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면 오만할 만도 하지 않겠어. 집안 좋겠다, 재산 많겠다, 원하는 건 전부 갖췄겠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자기를 대단하게 여긴다고 이상할 것도 없잖아. 이렇게 말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 정도면 얼마든지 오만할 자격이 있다고 봐.”
다아시 씨는 처음엔 그녀가 예쁘다는 걸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무도회에서 그녀를 처음 봤을 땐 아무런 호감을 느끼지 못했고, 그다음에 봤을 때도 그저 흠잡을 거리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다는 걸 자기 자신과 친구들에게 확인시킨 바로 그 순간,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어린 아름다운 눈빛으로 인해 그녀의 얼굴이 상당히 지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아무리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안 될 것 같습니다. 제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이 말을 꼭 해야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얼마나 깊이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입니다.”
그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지금은 이렇게 다르게 보이다니!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다아시에 대해서든 위컴에 대해서든 어쩌면 그토록 사람 보는 안목이 없었는지, 어쩌면 그토록 편파적으로 편견에 가득 차서 어리석게 행동했는지 창피할 따름이었다.
오만하기 그지없던 남자가 이토록 크게 달라졌으니 놀라기도 했지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은 순전히 사랑, 그것도 열정적인 사랑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처음 사랑을 느끼게 된 정확한 시간과 장소, 표정, 말 같은 건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요. 아, 내가 사랑을 시작했구나, 라는 걸 알았을 땐 이미 한창 사랑에 빠져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