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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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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08g | 146*210*20mm
ISBN13 9788960786684
ISBN10 8960786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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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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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그만둔 것은 2년 전 고2때였다. 우등생 진우와 사사건건 비교당하고 시시콜콜 차별받다가 때려치웠다. 물론 달달 외우는 공부에도 흥미가 없었다. 자퇴하겠다고 한 날 원장님과 피터지게 싸웠다. 원장님은 우리 엄마다. 우리 집의 서열 1위. --- p.10

작년 이맘때 지금처럼 쌀쌀한 초봄에 미나와 배낭 메고 떠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나에게 끌려간 거였다. 미나는 엄마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했겠지만 난 원장님 몰래 튀었다. 둘이서 아시아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홍콩, 마카오, 대만, 인도…. 그리곤 한겨울에 덜덜 떨며 인천공항에 떨어졌다. 후줄근한 차림새, 더부룩한 머리칼, 해어진 배낭과 짐 가방을 끌어안고 있는 날 보자마자 택시드라이버는 하이킥을 날렸다. --- p.20

“잘 갈아졌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나가 번쩍번쩍한 칼을 내게로 쭉 뻗었다. 깜짝 놀라 자지러졌다. 그런 날 내버려두고 미나는 허공을 향해 칼을 휙휙 그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눈앞에 있는 무를 내리쳐 두 동강 내버렸다.
미나가 입 꼬리를 쓱 올렸다. --- p.40

눈이 마주치자 순식간에 다가온 젊은 형사가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 놀라서 어어, 하는데 젊은 형사가 읊었다.
“김선우 씨. 당신을 K마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긴급체포합니다. 이 시간부터 김선우 씨는…”
너무 놀라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형사들은 날 끌고 밑으로 내려가 경찰차의 뒤쪽에 처박았다. --- p.242

“미나야.”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자 미나의 머리가 살짝 움직였다.
“선우야.”
미나의 얼굴로 안도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였다. 놈이 미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순간 몸을 날려 둘 사이로 뛰어들었다. 미나의 앞을 막아서는 순간 배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반사적으로 배를 누르며 풀썩 땅에 주저앉았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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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자기 길로 달리고 싶다. 방황은 그래서 한다. 두 사람이 있다. 대학은 가기 싫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는 선우, 대학 바깥에서 새로운 공부인 요리사의 길을 가는 미나. 선명히 대비되는 두 어린 연인은 세상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힘겹게 청춘의 날들을 써 나간다. 이들의 청춘을 작가는 ‘묻지마 살인’과 겹쳐 쓴다. 이 살인은 이 세계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를 상징한다. 선우도, 미나도, 자칫, 이 폭력에 휩쓸려 떠내려가려 한다. 폭력과 방황이 교차하는 곳이야말로 문학이 탄생하는 장이 아니겠는가. 작가는 오랫동안 ‘청년의 길 찾기’ 주변에서 소설의 언어들을 구축해 왔다. 이 작품이 그 위에 얹은 또 하나의 단단한 벽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 장은수 (편집인, 문학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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