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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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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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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88g | 114*185*10mm
ISBN13 9791195872688
ISBN10 119587268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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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

타인을 위한 완벽한 자세를 가진 적이 있다
나는 나를 과감히 구부려
너를 걸고 뿌듯해하며
거리를 활보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저 선에 불과했으나
너로 인해 쓸모가 분명해지는 그런 때가 있었다

굽어진 마디가 때때로 아린 건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나도

웅크림은 처음의 모양을 기억하는 것
배운 적 없이 스스로 위로의 자세를 아는 사람

심장과 무릎의 거리
반비례하는 눈물의 양

궁금해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모두에게 물을 수 있는데
모두에게는 물을 수 없어서

지나가는 고양이에게
무심한 얼굴을 새겨 넣었어

안녕
안녕

우리가 있어야 가능한 말들 같은 것

생각하면 너무 슬프지

분주한 사물들

정물로 따라오는
허공을 입술로 쥐었다가 놓았더니
생기는 구름 같은 거

너는

_ 에게

안녕 나의 애인아,
볼펜 위로 미끄러져 가는 사람
까맣게 뚝뚝 떨어지는 사람
개미같이 엉겨 붙은 눈으로
뚫어져라 바라보던 애인아
마침표를 찍을 수 없어
마침표만 계속 찍었더니
망설임이 되어버린 발자국 같은 말
줄임표를 나누어 가진 애인아
할 말이 너무 많은 것과 할 말이 없는 것이
도무지 같은 애인아
즐거운 마음으로 멸종되는 것은
이 세상에 정말 없을까

나는 나의 멸종을 네가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세수를 하면
꾸준한 세수는 기도가 될 수 있을지 몰라*
매일 눈앞에서 흐려지거나 흘러넘치는 애인아

종이 위에 개미들이 당신의 이름으로
자꾸만 우그리고

내가 하는 일은

우물에 달을 길어 올리는 일이야
물을 퍼내다 깨달았지 나르키소스처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사실 나의 천직이었는데
하수구에 빠뜨린 동전들을 줍느라 욱여넣은 손
빨갛게 부푼 팔꿈치 바닥에 쓸리는 무릎
하늘을 향하는 시선 끝내 닿지 않는 감촉

기억하니
고운 모래를 모으며 우리는 처음으로
노동의 의미를 익히고 작은 무릎을 맞댄 채
죽은 햄스터 따위를 묻어주다가도 금세 천진해져서
네 손등의 모래가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히
더운 입김이 무릎에라도 닿으면
달라붙어 있던 모래알을 털어내는 동안
나 쓰라린 뒤통수를 본 것 같아
햄스터를 묻은 자리를 꾹꾹 밟으면서

우리, 다시는

어제의 영광으로 조우하지 말자고
약속하는 어제가
나의 유일한 비전이야

여기 지금 일어나고 있어

내릴 층이 어딘지 모르면서 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일단 아무 곳이나 눌렀는데 문이 열리면 뛰쳐나가자 겨우 마음 을 먹었는데 열린 문으로 밀려들어오는 사람들에 떠밀려 뒷걸음질 하다 그만 절벽, 절벽인거지
떨어지는 줄 알고 소리를 질렀는데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서 엄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민망함에 웃어보였던 내 누런 이는 내가 볼 수가 없잖아 그건 엄마의 그 입이 가늘고 길게 찢어지면서 그 안 에 겹겹이 나오는 내 얼굴 같은 건데 나는 죽었구나
나와 눈이 마주치는 너도 한번 죽어봐라 네 눈을 찌르자마자 내 눈 이 시려서 뜰 수 없는 눈을 한동안 부여잡고 이게 무슨 일인가 안간 힘을 쓰고 눈을 떴더니, 물속이야 그러고 보니 나는 수영을 못하니 까 살려주세여 라고 말하려는데 동그랗게 뭉기어지는 소리들 영영 멀어져 귓구멍까지 밀려들어오는 물
멀뚱히 바라만보고 있는 생선대가리들아 일제히 흐리멍덩한 눈깔을 느리게 굴려 나를 바라봐 손도 없이 나를 짓누르는 시선들 지긋지긋 하게 조여 오는 구나
단념하고 내가 눈을 감는 수밖에 눈을 감자마자 보이는 내 손 내 손 가락 내 다리 내 맨발 아래 바닥 지속되는 장판의 무늬 무늬의 연속 끝에 벽이 벽으로 이어진 벽이 벽 다음 벽이 벽을 따라 다시 이어지 는 무늬 무늬의 연속 끝에 다시 돌아온 내 맨발 내 다리 내 손 내 손 가락 끝에 걸린 여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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