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현실로 닥칠 수 있는 한반도 공습 시나리오
미국은 과연 우리의 영원한 우방인가? 소설 <조미전쟁>이 독자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남한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조미전쟁>은 지금부터 정확히 1년 후의 한반도 상황을 흥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가상의 전쟁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가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하기에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그리고 언젠가는 실제 상황으로 벌어질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결코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 소설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3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에 앞서 일어날 수 있는 7일간의 급박한 한반도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미스터리와 딜레마, 예측할 수 없는 반전, 추리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전쟁소설
2000년 7월,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북한의 대포동 3호 시험 발사를 앞두고 한반도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북한의 잠수함 한 척이 동해로 침투, 남한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납치 임무를 띤 공작조가 육지에 상륙한다. 그러나 남한 정보망에 포착된 공작조는 군 수색대의 추격을 받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임정현은 휴가차 애인 조영미와 함께 동해안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려다 우연히 군의 잠수함 퇴치작전을 목격한다. 그리고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 동행했던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 최윤재와 그의 애인이자 고정간첩 임숙진이 강릉 인근 호텔에서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임정현은 의문의 킬러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의문의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음모가 있다고 판단한 임정현은 킬러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들을 역추적, 그들이 CIA 요원들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한편 무장공비침투사건 수사를 위해 파견된 국정원 대공수사요원 최순석은 무장공비가 출몰한 인근에서 어린아이 두 명을 포함한 일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된 사건을 비롯, 도심 한복판에서의 편의점 총기 난사 사건 등 꼬리를 무는 의문의 사건을 접하고서 그 배후를 캐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러던 중 군 수색대와 무장공비와의 교전 중 아군 1개 분대가 알 수 없는 세력에 의해 전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최순석은 이 모든 것이 국내에서 '북한공격 지지'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CIA의 공작임을 밝혀낸다. 그러나 젖먹이 아기까지 무참히 살해한 편의점 테러사건이 녹화된 CCTV 테이프가 유출되어 CNN과 NHK에서 생방송으로 보도되면서 전군에 데프콘-2가 발령되어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내 여론은 '미국의 북한공격 반대'에서 '북한공격 지지'로 급전한다.
군 수색대의 추격을 따돌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북한의 특수공작원 정희철은 고정간첩 리가은과 접선, 임정현을 납치하기 위해 서울로 잠입한다. 마침내 북한은 대포동 3호를 발사하고, 미국의 북한 공습이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가운데 정희철은 국가정보원에 체포된다. 국정원은 허구의 인물 정희철을 내세워 강원도 양민학살사건과 편의점 테러사건은 모두 무장공비들의 소행이라는 가짜 기자회견을 연다. 모든 것이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가운데 고정간첩 리가은(조영미)은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에 세계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대포동 3호 시험 발사를 빌미로 북한을 공습하기 위한 미국의 음모를 폭로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 임정현에게 자신의 신분을 고백하고 도움을 청한다.
미국의 음모를 간파한 최순석은 국정원에 체포된 정희철을 금강산 관광객으로 위장하여 월북을 시도하는 한편, 임정현과 함께 전쟁을 막기 위해 협력한다. 그러나 이를 포착한 미국은 금강산 관광선 금강호를 폭격, 침몰시킨다. 임정현은 뒤늦게 자신이 타깃이 되었던 것은 그가 개발한 '방패 8·15'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국 국방부 전산망과 주요 기관의 전상망에 채택된 보안 시스템이 바로 임정현이 개발한 방패 8·15였고, 미국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이버전쟁에 관련된 엄청난 열쇠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000년 8월 3일 목요일 새벽 5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북한 공습을 개시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자는 누구인가?
2000년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북한의 대포동 3호 시험발사, 반전 여론을 뒤집기 위한 미국 정보부의 음모, 위기에 몰린 포용정책, 미국의 단일 초패권주의, 사이버전쟁 등 한반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정확한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고증을 토대로 쓰여졌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남북의 서해교전, 일본의 군국주의 심화, 심상치 않은 미국의 군사 움직임 등 <조미전쟁>의 소설적 허구가 곧 현실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는 작가는 미국의 대북공격은 이 땅의 주인인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 예로 미국은 그 동안 방어적 개념으로 수립했던 한반도 전쟁수행계획인 '작전계획 5027'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한 98년을 시점으로 적극적 공격으로 전면 수정한 '작전계획 5027-98'으로 교체했고, 뒤이어 99년 대포동 2호 발사를 겨냥해 다시 '작전계획5029'로 전면 수정한 것을 들었다. 그리고 시리아, 이라크, 유고 등에 행한 공습에서 볼 수 있었듯 미국은 자국의 당위성만 성립되면 언제든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한다.
불행은 설마가 현실로 변하는 것, 어느 날 갑자기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국의 대북공습에 소설 <조미전쟁>이 조금이나마 예방백신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