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이 되십시오.
노무현 대통령과 저하고 이상하게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둘 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저는 목포상고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갔고 저도 돈이 없어 대학에 못 갔습니다.
노 대통령은 대학 못간 뒤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고, 저는 열심히 사업해서 돈 좀 벌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이승만 정권, 노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등 독재정권에 분개해 본업을 버리고 정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정치에 들어가서 또 다시 반독재투쟁을 같이 하는 등 노 대통령과 저는 참으로 연분이 많습니다. 당도 같이 했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고, 그리고 북한도 교대로 다녀왔습니다. 이런 걸 가만히 보니까 전생에 노 대통령과 저하고 무슨 형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형님은 제가 되고요. 제가 노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내 몸의 반쪽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것은 지나간 과거만 봐도 여간한 인0연이 아닙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
누가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말했던 ‘잃어버린 10년’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10년을 잃어버렸고, 경찰은 시위대를 한껏 두들겨 팼던 10년을 잃어버렸고, 대기업은 무분별하게 탈세하며 사업을 확장했던 10년을 잃어버렸다. 보수언론은 세무조사 받지 않고 기사를 마음대로 썼던 10년을 잃어버렸고, 정치인들은 마음껏 돈다발을 뿌리고 다녔던 10년을 잃어버렸고, 군인은 아무 생각 없이 태평스럽게 국가안보를 남의 나라에 맡겨 놓은 10년의 좋은 세월을 잃어버렸다. --- 이종필 기자
노무현의 죄
도대체 그에게 무슨 죄가 그토록 많았던 것일까? 하긴, 그에게는 정말 죄가 많았다. 추모 사이트에는 그의 죄상을 열거한 글들로 넘쳐난다. 들어보라. 사람들이 외치는 그의 죄다.
지역주의, 보스정치, 계파정치에 맞선 죄. 무엇보다 권위주의에 도전한 죄.
평균물가 상승률을 3.0%로 막은 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시킨 죄. 경제규모 1조 달러를 넘긴 죄.
주가 2,000P를 돌파하게 만든 죄. 수출 3,000억 달러를 돌파한 죄.
외환을 2,600억 달러나 모아놓은 죄. 국가 정보화 순위를 세계 3위로 만든 죄.
국가 신용등급을 A+로 올려놓은 죄.
이전에 1만 명 남짓이던 남북 간 왕래인 수를 20만 명 이상으로 늘린 죄.
대통령이 집권당을 장악하지 않은 죄.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고 했던 죄.
학력 차별을 철폐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나선 죄.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을 대통령의 수족으로 삼지 않은 죄.
친일파 청산을 시도한 죄. 금권선거를 단절시킨 죄.
복지예산을 대폭 늘린 죄. 국방예산을 대폭 늘린 죄.
단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죄. 암환자 건강보험 보장률을 70%에 이르게 한 죄.
제도언론과의 결탁을 거부한 죄. 재계와의 유착을 거부한 죄.
국가 균형발전을 시도한 죄. 대통령직 중간평가를 받으려 한 죄.
국민이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죄.
미국 대통령, 일본 국왕에게 굽실거리지 않은 죄… --- 김갑수 문화비평가
이제 부엉이바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삽니다.
참여정부 교육 정책을 비판한 내 판단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급한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도 후회됩니다. 그래서 그분께 너무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깨닫다니요. 지금도 그분 죽음에 대해 같은 단체 내에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긴 합니다. 그러나 그분 혼자서 고초를 당할 때 소가 닭 보듯 무엇 하나 노력해보지 못한 것도 개인적으로 깊은 후회로 남습니다. --- 김명신 교육운동가
못다 핀 꽃 한 송이
그는 늘 통합을 말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시대는 갈등과 분열이 증폭된 시대였다. 왜곡된 기성질서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 그가 약속했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 동서가 하나 되고 남북이 힘을 합쳐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고,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이제 후배 정치인들의 몫이 되었다. 믿기 어렵지만 ‘바보 노무현’이 떠났다. 비통한 심정으로 꽃 한 송이 바친다. 못 다 핀 꽃 한 송이를…. --- 임종인 전 국회의원
노무현 이후의 과제
생전의 노무현은 ‘민주주의의 문화’라는 표현은 별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가 시도했던 제도 개혁, 권력기관의 탈정치화, 인권과 시민 기본권의 존중, 약자 보호, 권력 분산, 지역주의 극복과 수직 서열주의 타파 같은 작업들의 기본 목표는 결국 민주주의의 문화를 키우는 데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듭 말하지만 그 문화를 뿌꺸내리게 하는 일은 정치권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정과 직장, 교육과 언론을 포함해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어야 할 ‘사회 전체’의 과제이다. 우리 사회는 이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시민교육 강화는 특히 중요하다.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이 나라에서 교육은 ‘시민’을 길러내고 있는가? ‘시민학’(Civics)을 기초과목으로 가르치는 대학이 있는가? 창조적 교육을 되뇌면서도 창조정신의 핵심이 비판적 사고라는 것을 지금의 우리 사회는 알고 있는가?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그들의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 도정일 문학평론가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런 호칭 없이 노무현이라고 불러도
우리가 바보라고 불러도 기꺼이 바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
아, 그러다가 거꾸로 달리는 미친 민주주의 기관차에서
당신은 뛰어내렸어요, 뛰어내려 으깨진 붉은 꽃잎이 되었어요
꽃잎을 두 손으로 받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팔뚝으로 받쳐주지 못해 미안해요
꽃잎을 두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요
저 하이에나들이 밤낮으로 물어뜯은 게
한 장의 꽃잎이었다니요! --- 안도현 시인
4장 당신의 말 -노무현 어록
“월남전 생각이 납니다. 월남전에 대해서 온 세계가 비난을 하고 민족의 자유성을 들어서 비난하는 견해가 있었을 때, 정부는 슬그머니 여론을 이렇게 조성했습니다. 월남전에 참여해서 벌어온 돈으로 우리의 경제가 발전되었노라고, 이렇게 사람들을 속이려 했습니다. 바로 이 발상이야말로 돈이면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나라 백성 몇만 명이든 죽일 수 있다는 끔직한 발상입니다. 저는 이렇게 묻겠습니다. 그런 발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파이를 크게 해야 된다는 사람들에게, ‘니네들 자식 데려다가 죽이란 말이야! 춥고 배고프고 힘없는 노동자들 말고 바로, 바로 당신들 자식 데려다가 현장에서 죽이면서 이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킵시다.’”
(1988.7.8. 제142회 국회 19차본회의 ‘사회문화에관한 질문’)
“사랑의 집약점이 정치이다. 사랑이 사회 전체에 넘칠 때 바른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보면 옳은 생각이다. 따라서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사랑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사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또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이기심이나 용기가 없어 정치적인 투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변명하기 위해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표현하는 일이 많다. 이러한 자신의 변명을 더 정당화시키는 발언으로 “정치는 추잡한 것이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모두가 그놈이 그놈이다. 사회의 발전이 정치에는 미치지 못해 후진성에서 못 벗어난다.”는 등의 말을 아주 쉽게 내뱉는다. 이러한 발상은 여당+야당이라는 공식을 낳는다…. 정치는 매 순간 자신의 실천을 뒤돌아보는 비판을 받을 때만이 사랑이 넘치는 정치로 자리할 수 있다…. 정치가의 대열에 든 사람만이 정치를 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1992. 김용철 저『노무현論』)
“그 답은 희망입니다.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당장의 현실은 어렵더라도 정서가 결집될 수 있습니다.”
(1999.2. 어떤 논리로 지역민심을 설득하겠느냐는 말지 인터뷰)
“저는 국민의 정부 이래 일부 정치인들과 유력 언론이 우리 경제에 끝없는 저주를 퍼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꾸역꾸역 깨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 경제에 자신감을 가집니다.”
(2007.1.23. 신년기자회견)
“궁금해요. 5년 전에는 사람들이 투표하면서 무슨 소망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은 또 무슨 소망을 가지고 투표를 할까.”
(2007.12. 17대 대선에 대한 소감을 밝히며)
“이기고 싶죠? 저도 초등학교 때 열심히 겨루고 열심히 뛰었는데, 항상 꼴찌 아니면 꼴찌 앞장을 섰어요. 선거에서 내가 7번 선거를 해서 4번을 졌거든요. 그런데 대통령도 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인생은 항상 겨루기지만 반드시 항상 이기는 것만 좋은 것이 아니고, 진 사람도 다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 그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한 번 겨루기해서 진 사람도 다음 겨루기에서 또 이길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 아니겠어요?”
(2008.5.2. 모교 운동회에 참여해 후배 초등학생들에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