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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야화

: 태초의 신

리뷰 총점9.0 리뷰 6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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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412g | 128*188*30mm
ISBN13 9791131592335
ISBN10 113159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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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신당 안, 영은 번쩍 눈을 떴다. 비릿한 냄새가 코끝에 맴돌았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를 악물게 만드는 끔찍한 통증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고, 몸을 움직이려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냄새 한번 엄청나네.”
스윽 하고 나타난 요요가 빙글거리며 웃더니, 영의 위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문 닫힌 신당은 빛 하나 없이 컴컴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눈은 노랗게 요요히 빛났다. 그녀는 영의 손목을 한 번 핥았다.
“엄청 맛있다, 너.”
요요가 상기된 얼굴로 영에게 말했고, 영은 그녀의 말은 듣지도 못하고 정신이 또렷해질수록 점점 확연히 느껴지는 통증에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인간들이란 어찌도 이리 잔인한가. 요요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다. 마을 사람들이 영에게 어떻게 하는지, 영의 아비가 제 자식을 어떤 식으로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그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어떻게 할 거야?”
요요가 질문을 던진 그 순간 초가 나타났다. 초는 물끄러미 무표정한 얼굴로 죽어 가고 있는 영을 바라보았다. 신당의 바닥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고통에 허덕이는 영을 바라보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영의 이마에 제 손을 얹었다.
갑작스레 시원해지는 이마와 함께 사라지는 통증에 영이 눈을 떠 초와 마주 보았다.
“원하는 것을 말하라.”
갓 태어난 짐승의 것과도 같은 시커먼 눈동자를 바라보며 영은 울었다. 그 눈을 보자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서글프고, 억울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죽는 것이 두려워서 영은 울었다.
“살, 살려 주세요.”
“쳇.”
영의 말에 초는 고개를 끄덕였고, 요요는 입을 삐죽거렸다. 초는 천천히 영의 손목과 발목을 순서대로 잡았고, 그녀의 손길이 닿은 자리는 흉터 하나 없이 매끄럽게 변해 있었다. 양 손목과 양 발목을 모두 원래대로 되돌린 그녀는 영의 머리맡으로 가더니 그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파랗게 질려 있던 영의 얼굴이 서서히 발그스름해지기 시작하였다.
“조금 자거라.”
초가 영에게 말하자,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영은 두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었다. 영이 잠에 들자 초가 슬쩍 요요를 바라보았고, 요요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곧 호랑이로 변해 영을 제 등에 둘러메었다. 초는 호랑이가 된 요요의 머리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그 거대한 짐승은 마치 기분 좋은 듯 그르렁거렸다.
“뒤따라가마.”
초가 신당의 문을 활짝 열었고, 요요는 그 문을 통해 뛰쳐나갔다. 날랜 호랑이가 뛰쳐나간 신당의 문으로 희미한 달빛이 들어섰다. 초는 바닥을 흥건히 적신 붉은 피에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이 스친 그 순간 나무 바닥의 틈 사이로 무엇인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점차 크게 자라나더니 나무 바닥을 부수고 신당의 천장을 뚫고는 거대한 나무가 되었다. 초는 두 눈을 감더니 자라나는 나무들을 향해 이마를 대고 가만히 서 있었다. 우우웅. 바람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고,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신당 안을, 이 산을 가득 메웠다.
초는 두 눈을 떠 천장을 부수고 있는 여러 그루의 나무들을 한 번 둘러보더니 어느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당 또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곳엔 그저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푸른 나무만이 가득하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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