관》(공저: 2009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노신의 문화사상과 외국문학》, 《중국문학의 여행》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아Q정전》, 《중국현대 여성작가 작품선집》(공역)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노신과 이광수 문학의 여성주의 비교〉, 〈중국과 북한, 사회주의 문학사 서술현황〉, 〈중국문학에 나타난 성〉, 〈한중 요절시인의 죽음의식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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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루쉰

제 1장 서문

내가 아Q를 위한 정전(正傳)을 쓰려고 한 것이 벌써 한두 해 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쓰려고 하면 자꾸 망설여졌는데, 이것은 아마 내가 ‘영원히 전해질 글(立言)’을 쓸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증거이리라. 원래 불멸의 글은 불후의 인물을 전해야 하는 것이니, 인물은 글에 의해 전해지고 글은 인물에 의해 전해진다. - 그러고 보면 결국 누가 누구에 의해 전해지는 것인지 점점 애매해진다. 아무튼, 결국 아Q를 글로 써서 전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한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사라져버릴 이 글을 쓰려고 정작 붓을 들고 보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첫째는, 글의 제목이다. 공자는 “명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니라.(名不正則言不順)”고 말하였다. 이것은 특히 주의해야 할 일이다. 전기의 이름은 매우 복잡하다. 열전(列傳), 자전(自傳), 내전(內傳), 외전(外傳), 별전(別傳), 가전(家傳), 소전(小傳)…….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모든 것이 내가 쓰려는 글에는 하나도 맞지 않는다. 『열전』이라고 하자니 이 글은 여러 잘난 사람들의 전기와 함께 정사正史에 들 것도 못되고, 『자전』이라고 하자니 나 자신 또한 아Q가 아니다. 『외전』으로 한다고 하면 『내전』은 어디 있겠는가? 또 『내전』이라고 하여도 아Q는 결코 무슨 신선이 아니다. 그럴진대 『별전』은 어떠한가. 대총통께서 국사관(國史館)에 지시를 내려 아Q의 『본전本傳』을 편찬하라고 하신 일도 없다. 물론 영국에서는 정사에 『로드니 스톤 열전博徒烈傳』이라는 것이 없었어도 문호 디킨스가 『로드니 스톤 별전』이라는 책을 쓴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호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 나로서는 바랄 수 없는 일이다. 그 다음에는 『가전』을 들 수 있는데 아Q와 종씨인지 아닌지를 모를 뿐더러 그의 자손들로부터 『가전』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일도 없다. 혹시 『소전小傳』이라고 할까 해도 아Q에게는 더구나 『대전大傳』이라는 게 따로 없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이 결국엔 『본전』이 되고 만다. 그런데 나의 글로 말하면, 문체가 속되고 천하여 이른바 ‘수레를 끌면서 콩국물이나 파는 장사치들’이 쓰는 말이므로 감히 『본전』이라고는 못하겠다. 그래서 3교 9류(三敎九流) 등에는 들지도 못하는 소설가들의 소위 ‘여담은 그만두고 정전으로 돌아가서’라는 이 틀에 박힌 말 가운데 『정전』이라는 두 글자를 따서 이름을 삼기로 했다. 이것 역시 옛 사람이 지은 『서법정전書法正傳』이라는 책의 『정전』이라는 글자와 혼동될 염려가 있기는 하나 그런 것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
둘째는, 전기를 짓는 통례가 대개 서두에 “아무개는 자가 무엇이고 어디 사람이다.”라고 쓰는 것인데 나는 아Q의 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언젠가는 그의 성이 쟈오인가 싶더니 다음날에는 어느새 애매해지고 말았다. 쟈오 영감의 아들이 수재가 되었을 때, 꽹과리 소리 요란한 가운데 그 소식이 동네에 전해졌다. 때마침 황주를 두어 잔 마신 아Q는 신바람이 나서 기뻐 날뛰며, 이것은 자기에게도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떠들었다. 왜냐하면 자기는 본시 쟈오 영감과 증조부뻘이 된다는 것이다.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엄숙해져서 말없이 경의까지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 띠빠오(地保)가 아Q를 쟈오 영감네 집으로 데려갔다. 쟈오 영감은 아Q를 보자마자 얼굴을 잔뜩 붉히고 불호령을 내렸다.
“아Q, 이 개 같은 놈! 네놈과 내가 한 집안이라고 지껄였다지?”
아Q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쟈오 영감은 더욱 노기등등해져 몇 발자국 뛰어나오며 말했다.
“네 이놈, 어디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글쎄 내게 어떻게 너 같은 일가가 있단 말이냐? 네놈이 쟈오 가라고?”
아Q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 이때 쟈오 영감이 와락 달려들어 아Q의 뺨을 후려갈겼다.
“네놈이 뭐 쟈오 가라고! 네 따위 놈이 어떻게 쟈오 가가 될 수 있느냐!”
아Q는 자기의 성이 틀림없이 쟈오 가라는 한마디 항변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손으로 왼쪽 뺨을 싸쥐고 띠빠오와 함께 물러났다. 밖에서 띠빠오에게 한바탕 훈계를 받고, 게다가 사과 조로 술값 2백 냥까지 그에게 바쳤다. 이 사실을 안 사람들은 모두 아Q는 황당한 놈이어서 매를 사서 맞았다고들 하였다. 그리고 그의 성이 쟈오가 아닐 것이라고 하였고, 설사 그가 정말 쟈오 가라 하더라도 쟈오 영감이 이 지역에 있는 한 그런 허튼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있던 후로는 어느 누구도 그의 성이며 조상에 대해 말한 일이 없으므로, 나는 끝내 아Q의 성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말았다.
셋째로, 나는 또 아Q의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 그가 살아 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아Q라고 불렀지만 죽은 뒤에는 누구 하나 아Q라고 입 밖에 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진대 누가 ‘그의 사적을 기록에 남길’ 리 만무하다. ‘그의 사적을 기록에 남기’는 것으로는 아마 이 글이 최초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첫 난관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나는 아Q를 아꾸이(阿桂)로 써야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아꾸이(阿貴)로 써야 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본 일이 있다. 만일 그의 별호가 웨팅(月亭)이라든가 또는 팔월이 그의 생일이라든가 하면 분명 아꾸이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 호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 생일날에 축사를 받으려고 청첩장을 돌린 일도 없으니까 아꾸이로 쓰는 것은 독단일 것이다. 또 만약 그에게 아푸(阿富)라고 불리는 형님이나 동생이라도 있다면 그의 이름은 틀림없이 아꾸이(阿貴)일 것이지만 그는 혼자뿐이었으니 아꾸이로 쓸 아무런 근거도 없다. 이밖에 또 꾸이(Quei)라는 음을 가진 편벽한 글자들이 있기는 하나 그것은 더욱더 어울리지 않는다. 전에 나는 쟈오 영감의 아들인 생원에게 물어본 일이 있는데 그렇게 박식한 분까지도 망연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결론에 의하면 천뚜시우(陳獨秀)가 『신청년』 잡지를 출판하여 서양 글자를 제창한 바람에 국수적인 것이 없어져 고증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은 한 고향 사람에게 아Q의 사건 조서를 한 번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덟 달 만에야 겨우 답장이 오기는 했지만 조서 안에는 아꾸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말 없는지 그렇지 않으면 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이 이상 더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주음자모(注音字母)는 아직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서양문자’를 쓰는 수밖에 없었는데, 영국에서 사용되는 발음 표기법으로 그를 아Quei라고 쓰고, 이것을 간략히 아Q라고 하였다. 이것은 『신청년』을 맹종하는 것 같아서 나 자신도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았지만, 생원님조차 모르는 것을 난들 무슨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넷째로, 아Q의 본적이다. 만일 그의 성이 쟈오라면, 요즘 어느 군 어느 명망가 출신이라고 말하기 좋아하는 축들이 하는 식으로 『군명백가성郡名百家姓』의 주해에 따라 “롱시(?西) 티엔수이(天水) 사람이니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이 성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어서 본적도 좀처럼 결정하기 힘들다. 그는 웨이좡(未莊)에서 오래 살기는 하였지만 때때로 다른 곳에 가서 산 적도 있기 때문에 웨이좡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 만일 그를 “웨이좡 사람이다.” 라고 쓴다면 역시 공정한 사법史法에 어긋나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약간의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아阿’자 하나만은 매우 정확하여 견강부회(牽强附會) 하는 따위의 약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고금 만사에 통달한 학자들에게 보여도 아무 거리낄 게 없을 것이다. 배운 것이 적은 나로서는 기타 다른 점에 대해서는 파고들 수가 없다. 다만 ‘역사벽(歷史癖)과 고증벽(考證癖)’이 있는 후쓰(胡適) 선생의 제자들이 새로운 단서들을 많이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걸 뿐인데, 그때쯤이면 나의 이 『아Q정전』이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으로 서문을 삼을까 한다.

제 2장 승리의 기록

아Q는 그의 성명과 본적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가 겪어 온 ‘과거사’도 분명치 않다. 왜냐하면 웨이좡 사람들은 다만 아Q의 손을 빌리거나 그를 웃음거리로 삼을 뿐, 아Q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도 마음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아Q 자신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할 때 간혹 그는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하기는 했다. “우리도 옛날에는……. 네깟 놈보다는 훨씬 잘 살았어! - 네깟 놈이 다 뭐야!”
아Q는 집이 없다. 그는 웨이좡의 사당 안에서 살았다. 일정한 직업이 없이 남의 집에 가서 품팔이를 하였다. 보리를 베게 되면 보리 베는 일을 하고, 쌀을 찧게 되면 쌀을 찧고, 배를 젓게 되면 배를 저었다. 일이 좀 오래 걸리게 되면 임시로 주인집에서 머무르기도 하지만 일이 끝나면 곧 떠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쁠 때면 아Q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일을 시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행실’을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한가해지면 아Q라는 존재마저 어느새 잊어버렸으니, 그의 ‘행실’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늙은이가 “아Q는 일을 참 잘하거든!” 하고 아Q를 높여 주니, 아Q는 웃통을 벗어 여윈 몸을 드러낸 채 멋쩍게 그 노인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말이 과연 진심에서 나온 말인지 그렇지 않으면 놀려대는 말인지 분별을 못하고 있었으나 아Q 자신은 무척 기뻐했다.
아Q는 또 매우 자존심이 강하여 웨이좡 사람들 쯤은 그 누구도 안중에 없었다. 심지어는 두 문뾵(文童)에 대해서까지 코웃음을 치는 것이었다. 문동은 앞으로 수재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이다. 쟈오 영감과 치엔 영감이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그처럼 대단하게 받는 것은 돈이 많아서일 뿐만 아니라 주로 그들이 문동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아Q만은 정신적으로 그들에게 존경을 표시하지 않았으며, 자기의 아들이면 더 훌륭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성안에 몇 번 다녀온 것으로 자부심이 더 강해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성안 사람들을 몹시 경멸했다. 예를 들면 석 자 길이, 세 치 넓이의 널로 만든 걸상을 웨이좡에서는 ‘긴 걸상’이라 하고 자기도 ‘긴 걸상’이라고 부르는데 성안 사람들은 그것을 ‘쪽걸상’이라고 한다. 아Q에게는 이것이 틀린 것이며 우습기 짝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웨이좡에서는 도미를 기름에 지질 때 파를 반 치 길이로 썰어 넣는데, 성안에서는 파를 가늘게 썰어 넣는다. 그는 이것도 잘못이며 우습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웨이좡 사람들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한심한 시골뜨기들이어서, 성안에서 생선 지지는 것조차 본 적이 없었구나! 하고 아Q는 우쭐했다.
아Q가 “예전에 잘 살았고” 견식이 높았으며 또 “일을 참 잘한다.”고 하는 것 등으로 본다면 거의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일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몸에 약간 결함이 있었다. 제일 고민스러운 것은 그의 머리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흉터가 여러 군데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그의 몸에 있는 것이건만 아Q 자신도 이것에 대해서는 자랑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왜냐하면 그는 ‘癩-라이’이라는 말과 그에 가까운 모든 음 ‘?-라이’를 꺼렸으며 나중에는 그 범위가 넓어져서 ‘빛光’도 꺼렸으며, ‘밝은 것亮’ 그리고 마침내는 ‘등불燈’이나 ‘촛불燭’까지 모두 꺼렸다. 고의적이든 무심코 그랬든 간에 아Q가 꺼리는 바를 누가 건드려 놓기만 하면 아Q는 그 흉터가 난 대머리까지 붉히며 성을 냈다. 상대를 봐서, 말이 어눌한 자 같으면 욕을 퍼붓고. 힘이 약하다 생각되면 달려들어 때렸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아Q가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차츰 방법을 바꾸어 대체로 성난 눈으로 노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Q가 ‘노려보기 수법’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웨이좡의 건달들은 오히려 더욱 그를 놀려댔다. 건달들은 아Q를 보면 짐짓 놀란 시늉을 하며 말하는 것이다.
“와, 환해졌구나.”
그러면 아Q는 틀림없이 성을 내며 성난 눈으로 상대방을 노려본다.
“오라, 여기 남포등이 있었구나!”
건달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Q는 하는 수 없이 다른 보복의 말을 생각해 내는 수밖에 없었다.
“네깟 놈들에겐…….”
그때 아Q는 자기 머리의 흠집은 무슨 귀하고 영광스러운 부스럼 자국이지 결코 흔히 있는 흉터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것은 이미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아Q는 교양이 있는 사람인지라 자기가 ‘금기’에 조금 저촉된다는 걸 알고서 그만 말을 잇지 않는 것이다.
건달들은 그래도 모자라서 그를 계속 놀려대며 마침내는 때리기까지 했다. 아Q는 외형적으로는 패배했다. 그들은 노란 변발을 잡고 담벼락에 소리가 나도록 그의 머리를 네댓 번 찧었다. 깡패들은 그제야 이겼노라고 만족해하며 돌아갔다. 아Q는 잠시 멍하니 서서 “난 아들놈에게 얻어맞은 셈이야. 요즘 세상은 정말 말이 아니야…….”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도 역시 만족하여 의기양양하게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Q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뒤에 가서 하나 하나 입 밖으로 말하는데, 아Q를 놀려대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아Q에게 자신만의 이러한 정신 승리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 그의 노란 변발을 잡아채며 이렇게 말하였다.
“아Q, 이건 자식이 제 애비를 때리는 게 아니고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야. 자, 네 입으로 말해 봐, 사람이 짐승을 때린다고!”
아Q는 두 손으로 자기 변발을 잡고 고개를 옆으로 비틀면서 소리를 질렀다.
“벌레를 때린다고 하면 어때? 그래, 난 벌레요. 이제 좀 놔 줘!”
그러나 벌레라고 하건 무어라고 하건 깡패들은 좀처럼 놓아주지 않고 여전히 아무 데나 가까운 곳으로 끌고 가서, 대여섯 번 소리가 나게 그의 머리를 짓찧고는 그런 뒤에야 만족해하며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이번에는 아Q도 꼼짝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 아Q도 만족해하며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그는 자기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업신여기고 낮추는데 있어서 으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자신을 경시하고 낮춘다.”는 말만 빼놓으면 그야말로 자기가 ‘으뜸’인 것이다. 장원급제한 사람도 ‘으뜸’ 가는 사람이 아니냐? 그런데 네깟 놈들이 다 뭐냔 말이다!
이런 비법들로 적을 해치우고 기분이 좋아진 아Q는 선술집으로 달려가서 술을 몇 잔 들이키고는 사람들과 시시덕거리거나, 말?툼을 하여 또 승리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사당에 돌아와 꼬꾸라져 잠을 잤다. 돈이 생기면 그는 ‘야바위’ 노름판으로 간다. 사람들이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틈에서 아Q는 땀을 뻘뻘 흘리며 곧잘 소리를 지르는데 그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청룡에 사백 걸었다!”
“자 - 젖힌다! - 얏.”
물주가 뚜껑을 열면서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린 채로 노래를 뽑는다.
“천문(天門)이라 - 각(角)은 텄고요. 인(人)과 천당(穿棠)은 아무도 안 걸었고요! 아Q, 네 동전을 이리 보내라 - !”
“천당에 싹 - 백오십!”
아Q의 돈은 이런 노랫소리 가운데서 얼굴이 땀투성이가 된 다른 사람의 주머니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갔다. 그는 마침내 사람들 틈새에서 밀려나와 뒤에 서서 판이 다 끝날 때까지 남의 승부에 속을 태운다. 그러고는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안고 사당으로 돌아갔고 이튿날에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일하러 갔다.
그런데 이른바 “복이 화가 될는지 화가 복이 될는지를 어찌 알리요.” 하는 옛말이 있듯이, 아Q는 투전에 한 번 이기기는 했는데 오히려 더 낭패를 보았다.
그것은 웨이좡에서 마을 제사를 지내는 날 밤이었다. 이날 밤도 그전처럼 극놀이가 있었고 또 무대 옆에서는 역시 그전처럼 여러 패의 노름판이 벌어졌다. 아Q의 귀에는 극놀이의 꽹과리와 북소리가 마치 십 리 밖에서 나는 것 같았고 오직 노름판 물주가 불러 넘기는 노랫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아Q는 따고 또 땄다. 동전이 작은 은전으로 변하고 작은 은전이 일 원짜리 은화로 변하고 일 원짜리 은화는 또 더미를 이루었다. 그는 대단히 신바람이 났다.
“천문에 두 냥!”
누구누구하고 무엇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욕하는 소리, 두들겨 패는 소리, 어지러운 발걸음 소리, - 그는 머리가 어찔어찔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한참 만에야 겨우 일어났는데 그때는 노름판도 보이지 않고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몸이 군데군데 몹시 쑤시고 아픈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주먹으로 얻어맞고 발길로 걷어 채인 것 같았다. 몇몇 사람이 이상하다는 듯이 자기를 바라보았다. 그는 넋을 잃고 사당으로 돌아왔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자신의 은전 뭉치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마을 제사에 모여든 노름꾼들은 거의 이 지역 사람이 아닌데 어디 가서 재산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얗게 반짝이는 은전 뭉치!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자기의 것이었건만 -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아들놈이 가져갔다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래도 역시 언짢고 서운하다. 자기를 벌레라고 생각해 보아도 역시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는 이번에야 실패의 고통을 좀 느꼈다. 그러나 그는 패배를 곧 승리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힘껏 자기 뺨을 세게 쳤다. 좀 얼얼하게 아팠다. 제 뺨을 때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때린 사람은 자기이고 맞은 사람은 또 다른 자기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좀 지나니까 자기가 다른 사람을 때린 것만 같아서 - 아직 좀 얼얼했지만 - 흡족한 마음으로 승리에 도취되어 자리에 누웠다.
그는 잠이 들었다.---본문 중에서

일반 독자들은 ‘중국현대소설’하면 모엔의 《붉은 수수밭》이나 따호후잉의 《사람아, 사람아》, 까오싱지엔의 노벨수상작 《영산》 등을 떠올린다. 또는 최근에 많은 한국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위화의 《산다는 것》, 《허삼관 매혈기》, 《형제》 나 쑤통의 《이혼지침서》, 《눈물》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 밖에 싼마오의 《사하라 이야기》, 쟈핑아오의 《폐도》도 있고, 왕쑤어의 《사회주의적 범죄는 아름답다》, 《물위의 연가》 같은 건달소설, 찐용의 《천룡팔부》 같은 무협소설도 있다. 혹은 류헝, 츠리 등 신사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떠올리는 이도 있는데, 기실 이 모든 작품들은 ‘중국당대작품’으로 분류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현대면 현대지 무슨 ‘당대’인가? 중국문학사에서 ‘현대’는 1917년 혹은 5.4시기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창건시기인 1949까지를, ‘당대’는 194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중문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는 꽤 생소한 이 문학사적 구분은 중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왜 중국은 세계문학사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런 시기구분을 하고 있는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창건과 함께 구시대의 악습과 봉건제도가 척결되어 신 중국이 탄생되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 영도 하에 모든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 된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본서에 실린 9편의 작품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되기 이전에 쓰인 것들로서, 중국 현대 문학사에 있어서 문학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루쉰(魯迅), 위따푸(郁達夫) 등은 중국 현대 문학사에서 핵심적인 대표 작가들로서, 그 문학적 품격으로 말미암아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러나 몇 몇 작품은 심미성과 설득력이 부족하여 여전히 ‘외국 문학’ 이라는 생소한 느낌을 안겨 주기도 할 것이다.
본서는 중국 현대 문학사에 있어 크게 주시하지 않았던 좌련작가 로우스(柔石), 이예즈(葉紫)와 여성 작가인 펑컹(馮?), 루인(盧隱), 루어수(羅淑), 그리고 태양사의 장꽝츠(蔣光慈)의 작품을 번역, 소개하였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특히, 일본 유학체험을 소설화한 창조사의 대표작가 위따푸와 러시아 유학체험을 내재화시킨 태양사의 대표작가 장꽝츠의 자서전적 체험 소설은 독자들에게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요절한 작가들이 쓴 이 작품들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쓰여진 것들로, 다소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당시 중국민중의 삶이 리얼하게 담겨있고 그들의 젊은 혈흔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상업화, 개인화가 만연되고 문학의 사회성이나 시대정신, 리얼리즘이 퇴조해가는 오늘날, 그들의 혁명정신과 문학정신, 여성 작가들의 개성해방과 봉건사상타파, 페미니즘 사상 등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갖는다.

본서는 《중국신문학대계中國新文學大系》(이 책은 맑스 레닌주의와 모택동사상을 바탕으로 한 신문학운동의 노선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반제, 반봉건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20년대에서 1930년대 말 사이에 발표된 대표적인 작품을 장르별로 수록하고 있어서 당시 중국현대문학을 한 눈으로 조망할 수 있다. 상해출판사, 1984년)와 《노신전집魯迅全集》(인민문학출판사, 1981년)에서 발췌하여 번역하였고, 고유명사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발음에 가까운 음을 채택하였다.

2012. 1.
빛고을 광주에서 옮긴이 씀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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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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