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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잇 블리드

렛 잇 블리드

버티고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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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476쪽 | 436g | 128*188*30mm
ISBN13 9791188285617
ISBN10 118828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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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생각은 마.” 한 경관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말뿐이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두 십대 소년은 가드레일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들이 버려둔 차에서 3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리버스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손가락으로 가리켜 그들이 아닌 차로 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두었다. 트렁크는 살짝 열려 있었다. 리버스는 조심스레 마저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트렁크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가 트렁크를 닫자 위태롭게 걸쳐진 차가 앞뒤로 몇 번 흔들리다가 멈추었다. 그가 금발 소년을 돌아보았다.
“안 추워?” 리버스가 말했다. “차에 들어가서 얘기할까?”
바로 그때부터 세상이 슬로 모션에 빠져들었다. 금발 소년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친구를 감싸 안았다. 두 소년은 등지고 있던 가드레일에 몸을 기댔다. 금속판은 그들의 체중을 버텨내지 못했다. 보도에 디뎌진 싸구려 운동화가 미끄러지면서 그들의 다리가 위로 번쩍 들렸다. 그리고 그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 --- p.24

그의 시선이 다시 벽에 걸린 시계로 돌아갔다. 20분만 더 참으면 귀가할 수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키 작은 남자가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남자는 얇은 항공 재킷과 해진 바지 차림이었다. 그의 두 손은 재킷 주머니에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당신이 의원이오?” 남자가 물었다.
길레스피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헬레나 프로핏을 돌아보았다. “당신은 뭐요?”
“제 비서입니다.” 톰 길레스피가 설명했다. 헬레나 프로핏과 남자는 잠시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용건을 얘기하지.” 남자가 말했다. 그가 재킷 지퍼를 내리고 총신을 짧게 자른 산탄총을 뽑아들었다.
“당신,” 그가 프로핏에게 말했다. “당신은 꺼져.” 그가 산탄총을 의원에게 겨누었다. “넌 꼼짝 말고.” --- p.71

“‘추크츠방’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독일어인가요?” 리버스가 말했다.
그제야 차터스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체스 포지션이죠. 자기에게 불리하게 말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국. 재앙 같은 결과가 나올 걸 뻔히 알면서도 무조건 말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뜻하죠.” --- p.341

그는 누가, 혹은 무엇이 윌리와 딕시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 뼈만 앙상한 이 여자애가? 그 애들 스스로가? 무섭게 추격했던 경찰이? 그 모든 걸 허락해준 시장이? 커스티를 멀리 쫓아낸 계모가? 가만히 따져보면 계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에게도 분명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다.
어쩌면 시스템의 문제였는지도 몰랐다. 새미가 열렬하게 비난했던 시스템. 윌리와 딕시에게 실망을 주고 이아인 헌터 경과 로비 매티슨 같은 사람들을 보호해온 바로 그 시스템. 모든 문제는 균형에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패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등 떠밀려 추락하는 사람들. 견디다 못해 알아서 추락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을 쫓기 위해 기어이 잔해에서 기어 나왔던 리버스 자신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바짝 다가가 그들로 하여금 운명의 선택을 하게끔 부추긴 그 때문에. 내 집착 때문에. 그는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도덕성 때문에. --- p.362

수백 개의 일자리, 기업 분할, 행복하게 웃는 얼굴들. 솔티 두게리 같은 사람들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감사한 기회. 리버스는 과연 자신에게 그런 사람들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울 권한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사람들은 누가 무슨 죄를 저지르고 어떻게 처벌을 모면했는지에 관심이 없었다. 매달 말에 꼬박꼬박 월급이 지급되기만 한다면. 길레스피는 죽었다. 하지만 리버스는 이들이 그를 죽이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네 사람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의 자신감, 그들의 무심함, ‘선의’에서 한 일이었다는 그들의 주장, 그들에 대한 모든 게 역겹게 느껴졌다. 그들은 세상 물정을 너무나 잘 알았다. 누가, 아니, 무엇이 이 세상을 이끌어나가는지 알고 있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경찰이나 정치인처럼 최전선에 나서는 어리석은 이들이 아니었다.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뒤에서 조용히, 그리고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 필요에 따라 뇌물을 쓰고 ‘진전’과 ‘제도’라는 이름으로 법을 어기는 사람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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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마스터 랜킨이 돌아왔다. 진실한 논평으로 가득 찬 강렬한 소설.”
- [선데이 익스프레스]
“랜킨은 범죄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거장이다. 배경, 플롯, 캐릭터, 그리고 주제를 도덕적 차원에서 완벽히 섞어낸다.”
- [가디언]
“맛깔 나는 도덕적 난제가 곁들여진 깊고 어두운 미스터리.”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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