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용하는 이기의 재료에 따라 시대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한다면 우리는 수천 년 전과 같이 여전히 ‘철기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생활공간인 주택과 도심의 수많은 빌딩들은 모두 철을 사용한 구조물이고 기상하여 세면을 하거나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도 철을 이용한 파이프를 통해 공급된다. 요리를 하기 위한 팬이나 냄비부터 수저 세트까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회사나 학교 등으로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 지하철 및 버스 등 다양한 교통기관도 모두 철을 주재료로 만들어진다. --- p.7-8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2003년 개봉한 영화 〈엑스맨 2〉에서 돌연변이 집단의 우두머리 매그니토의 플라스틱 감옥 탈출 장면은 많은 영화 팬들에게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극 중 매그니토가 철을 마음대로 다루는 능력을 활용하여 교도관의 몸속에 전날 주사되었던 과량의 철분을 빼낸 후, 몇 개의 총알을 만들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을 부수고 탈옥하는 장면은 기상천외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람의 몸속에는 얼마나 많은 양의 철이 있으며, 그 역할은 무엇일까? --- p.17
피아노의 현은 강철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베이스 현은 강철 현 위에 구리로 감아서 만든다. 때때로 일반 현보다 훨씬 좋은 음색을 얻기 위해 합금을 사용하기도 한다. 저음에서 고음으로 갈수록 현의 굵기는 얇아지고 길이는 짧아지는데 현이 짧을수록 풍부한 음색을 내는 반면 음량은 작아지게 된다. 기타, 바이올린과 같은 작은 현악기의 현과는 달리 피아노의 현은 20년 이상의 수명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p.24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지명 중에서 철과 관련된 지명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의 철원은 옛 이름이 ‘쇠벌’이라고 해서 ‘쇠가 나는 들’로 알려져 있다. 경상남도 합천군 야로면의 야로는 말 그대로 ‘철을 정련하는 로’를 지명화한 것이다. 이 지역은 가야시대부터 철을 생산하는 지역이었다. 경남 김해군 생림면 생철리 역시 가야시대부터 철이 풍부한 철산지로 이름을 날렸으며, 강원도 홍천군 둔천면 철정리 또한 현재의 빌릿(Billet)인 철정을 생산하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선철을 지칭하는 수철을 사용하는 지명도 많이 발견된다.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수철리’나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 p.51
현대 건축물들은 대부분 철골 구조로 건설되고 외벽에도 철강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인류가 철을 가지고 건축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18세기 후반까지의 제철기술로는 대량의 철강재를 제조하기가 만만치 않아 하나의 건물을 완성할 정도로 많은 철강재를 충분히 공급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철강 가격도 매우 비싸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철강이 건축에 이용된 대표 사례를 들자면 1851년 영국의 만국박람회를 위해 현재의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건축된 수정궁(Crystal Palace)을 그 목록의 맨 처음에 올릴 수 있다. --- p.67
금문교를 통해 인류는 철강이 단순히 튼튼한 소재가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금문교는 다리가 두 지역을 연결해주는 수단은 물론 미적 조형물로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 p.80
마천루의 높이 경쟁은 철강기술과 직결된다. 웬만한 지진 등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초고층 빌딩이 흔들림 없이 고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강재가 더욱 강하고 가볍고, 더욱 실용적인 신제품이어야 한다. 1885년에 처음으로 철골구조를 사용하여 건축된 10층짜리 시카고 ‘홈 인슈어런스’ 사옥에 사용되었던 철강재의 강도는 200메가파스칼(MPa)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500메가파스칼 이상 등급으로 강도가 2.5배 이상 증가했다. --- p.91
아파트나 단독주택단지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도 플라스틱, 유리, 폐지 및 캔 등의 제품 분리수거가 일반화된 것 같다. 이 중 유리나 폐지 등과 비교해볼 때 철의 재활용은 그 수집부터 생산 공정까지 매우 단순하다. 플라스틱, 유리는 쓰레기 더미에서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철은 자석에 붙는 자성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생산공정 및 최종제품의 활용 측면에서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리제품은 재활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미 색깔이 입혀진 유리를 녹여 투명한 유리를 만드는 공정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스크랩은 열을 가해 녹이면 쉽게 불순물을 걸러내어 재활용을 할 수 있다. --- p.113
일부 학자들은 철가루를 바다에 뿌리는 방법으로 15퍼센트 이?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철가루를 바다에 뿌리는 방식이 해양 생태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식물 플랑크톤이 수면 위에 살아있는 동안 작은 동물들이 이를 잡아먹고 다시 이산화탄소를 방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플랑크톤이 흡수한 이산화탄소 중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되는 양과 심해저로 가라앉은 양이 정확히 어느 정도 비중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 p.120-121
현재 금속연료로 연구가 진행 중인 소재는 붕소, 알루미늄, 철 등으로 단위부피 및 질량당 에너지 발생량은 붕소가 가장 높고 그 다음 알루미늄, 철 순이다. 붕소의 단위질량당 에너지 발생량은 철의 6배 수준이다. 하지만 철이 붕소 및 알루미늄 대비 가장 저렴한 소재이기 때문에 금속연료로서의 철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미래에 금속연료로서 철이 상용화되어 매력적인 연료로 부상하길 기원한다. --- p.124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1년 세계 철강소비는 14억 톤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국의 산업구조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철강소비가 어떻게 변화할지 추정할 수 있으며 산업화의 정도도 가늠해볼 수 있다. --- p.150
스테인리스 스틸은 간단한 물 세척만으로도 광택을 쉽게 유지할 뿐 아니라 매우 위생적이기 때문에 그릇, 수저, 식칼, 냄비, 압력솥, 주전자, 믹서기 및 오븐 등 각종 주방용품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으며, 주부들의 노동량도 대폭 줄여주었다. --- p.167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실패는 전선이 너무 길고 보급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석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시 프랑스 군복의 단추는 모두 주석으로 만들어졌는데 낮은 겨울 온도 하에서 단추가 형태 변화를 일으켜 가루가 된 것이다. 추운 날씨에 단추가 없어진 옷은 제대로 보온 기능을 하지 못해 프랑스군이 동사하는 원인이 되었다. --- p.168-169
하지만 최근 물에서도 뜰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스펀지 금속이라 불리는 ‘발포 알루미늄’은 뻥튀기 또는 식빵의 제조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알루미늄 안에 달걀처럼 끈적끈적한 점증제를 넣어 점도를 높인 뒤 베이킹파우더 역할을 하는 발포제를 넣으면 발포제에서 가스가 나와 빵처럼 금속이 부풀어 오르면서 스펀지 같은 금속으로 뻥튀기 되는 것이다.
---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