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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과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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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56343004
ISBN10 115634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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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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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외박을 한 것은 퇴근길에 재경(在京) ‘OO채(蔡)’ 씨 종친회에 참석하러 종로에 나갔던 것이 발단이었다. 종친들이 4~50명 정도 모여 있었다. 채 씨는 본(本)이 하나이므로 모인 사람들은 모두 일가요 친척인 셈이다. 그날 받은 명함이 스무 장도 넘었다. 편치 않은 자리였다. 간혹 비슷한 또래가 있어 인사를 하고 보면 항렬이 높아 말하기가 거북했다. 명함만 보면 위 항렬인지 아래 항렬인지 대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서 용범이를 만날 줄이야!
용범이는 먼 친척이었으나, 그보다는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어릴 때의 친구였다. 옆 동네에 살다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용범이네 가족이 모두 서울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헤어졌는데, 거의 2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우리는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고, 재회의 기쁨으로 한동안 잡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용범이는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다가 몇 년 전에 전역을 했고, 지금 영등포 부근에서 조그만 플라스틱 공장을 운영하고 있단다.
종친회장이 인사 말씀을 하고 종친회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기에 바빴다. 결국 우리는 그 자리를 탈출, 몰래 밖으로 빠져나왔다. 길거리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그동안 살아온 얘기, 고향 얘기, 초등학교 때 동창들 얘기….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9시가 넘었을 때, 어느새 소주 세 병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다시 근사하게 한잔하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이태원에서 내려 한 나이트클럽에 들어갔다. 거기서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두 아가씨와 우연히 합석하게 되었다. 옷차림새나 대화의 내용으로 보아 직장여성 같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파트너를 정해서 나란히 앉았다. ‘김이예요.’ 하고 자신을 소개한 용범이의 파트너는 세련되고 발랄한 도시 여성 타입이었는데, 붙임성도 있고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했다. ‘최예요.’ 하며 내 옆에 앉은 아가씨는 약간 큰 키의 글래머였는데, 말수는 적었으나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 아가씨들은 아주 부담 없이 우리를 대해 주었다. 가끔 이런 곳에 온다고 했다. 맥주 마시는 실력은 보통이 넘었고, 춤 솜씨는 흔히 보는 정도의 초보자 수준이었으나 주저하거나 뒤로 빠지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어설픈 몸짓으로 블루스를 함께 추었다. 파트너에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하면서 내 애인이 되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밉지 않게 살짝 웃을 뿐 대답이 없었다. 맞닿은 가슴에서 뭉클한 촉감이 짜릿하게 퍼져왔다. 내 몸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네 사람은 죽이 잘 맞았다.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의기투합, 함께 나이트클럽을 나왔다. 어느새 11시가 넘어 있었다. 택시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강변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잠겨있는 모습이 처연하게 아름다웠다. 네온사인 불빛이 휘황찬란한 거리에서 내렸다.
---「어떤 종친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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