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캐서린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열정으로 독서에 탐닉했고 결국 그러한 독서로 작가적인 소질의 싹을 피우게 된다. 기술자와 결혼해서 브라질에서 9년간 살다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왔다. 밤이면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독서 대신에 로맨스 소설을 쓰게 되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요리를 하거나 오페라를 듣는다. 또한 고가구 상점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며 래브라도 강을 산책하는 것도 그녀의 일과 중 하나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안녕하십니까? 나 제임 드 아르메이다요. 당신이 어제 도착한 새어머님의 딸이란 그 미스 앤서니아 그랜트시오?」
그 음성에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그녀를 환영하고 있지 않다는 확연한 기분만을 안겨 줄 뿐….
「당신의 불행에 대해선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드리고 싶소. 다만 다이애나를 만나게 된 것엔 축하의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말이오」
「제가 이곳에 온 동기에 대해 불쾌한 상상을 하고 계신 건 아니겠죠?」
그의 검은 눈동자가 뚫어지도록 앤서니아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새어머님을 사랑하오. 그만큼 그녀에게 상처가 될 만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다는 뜻이오. 당신의 동기가 무엇이든 어머님을 아프게 할 순 없소. 내 말을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거요, 미스 그랜트. 난 남들보다 강한 남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