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 생활이라는 것을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도호쿠東北 지방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기에, 기차를 처음 본 것도 꽤 크고 나서였습니다. 역 안에 있는 구름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그것이 선로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그저 역내를 외국의 놀이동산처럼 복잡하게 꾸며 즐겁고 멋스럽게 만들기 위한 시설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구름다리를 오르내리는 게 제겐 몹시도 세련된 놀이라, 철도 서비스 가운데서도 가장 쓸 만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나중에 그게 그저 승객들이 선로를 건너기 위한 대단히 실리적인 계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졸지에 흥이 가셨습니다.” --- p.11
“저는 공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아뇨, 그건 제가 의식주 걱정 없는 집에서 자랐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빤한 뜻이 아니라, ‘공복’이라는 감각이 좀처럼 와 닿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배가 고파도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 p.12
“요컨대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아직 전혀 모른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행복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과 세상 사람들의 관점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으로 밤마다 뒤척이고 신음하다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제가 과연 행복할까요. 어려서부터 행복한 녀석이란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저는 제가 있는 곳이 늘 지옥 같았고, 오히려 저를 행복한 녀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 p.14
“저는 옆 사람과의 대화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릿광대였습니다.” --- p.14~15
“뭘 갖고 싶으냐는 말을 들으면, 그 순간, 갖고 싶은 것이 없어졌습니다. 뭐든 상관없다, 어차피 날 즐겁게 해주는 물건 따위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생각이 얼핏 드는 것입니다.” --- p.19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허물없이 익살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들은 제 어릿광대짓을 보며 끝없이 낄낄거리지는 않았고, 저도 남자들 앞에서 혼자 신이 나 과하게 익살을 떨다가는 실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반드시 적당한 때에 매듭을 짓고자 했지만, 여자들은 대충 끝내는 법이 없이 언제까지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그 지칠 줄 모르는 앙코르에 응하느라 녹초가 되곤 했습니다. 어찌나 잘들 웃어대는지요. 대체로 여자란, 남자보다 훨씬 더 집요하게 쾌락을 탐하는 것 같습니다.” --- p.36
“비합법. 저는 그것이 어렴풋이 즐거웠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들이 차라리 더 무서웠고, (거기서는 엄청나게 강력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그 구조를 알 길이 없었으며, 도무지 그 창문 없는 으스스한 방에는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바깥이 비합법의 바다라 해도 그곳으로 뛰어들어 헤엄치다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편이 한층 더 마음 편할 것 같았습니다.” --- p.53
“마침내 우리는 결혼했고, 그로 인한 기쁨은 꼭 그렇게 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뒤에 찾아온 슬픔은 처참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게 있어 ‘세상’은, 역시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결코 한판승부 따위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정해지는, 그런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 p.117
“지금 제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이제껏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 세계에서, 오직 한 가지 진리처럼 여겨졌던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어 사람들은 제가, 마흔이 넘은 줄로 압니다.” --- p.149
“그 사람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무심히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참 순수하고 배려심도 많았는데, 술만 안 마셨어도, 아니, 마셨더라도……, 신처럼 착한 아이였습니다.”
---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