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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속은 하얗다

사과 속은 하얗다

안정은 | 다향 | 2012년 02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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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15g | 128*188*30mm
ISBN13 9788966395569
ISBN10 896639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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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은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남자와 같이 샤워를 한다니! 외국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홍옥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국광은 다시 홍옥을 번쩍 들어 안았다.
“왜, 왜요? 샤워 안 해요?”
“안 돼!”
“왜요? 일단 씻어야지!”
“급해. 더군다나 내가 씻겨 주면 간지럽다고 도망갈 거 같아서.”
“그, 그럼 내가 혼자……!”
국광은 홍옥의 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방으로 향했다. 그는 홍옥을 침대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입술을 탐했다. 홍옥은 조금 능숙해진 움직임으로 그의 키스를 받아내었다.
“치약 향기가 나요…….”
홍옥이 잠시 입을 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점점 가빠져 오는 숨 때문에 숨소리가 거칠어져만 갔다. 국광은 홍옥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고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 난폭할지도 몰라. 난 뭐든 있는 힘껏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서…….”
그의 숨소리가 뜨거웠다. 그는 말을 하는 동안 홍옥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고 있었다. 블라우스에 웬 단추가 이렇게 많은지!
“알아요…….”
“게다가 부드럽게 하면 네가 간지러워하니까…….”
“아…….”
복병은 따로 있었다. 그가 애무를 시작하면 간지러워 분위기가 깨진다는 걸 깜빡했다. 홍옥은 이번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태훈과의 약속도 약속이었지만, 그녀도 그가 무척이나 갖고 싶었다.
“거칠게 다뤄 줘요. 간지러움 따윈 못 느끼게!”
“훗.”
국광이 얼핏 웃음소리를 흘렸다. 비장한 각오를 한 듯 단호하게 말하는 홍옥의 말이 의외로 사랑스럽게 들렸던 것이다.
“원하던 바.”
국광은 홍옥의 블라우스를 힘껏 제쳤다. 마지막까지 풀어내지 못한 단추가 두둑 떨어져 나갔다. 그런 뒤 그는 제 셔츠도 빠른 손놀림으로 벗어 던졌다. 꾸준한 운동으로 탄력 있게 근육이 잡힌 그의 상체가 드러났다.
홍옥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선이 남자답게 멋있었다. 미세한 근육들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그의 몸은 훌륭한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중략〉
완벽하게 나체가 된 홍옥의 몸을 보고 있노라니 국광은 숨이 턱턱 막혀 왔다. 여자의 알몸이 거기서 거기라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오만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홍옥의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아름다워…….”
“부끄러워요…….”
“정말 아름다워.”
“읏!”
홍옥은 소스라쳤다. 아름답다는 그의 칭찬에 심장이 졸깃졸깃해져 긴장이 살짝 풀렸었다. 그런데 그때 그가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그의 입술이 가장 은밀한 곳에 닿을 줄은! 홍옥은 얼른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의미 없는 반항이었다. 이미 그녀의 두 허벅지는 그의 손에 꽉 붙들려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정신이 아뜩해지며 호흡이 가빠졌다. 반항은커녕 멋대로 반응하는 감각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 안 돼…….”
뭐가 안 된다는 건지. 샤워를 못해서 안 된다는 건지, 너무 자극적이라 안 된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인지.
국광은 홍옥의 말을 무시했다. 멈출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그는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가 제 애무에도 간지러움을 느끼지 않을 곳은 이곳뿐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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