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학자가 무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모든 경제이론의 기초이자 출발점인 패러다임이 경제현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이 신고전파, 케인스파, 마르크스파, 제도학파, 역사학파, 진화주의, 행동주의, 복잡계경제학 등으로 분열된 것도 패러다임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기초가 부실하면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존립할 수 없듯이 패러다임이 부실하면 그 위에 세워진 각종 이론들이 아무리 분화하고 진화하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는 것이다. 경제예측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경제를 읽어내고 예측하며, 경제학이 경제생활에 유용하게 진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부합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p. 6, 머리말_왜 경제학은 종종 경제악이 되는가
색에 빨강, 노랑, 파랑의 3원색이 있듯이 경제현상에도 가격현상, 소득현상, 체제현상이라는 3원 현상이 있다. 이 3가지 현상들이 서로 섞여 비로소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겪는 경제현상이 만들어진다. 유의할 것은 색상은 변하지 않지만 경제현상은 항상 변동한다는 사실이다. 색은 각 원색의 조합에 따라 어떤 색깔이 나오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경제현상은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변동을 불러오는 운동원리를 따져서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현상의 합성이 어떤 결과를 빚어내는지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p.17, 1장_경제학이 죽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 p.17
경제체가 유기체적인 존재라면 병리적 현상도 종종 일어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체는 비록 생명체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분명히 유기체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순환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 그 결정적인 증거이며,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경제체에도 경보체계와 면역체계가 존재해 유기체와 비슷한 특성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에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우리 몸의 체온이 오른 것과 비슷하고 경제에서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것은 우리 뭄의 혈압이 높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경제체의 총공급 능력보다 총수요가 더 커져서 경기가 과열되면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불안해지고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것이다.---p.28, 1장_경제학이 죽어야 경제가 살아난다
현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가르친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쌀 한 가마에 15만 원, 양복 한 벌은 50만 원, 중형 자동차 한 대가 3,000만 원이라는 가격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내총생산 1,000조 원, 화폐발행액 33조 원 등이 위의 가격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국내총생산이 2,000조 원으로 늘어난다면 재화의 가격이 달라지며 재화 사이의 교환비율도 달라져 물가수준이 변한다. 심지어 이런 가격변동은 소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은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p.74, 2장_경제를 움직이는 과학적인 원리들
현 경제학은 돈의 가치가 그것이 어디에 있든 똑같다고 간주한다. 내 손안에 있는 1만 원이나 은행에 있는 1만 원이나 똑같은 가치를 갖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틀렸다. 내 손안의 1만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이자를 주고, 내가 은행에서 1만 원을 빌리면 이자를 내야 한다. 이처럼 돈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위치에너지 때문이다. 빌리는 입장에서는 은행의 위치가 내 호주머니보다 높기 때문에 위치에너지를 갖는다. 예금하는 입장에서는 그 반대다. 따라서 돈이 내 호주머니에서 은행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자라는 운동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개념을 도입하면 화폐발행이 왜 물가를 상승시키는지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p.183, 2장_경제를 움직이는 과학적인 원리들
흔히 환율은 화폐의 대외가치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규정으로는 환율이 한 나라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환율은 국민경제의 체력과 건강의 척도라고 본다. 환율이 상승하면, 즉 화폐의 대외가치가 떨어지면 국민경제의 건강과 체력이 그만큼 나빠진 것을 의미하고 환율이 하락하면, 즉 화폐의 대외가치가 상승하면 국민경제의 건강과 체력이 그만큼 양호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환율은 어느 경제지표 못지않게 중요하다. 경제체력을 잃으면 경제활동이 약화되고, 경제활동의 약화는 결국 경제난이나 경제위기를 부르고 만다.---p.236, 2장_경제를 움직이는 과학적인 원리들
총공급이 경제성장을 제약하므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할 때는 공급의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 공급 부문에서는 한계생산성 체증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총수요가 경기변동을 제약하므로 경기안정을 추구해야 할 때는 수요의 관점에서 경제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소기의 정책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수요 부문이 선도적으로 팽창할 때는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이 작동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총수요는 분배의 질이 결정하고 분배의 질은 경기안정이 좌우하므로 경기안정을 최우선적인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 경기안정은 경기가 상승할 때부터 도모해야 하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게 조절하고 과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경기호조를 기대할 수 있다.---p.383, 2장_경제를 움직이는 과학적인 원리들
현실경제에서는 병리적 현상이 흔히 나타난다. 비정상적인 경기변동이나 환율급변 그리고 물가불안과 같은 비교적 가벼운 증상에서 경제공황이나 물가폭등처럼 경제를 무너뜨릴 정도로 치명적인 증상도 종종 나타난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환란과 같은 재앙 역시 드물지 않으며, 우리 경제도 10여 년 전에 이 경제질병을 심각하게 겪은 바 있다. 일찍이 1930년대에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대공황은 전형적인 경제질병으로서 10여 년 동안 유례없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안겨줬다. 따라서 병리학적 관점에서 경제위기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p.394, 3장_경제병리학, 정확한 경제예측의 기반
경제공황, 초인플레이션, 장기침체, 외환위기, 금융위기, 재정위기 등은 금융시스템 위기를 통해 일어난다. 모든 경제위기의 근원은 금융위기이며, 이는 거품경기로 일컬어지는 경기과열에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해 경기과열 이후에 금융위기가 나타났고 그 뒤에 이와 같은 경제질병들이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경기과열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경제질병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질병은 모두 일란성 쌍둥이라고 부를 수 있다.---p.510, 3장_경제병리학, 정확한 경제예측의 기반
결론적으로 가장 좋은 경제정책은 선제적인 경제정책이다.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려고 할 때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하강이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 후에야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은 최악의 경제정책이다. 이런 때에 경기흐름에 역류하는 경제정책을 채택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설령 성공하더라도 투입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 후유증도 심각하다.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의 피해와 후유증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만약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면 경제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보다는 우선 그 흐름에 순응하고, 흐름을 바탕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꾸도록 해야 한다.---p.526, 4장_경제정책,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경기후퇴가 급속하게 진행할 경우만 제외하고 그 어떤 명분으로도 경기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물론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때 맞불을 놓는 것처럼 위기 때는 경기후퇴를 정책적으로 더욱 가속화시켜야 한다. 이는 어차피 무너질 기업들의 퇴출을 촉진시켜 인위적으로 공급자시장을 조성하고 경기를 빠른 시일 내에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그 외에는 경기후퇴를 조장하는 정책을 선택하면 그 결과는 처참하다. 아무리 양보할 수 없는 기본적인 경제정의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나 부동산투기, 가계부채, 국가부채, 빈부격차, 구조조정, 기업지내 구조 등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던 어떤 명제로 인해 경기흐름을 희생하면 그 현안들이 오히려 더 악화되곤 한다. ---pp.548-549, 4장_경제정책,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경제학은 사회과학이다. 사회현상 중에서 반복적인 현상을 가려내고 반복적인 현상에서 규칙성을 찾아내며, 그 규칙성에서 운동원리를 찾아내어 이론화한 것이 바로 경제학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론이 정립된 범위 안에서 경제학은 경제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법칙을 이미 알아냈는데 경제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경제학에서 어떤 이론의 옳고 그름은 그 이론에 입각한 예측에 의해 판가름할 수 있다. 미래경제학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들조차 불가, 능하다고 여겨온 경제예측이 어느 한계 내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p.573, 5장_예측하는 경제학, 미래경제학의 탄생
경기를 진단하는 일은 이처럼 복잡하고 난해하다. 그래서 다년간의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정확한 경기진단을 위해서는 모든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판단의 기준을 확실하게 세워두면 아무리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라도 어렵지 않게 풀어갈 수 있다. 즉 경기상승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판단할 기준을 잠재성장률로 삼으면 경기진단이 의외로 쉽다. 만약 실현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으? 경기는 조만간 하강할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여건과 환경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100m를 10초에 달릴 수 있는 사람도 오르막에서는 같은 속도를 낼 수 없으며, 절벽을 오를 때라면 그마저도 기어서 올라가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로 경제여건이 나쁘면 잠재성장률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p.584, 5장_예측하는 경제학, 미래경제학의 탄생
경제병리학의 개념을 도입하면 최근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다. 또 신용창조의 역과정인 신용수렴을 도입하면 금융위기의 전개과정을 쉽게 포착해낼 수 있다. 또한 수요의 시간이동을 도입하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경기순환을 비교적 쉽게 포착할 수 있으며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과 전개과정도 쉽게 적출할 수 있다. 그리고 한계의 개념을 소득이론에 확장하면 학문적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으며 전기대비 성장률의 의의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p.652, 맺음말_경제번영을 위해서는 미래경제학의 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