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형태소 발달 검사
1. 형태소와 형태소의 습득
형태소에 대해 Hockett(1954)는 한 언어의 발화 속에서 개별적인 의미를 갖는 최소의 요소라고 하였다. 미국 구조언어학(Structural linguistics)에서 주로 사용된 개념으로 사물의 명칭을 나타내는 apple 등과 같은 단어는 분할할 수가 없지만 apples는 apple과 복수를 나타내는 -s로 두 단어로 구별할 수 있다. 명사뿐만 아니라 부정형 동사인 jump, climb 등과 같은 단어도 apple처럼 분할되지 않지만 과거형인 jumped, 진행형인 climbing은 jump와 과거를 나타내는 -ed, 진행을 나타내는 climb과 -ing로 나눌 수 있으며 -ed와 -ing가 붙었을 때에 의미가 바뀐다.
Stageberg(1981)는 문법의 최소 변별 단위로서 형태소가 가져야 하는 기준을 다음 세 가지로 정의하였다. 첫째, 의미를 지니는 단어 또는 단어의 일부이다. 둘째, 그 의미를 벗어난다거나 의미 없는 나머지 부분을 남기지 않고는 더 이상 의미 있는 부분으로 나눌 수 없다. 셋째, 비교적 안정된 의미를 갖고 여러 언어 환경에 되풀이하여 나타난다.
언어 발달을 측정하는 적절한 수단으로는 물론 언어의 발음, 어휘 사용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개인적 특성에 따른 발음의 다양성과 어휘 선정의 어려움으로 언어 발달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에 있어서 많은 난점이 있다. 그러므로 발음, 어휘 사용의 측면보다는 특정 언어의 화자들 중에 가장 작은 변이를 나타내고 있는 구문적인 면을 언어 발달의 측정 수단으로 삼는 것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Burt, Dulay & Hermandez, 1976).
특히 문법 형태소를 측정 대상으로 하면 구문 발달의 초기 모습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으며, 언어 자료를 쉽게 추출할 수 있어 언어가 정확히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손쉽게 판별할 수 있다(이경희, 1994). 이러한 이유로 형태소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Chomsky(1959)가 어린이의 언어 습득은 습관 형성 과정이 아닌 천부적인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에 의한 창의적 구성과정(Creative Construction Process)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이래 많은 학자들(Brown, 1973; de Villiers and de Villiers, 1973; Hakuta, 1974; Dulay & Burt, 1974; Kim Im-Deuk, 1985; 이경희, 1994)은 이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을 모국어, ESL, EFL상황에서의 어린이와 성인, 사춘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형태소 습득 순서 연구를 통해 발표하였다.
1) 모국어(L1)로서의 영어 형태소 습득 연구
Brown(1973)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2살 된 어린이 3명을 대상으로 종단적 연구(longitudinal study)를 통해 14개의 형태소 습득 순서를 조사하였다. 연구 대상 형태소가 발화 속에 나타날 수 있도록 의무적 상황(obligatory context)을 구성하여 피험자가 자신의 어머니와 대화한 내용을 분석하였는데 연구 결과 14개 대상 형태소의 습득 순서는 다음 [표 I-1]과 같았다.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습득하는 형태소는 현재 진행형이었는데, I am driving 과 같이 대부분의 어린이들의 활동이 이와 같은 유형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초기에는 I baking 처럼 조동사를 사용하지 않다가 나중에 조동사와 함께 말을 한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습득되는 것은 전치사 on과 in인데 이러한 전치사는 공간적 의미가 매우 명확할뿐더러 그들이 사용하는 놀이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복수형인데, 어린이들은 한 개의 물건을 여러 개의 물건과 초기에 잘 구분하며, 규칙 변화가 불규칙 변화보다 일찍 습득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다섯 번째는 불규칙 과거형인데 초기에는 breaked, felled 등과 같이 오류를 범하다가 나중에 정확한 형태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여섯 번째는 daddy’s chair에서처럼 ’s로 끝나는 소유격이고, 일곱 번째는 비축약 계사이며, 여덟 번째가 관사, 아홉 번째가 규칙 과거였다. 열 번째와 열한 번째는 3인칭 단수 현재형인데 불규칙형(does, has)보다 규칙형의 습득이 빠르다고 하였다. 열두 번째는 비축약 조동사이고, 마지막으로 습득되는 형태소는 축약 계사와 축약 조동사였다.
Brown(1973)은 이러한 형태소 습득 순서를 각 형태소의 복잡성으로 설명하였는데, 14개 형태소의 파생에 필요한 변형의 수를 측정하여 각 형태소에 대한 복잡성 순위를 조사한 후 습득 순서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본 결과 .86으로 매우 높은 것을 발견했다. 또한 그는 각 형태소에 의해 표현된 의미를 복잡성의 또 다른 지표로 삼음으로써 문법적 복잡성과 의미적 복잡성을 통해 습득 순서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이 연구에 자극을 받아 유사한 연구가 이어졌으며 모국어(L1)에 있어 Brown(1973)이 제시한 문법적 형태소 습득 순서를 확인하였다(de Villiers & de Villiers, 1973). de Villiers와 de Villiers(1973)도 Brown이 연구했던 14개 형태소를 횡단적 연구(cross-sectional study) 방법을 통해 21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형태소 습득 순서를 조사하였는데, 이 연구 결과에서도 어린이들은 현재 진행형, 복수형, 전치사를 일찍 습득하고 3인칭 단수 현재형, 계사, 비축약 조동사를 늦게 습득한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Brown(1973)의 연구 결과를 확인해 주었다.
이 두 연구의 중요성은 연구 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어린이들의 형태소 습득은 지속적으로 변함없는 순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국어의 보편적 형태소 습득은 제 2언어 습득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언어 발달을 측정하는 적절한 수단을 결정할 때, 물론 언어의 발음, 어휘 사용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개인적 특성에 따른 발음의 다양성과 어휘 선정의 어려움으로 언어 발달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에 있어 약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발음, 어휘 사용의 측면보다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 사이에서 가장 작은 차이를 보이는 구문적인 면을 측정 수단으로 삼는 것이 적당하다고 할 수 있겠다(Burt, Dulay & Hermandez,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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