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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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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63g | 144*210*20mm
ISBN13 9788984315471
ISBN10 898431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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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가까워질수록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느낌이다. 도대체 이게 뭐람! 내가 내 집에 들어가는데 왜 이렇게 신경이 곤두선단 말인가! 퇴근을 하고 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주변을 마구 살피게 된다. 오늘은 또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엄마는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하신다. “엄마가 딸 방에도 못 들어가니? 정리도 못해 주니? 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못되게 구는 거야?” 오히려 나를 향해 열을 펄펄 내신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그 느낌이 싫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안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 흔히 아이들에게 부모의 싸우는 소리가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차가운 침묵도 만만치는 않다. 그 끔찍한 침묵을 견디지 못해 혼자 떠들어 대던 버릇이 여태까지 남아 있다. 지금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부모님은 도대체 왜 이혼을 하지 않았는가이다. 어릴 때는 나와 동생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이 지경이 되도록 그들은 정말이지 왜 헤어지지 않은 것일까?

나보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인생을 살고 내 기분보다는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면, 내가 언제부터 누구 앞에서 그런 삶을 시작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부모 혹은 내가 거역할 수 없는 어떤 존재였다면, 어른이 된 지금은 그 역할을 누가 대신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자. 세상이 나에게 항상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전히 사람들이 내게 과거의 어머니, 혹은 가혹했던 누군가처럼 대하고 있는가? 이 신기한 현상의 진실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가,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그렇게 대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계 설정’을 한다는 것은 “한 번만 더 그랬다가는……” 같은 말로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든 상대를 내 생각대로 바꾸어 놓으려고 필사의 몸부림을 치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라고 말하고 행동은 그와 전혀 다르게 하는(계속 참고 사는) 것 또한 물론 아니다. ‘한계 설정’을 한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원칙 없이 그저 불평만 늘어놓아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한계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관계는 그 자리에 그냥 멈춰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빠진다.

가족은 우리 인생의 목표나 대단원이 아니다. 가족의 문제는 그것 때문에 절체절명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댈 일이 아니며, 다른 모든 일을 제쳐놓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삼아 몸부림 칠 일도 아니다. 가족은 단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소중한 경험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내 삶이 가족으로 인해 자꾸 질곡에 빠지고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헤매게 된다면 이제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자. 나를 더 이상 불행 속에 방치하지 말자.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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