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특히 『인터랙션 디자인: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이 출간된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터랙션 디자인은 자신의 분야를 충실하게 쌓아왔다. 인터랙션 디자인에 대해 들어본 적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어떻게 디지털 기기가 동작하는지가 해당 기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 예쁘게 생겼지만 기능이 엉망인 휴대폰을 사면 몇 달간 아주 짜증이 난다. 우리가 경험하고 유명 언론들이 극찬한 최고의 제품들은 기능적으로도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제품들이다.
지난 몇 년간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정말 멋진 인터랙션 디자인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 기간이기도 하다. 애플 아이폰, 닌텐도 위, 아이로봇 룸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트위터,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바로 그것이다. 웹이 그 자체로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잘 다듬어진 플랫폼으로 변해가는 동안 지난 시대의 '멍청한' 제품들은 점점 더 많은 집적회로, 센서, 네트워킹 기능을 갖게 됐다.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은 인터넷과 연결돼 멋진 조합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기기들은 자신이 있는 물리적 공간을 인식하고 지리 정보를 제공한다. 프로세싱 파워의 발전, 클라우드 컴퓨팅, 저렴한 디지털 스토리지 등이 이 모든 제품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들은 인터랙션 디자인 규칙을 다시 써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디지털 기기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은 지난 40년간 데스크톱 컴퓨터 메타포에 맞춰 왔지만 이제 많은 것이 덧붙어 바뀌었다. 우리는 제품들과 관계를 맺는다(지난 시대와는 서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분야에 있어서는 실로 멋진 시대다.
이 책의 내용은 디지털 제품을 어떻게 동작하게 할지를 정의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프로그램 코드는 한 줄도 없으며, 테크놀로지나 플랫폼에 대해서는 최대한 넓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 분야에 처음 들어온 신참 디자이너부터 지금까지 일해온 프로세스를 재정의하거나 새로운 디자인 툴을 도입하려는 전문가 양쪽을 모두 염두에 두고 이 책을 기술했다.---저자 서문 중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개정판』이 드디어 여러분께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번역하기도 생소했던 많은 단어와 개념들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가 됐습니다. 초판에서 댄 새퍼는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진행하는 업무나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서비스와 사용자 간 인터랙션의 경험'을 해당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번역자도 중언부언 번역하면서 곤란함을 느꼈습니다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수많은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가 어떻게 사람 간의 연결을 만들어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랙션 디자인' 개정판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초판의 단순한 '개정증보판'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한 3년 사이에 사람들이 인터랙션 디자인에 대해서 갖게 된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인터랙션 디자인을 인식하고, 그 결과로 제시되는 사용자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스마트폰은 충분한 프로세서 성능과 인터넷 접속 능력을 바탕으로 음악 감상에서부터 삶의 단편을 기록하는 것에 이르는 수백만 가지의 제품과 서비스(애플리케이션)를 제공합니다. 사람들이 IT 제품·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식, 인터넷이 정보를 처리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방식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했습니다. 이 혁신의 한가운데에 사용자들이 기기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을 이끌어내는 기법인 인터랙션 디자인이 있습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초판에서는 아직 스마트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판이 출간된 이후에 이 책은 기존 서비스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이 책에서는 제품·서비스라고 말하는 것의 총합) 기획자들에게 충분한 이정표가 돼주었습니다. 터치스크린 태블릿이 세상에 선보이기 전에 이번 개정판이 나왔지만, 저는 아이패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디자인할 때 이 책 전체를 몇 번이고 곱씹었습니다.
이 책의 3번째 판이 나올 때쯤이면 디바이스들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최근의 모바일 기기가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사용자 경험을 구현해 낼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라도 이 책은 여전히 인터랙션 디자인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간결하고 잘 정리된 기본 기법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인터랙션 디자인의 역사와 근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체계적 교육을 거치지 않은 채 이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타인을 편리하게 만들고 더 잘 연결되게 만드는 '선한 디자인'이라는 업의 목적을 설명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주었습니다.
개정판을 번역하기 시작할 때부터 IT 업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일하는 친구들이 이 책이 대체 언제 번역돼 나오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점점 더 중요해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첨단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면서, 혹은 시간과 실수를 통해 독학해 온 많은 게임·인터랙션 디자이너들이 개정판의 출간을 기뻐해 주기를 바랍니다. 인터랙션 디자이너는 근원적인 곳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가 만들어낸 제품·서비스를 통해 한번에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꾼다는 저자의 말이 이 책을 읽는 분들께 길잡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번역에서 한글로 번역 가능한 것은 최대한 바꾸는 것이 번역자의 의무겠습니다만, 사실 이 책은 실무 개론서이고, 미국과 별 시간차 없이, 학계의 중재 없이 산업에 바로 받아들인 인터랙션 디자인 업무의 성격상 현장에서 영어가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실무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통용되는 대로 영어 음차로 바꾸되 한글로 번역 가능한 것은 최대한 바꿔보고자 했습니다.
초판에서는 '디테일'을 모두 '세부'로 번역하거나, '프로세스'를 '단계'로 바꾸는 등 되도록이면 영어 음차를 남겨두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이것이 오히려 업계에서 쓰는 용어와 거리가 있고, 문장을 모호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개정판 번역에서는 최근에 신문 기사에서 일반적으로 쓰일 정도의 영어 단어는 음차 그대로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게임·애플리케이션 개발 분야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통용되는 수준을 목표로 삼았습니다만, 다른 업계의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을 두신 분들께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기를 희망합니다.
-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수인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