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죠?”
“이미 말했잖아, 난 당신을 원해.”
“아아, 맞아요. 늑대족 알파는 늑대족 여자만을 원하죠. 그래요, 내가 그만 깜빡했네요.”
나는 또 한번 어금니를 지그시 물었다 놓았다.
“난 당신이 그저 늑대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당신을 원하는 건 아니야.”
“그럼 또 뭔가요? 아아, 내 냄새 때문에?”
그녀가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 저런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나는 그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젠장! 나한테서 무슨 말이 나오길 원하지? 내가 원하는 건 단지 당신 몸뚱이뿐이란 말을 듣길 원하는 거야?”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닌가요?”
“아냐! 난 당신 몸뚱이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원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쉬는 숨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투지는 맹렬히 타올랐고 그녀의 숨결은 점점 가라앉았다. 그녀는 차마 날 마주 보지 못하겠다는 듯 외면을 했다. 나는 자꾸만 뒤로 물러서는 그녀 때문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유안, 요사이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왜 내 옆에 당신이 없는 걸까? 이상해서 두리번거리며 당신을 찾아. 이상하지? 당신을 안 지 얼마 되지 않는데, 그렇다고 당신과 매일 매일 같이 잔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옆에 당신이 없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 이런 나한테 내가 당신을 원하는 것이 오로지 육체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
그녀는 내가 말하는 내내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내 말이 끝나자 그녀가 손톱을 물어뜯는 것을 멈추었다. 한참의 침묵을 보낸 후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고집이 참 세요, 그쵸?”
“말했잖아, 난 일단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네, 그래요. 귀에 못이 박히게 말했죠. 휴우, 좋아요, 스톰. 그럼 말해봐요, 당신의 신의도 그 고집만큼 강한가요?”
“지금 날 보고 믿을 수 있는 남자인지 묻는 건가?”
“그래요.”
“모욕적인 질문이군. 좋아, 이렇게 말해주지. 내가 믿을 수 있는 남자인지 아닌지는 말로 하지 않고 대신 당신 옆에 평생 있으면서 몸소 보여주지.”
그녀가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도 눈빛은 무척 슬펐다. 평생 같이 있겠다는 내 말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듯 보였다.
“그러지 말고 이러면 어때요? 나랑 내기해요.”
“무슨 내기?”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것이 내 몸뚱이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그렇다면 당신 소원대로 할게요. 대신 당신이 틀리다면 그때는 미련 없이 날 떠나요. 어때요, 내 제안이?”
나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을 했다. 솔직히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던 내 옆에만 있겠다고 한다면 그녀의 발이라도 핥을 태세였으니까 어떤 조건이든 어떤 내기든 상관없었다.
“좋아.”
간단한 답변에도 그녀는 크게 기뻐했다.
“정말이죠? 아까 당신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반드시 그 약속 지켜야 해요.”
“내 조상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근데 당신이 틀리면 그땐 어떻게 할 거지?”
그녀가 날 빤히 보다 대답했다.
“그땐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할게요.”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두 손을 신나게 마주 비볐다.
“좋았어! 그래서, 정확하게 내기 조건이 뭐지?”
“간단해요. 당신이 소원하는 대로 난 당신과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밤에 같은 침대를 쓸 거예요. 하지만 절대 내 몸을 건드려서는 안 돼요.”
“뭐야!”
나는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왜 그래요, 간단한 조건 아닌가요?”
“어떻게 그게 간단한 조건이야! 말도 안 되는,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잔인하고 무식한 조건이지!”
일부러 그러는 것이 명백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가 눈꺼풀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어머, 왜 그렇게 화를 내죠? 왜요, 자신이 없나요? 그냥 없던 것으로 할까요?”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았다. 여기서 물러서면 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만 반복할 것이다. 그녀가 이렇듯 나를 밀어내는 이유는 그녀가 내게 끌리는 이유가 몸속에 흐르는 늑대족의 피 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좋아해서인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해서이다. 그 불안만 잠재운다면 그녀는 나를 믿고 따를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자 나의 숨결은 다시 잔잔하게 변했다.
“좋아. 대신 당신도 내 몸을 건드려서는 안 돼. 당신이 먼저 건드리면 그땐 나도 참지 않을 거니까.”
그녀가 크게 웃었다.
“걱정 말아요. 절대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웃는 것을 보니, 자신 있나 보군.”
“당연하죠.”
“그래? 그렇다면 내기를 받아들이지. 대신 약속을 어기면 어떤 변명도 안 통해. 그건 당신과 나 사이의 신의 문제니까 말이야.”
“물론이에요.”
“보름달이 떠서 그랬다는 둥, 내 의지가 아니라는 둥, 그런 말도 하지 말라고.”
그제야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난 아직 보름달이 뜨면 날 컨트롤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어요.”
“그래? 그거 안 되었군. 다음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열심히 배워두라고.”
그녀는 대답 없이 숨을 가쁘게 쉬었다. 내가 물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보지? 왜, 자신 없나 보지? 그냥 없던 걸로 할까?”
이번에는 내가 일부러 그러는 것이 명백하게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그녀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아뇨. 절대요!”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