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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타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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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타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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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0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16쪽 | 834g | 166*230*35mm
ISBN13 9788925559421
ISBN10 892555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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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모르겠다. 적어도 그렇게 날이 저물고 밤을 지새우고 그다음 날이 밝은 모양이다. 키케로는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여러 차례 뺨을 확인했지만 얼음같이 차갑긴 해도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그때마다 잠깐씩 눈을 떴다가 다시 감기도 했다. 후일의 술회에 따르면, 키케로는 익사까지 각오했다지만 정작 심한 뱃멀미 덕분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없었다. 어머니 자연은 그런 식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을 망각의 두려움에서 구원하고 죽음을 자애로운 해방으로 보이게 했다. 다음 날 정신을 차렸을 때 폭풍이 걷히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깨닫고는 평생 그렇게 놀란 적이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삶이 이렇게 비루할 바에야 그렇게라도 죽는 게 낫겠건만.”
--- p.30~31

다음 날, 키케로가 원로원에 참석차 언덕을 내려가는데 시민들이 그를 에워쌌다. 원로원 밖에서도 원로 수십 명이 그를 기다렸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동안, 키케로는 정말로 과거 전성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보기에도 사람들의 환호에 흠뻑 취해 있었다. 공교롭게도 때마침 원로원의 마지막 모임이었다. 그 이후로는 연례 휴가이기에 어딘가 잔뜩 들뜬 분위기였다. 복점관들이 하늘이 상서롭다고 점괘를 내고 원로원들이 줄을 서서 원로원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키케로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더니 순서지를 가리켰다. 그날 논의할 주요 의제는 폼페이우스였다. 국고 4,000만 세스테르티우스를 폼페이우스에게 지불해 곡물 구매를 지원한다.
--- p.136

이제 문제는 나를 어떻게 하느냐였다. 나는 어떻게든 남지 않으려 했고 키케로 또한 두고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로마에 돌아가야 했다. 임박한 내전도 막고 개선식을 위해 로비도 필요했다. 개선식 얘기라면 신기하게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기에 비서가 회복할 때까지 그리스에 며칠씩 지체할 수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코린트에 머물렀어야 했다. 난 파트라이까지 이틀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믿었다. 그곳에 가면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건너갈 수 있다고. 아니, 멍청한 생각이었다. 나는 담요로 감싼 후 마차 뒤에 누웠다. 해변도로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파트라이에 도착했을 때는 일행에게 나를 두고 떠나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 배를 오래 타면 아무래도 죽을 것만 같았다. 키케로는 머뭇거렸지만 끝내 포기했다. 나는 부두 근처, 그리스 상인 리소의 별장에 누웠다. 키케로, 마르쿠스, 어린 퀸투스가 침대에 모여 작별 인사를 하고 악수도 했다. 키케로는 흐느껴 울었다. 나는 우리 이별이 마치 소크라테스의 임종을 닮았다는 둥 너스레를 떨었다. 마침내 사람들이 떠났다. --- p. 226쪽

카이사르의 운명이 그랬다. 키케로의 판단은 정확했다. 카이사르는 미쳤다. 성공 때문에 허영에 빠지고 허영이 이성을 삼켜버린 것이다.
그가 자신을 기려 한 해의 일곱 번째 달을 ‘July’라고 개명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이미 자신을 신으로 선언하고, 종교 행사가 있으면 자기 조각상을 특수 화차로 운반해 설치하며, 공식서약 시에는 로마의 유피테르와 페나테스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더하라는 칙령도 내렸다. 영구 딕타토르의 영예도 따낸 뒤에는, 자신을 황제이자 국부로 봉하고 황금왕좌에 앉아 원로회의를 주재했다. 특별히 보라색과 황금색의 토가를 입고, 카피톨의 고대 로마 7대 왕 조각상 옆에 여덟 번째를 더하고(카이사르 자신), 왕의 특권을 이용해 동전에 자기 얼굴도 새겨 넣었다.
--- p.337

“여러분께 부탁하오니, 부디 저 고귀한 젊은이의 이름을 따뜻한 박수갈채로 환영해주세요. 고귀하고 신성한 봉사는 당연히 고귀하고 신성한 영예로 보상해야 합니다. 로마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그 어떠한 평화조약도 거부하는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안토니우스는 사악한 죄인입니다. 극악무도하고 야만적인 짐승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아니라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지, 아니면 고통과 불명예 속에서 멸망할지입니다! 전 여러분을 위해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오랜 공백 끝에 처음으로 오늘 우리는 제 조언과 실례를 바탕으로 자유와 희망의 불씨를 보았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키케로는 한 발짝 물러나 연설이 끝났음을 알렸다. 군중들은 고함을 지르고 발을 구르며 동의를 표했다. 그리하여 키케로의 공직 생활 중 마지막이자 가장 영예로운 단계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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