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같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 생활문화가 존재하는 경우에 그 섬세한 차이가 바로 관광객을 유인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체험하게 하여 지역 인지도를 높이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생활문화의 지역다름을 소재로 한 관광상품 개발과 운영은 여행사나 리조트와 같이 전업 차원의 프로페셔널 관광으로도 가능하지만, 유관한 지역기관이나 임의단체 등이 겸업이나 부업 차원으로 추진하는 아마추어 관광으로도 가능하다. 부업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아마추어 관광상품의 개발과 운영 방식은 계절성이 강해 성수기와 비수기의 차이가 큰 우리나라의 관광환경에 비추어 볼 때 전업 차원으로 이루어지는 프로페셔널 관광상품의 개발과 운영 방식보다 사업 타당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전업으로 관광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경영관리 기술이 필요하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 p.18~19
생활여행은 범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에어비엔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라는 슬로건처럼 젊은이들이 이용하는 www.couchsurfing.org 사례를 통해서도 이러한 트렌드는 잘 나타나고 있다. 에어비엔비는 현지 주민들의 숙박시설을 이용한 생활여행을 지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현지 주민 과의 만남 없이 숙소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제공하는 정도의 단순 숙박체험 이주를 이루고 있다. 서구에서는 쇼트스테이라는 이름으로 타국에서 여름을 지내는 여행 형태가 있어왔다. 여행의 근원적 동기가 일상탈출이고, 탈일상성은 현지인 모드로 여행에 참여하였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생활여행이야말로 탈일상성을 극대화하여 일상회복을 최대화하는 수요적 측면이 있다.
생활여행은 공급적 차원에서 볼 때 강한 목적지 정체성을 기반으로 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다움의 창출이라는 큰 명제를 가진다. 따라서 지역다움이 나름대로 구축되어 있는 곳에서는 보유한 자원을 그냥 구슬 꿰듯이 연결하기만 해도 생활여행을 유치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지효성, 하향 콘텐츠 중심의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러한 저투자 생활여행 유치 방안은 대량관광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식, 하드웨어 중심의 지역관광 개발 방안과는 전혀 다른 속효성, 상향식,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해당지역 주민들의 주민 역량 강화 수단의 의미도 있다. 다시 말해서 주민 주도로 기존 자원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여 관광객을 유치하여 주민들 스스로 관광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경험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예방주사의 기능도 하게 되는 것이다. --- p.50~51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주말에는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다.)은 도자기 체험, 화성열차 탑승, 무예 24기 관람 등 각종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지만, 과연 유산관광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역사 속으로 빠진 또 다른 나’의 발견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역사 속으로 빠진 또 다른 나’의 발견을 유산관광을 통한 실존적 진정성이라고 한다. 모든 방문객이 유산관광을 통해 반드시 실존적 진정성을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원하는 사람은 느낄 수 있어야 유산관광의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화성의 성곽 주변을 걸으면서 이국에서의 이색적 경관에 빠져들어가는 외국인 여행객들은 체험활동 참여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실존적 진정성에 다가가는 것 같다. 방문 동기나 몰입 가능성 등 방문자 각각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성곽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성곽 둘레를 걷다 보면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나만을 위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체로 바쁜 생활 속에서 모처럼 시간을 내어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목적 지향적 여행객들이 유산관광지에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서일 것이다.
방문자들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곽의 가치가 매우 의미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 진정성을 강화시키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실존적 진정성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실존적 진정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가장 영향력 있는 재방문의 결정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 p.176~177
어촌관광의 매력도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어촌관광 활성화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생태교육 차원에서 관광을 도입한 생태관광상품의 개발이다. 전라남도 홍도 등 일부 도서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수려한 자연환경의 보존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접근성 불량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다 몰입된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시도이다. 도서지역까지 배를 타고 가는 동안 목적지와 관련된 사전교육을 진행하고, 공정여행 차원에서 도서지역의 생활문화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는 섬 생활여행이 바로 생태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 물론 도서지역의 생태적 수용력 범위 내로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관리체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어촌지역의 전통과 생활문화를 소재로 한 문화체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어촌지역의 풍어제 등 축제를 활용한 이벤트 상품 개발이 이에 속한다. 어촌지역의 생활문화를 소재로 활용한 민박, 낚시, 오징어말리기, 젓갈담그기 등 어촌의 생활환경을 있는 그대로 도시민이 체험하게 하 는 상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 p.290~291
지역주민들이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발동을 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관광을 유지하려면 결국 주민이 주도하는 관광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끄는 하향식 사업 추진보다 주민이 주도하는 상향식 사업 추진이 장기적으로는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집체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주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방법은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가진 일부 주민들에게 소규모 선도 사업을 실제로 시행해 보도록 지원하여 주민들 스스로 참여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과실도 맛볼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목표를 낮추어 시간을 갖고 프로세스 플래닝이라는 차원에서 시행된다면, 이러한 선도 사업의 성과는 신속하게 지역사회에 확산되어, 보다 많은 주민들이 더욱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이 이름 그대로 마중물 사업이다.
즉, 마중물 사업은 주민들의 이해도 증진을 통한 공감대 확산, 자신감 터득과 성과체험을 통해 참여를 촉진하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 p.329~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