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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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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48g | 130*230*20mm
ISBN13 9788961042154
ISBN10 896104215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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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헨나」
-한 지옥에서 다른 지옥으로 건너는 게 죽음일 거라고 오늘 밤 기록한다.


1
풍 맞은 아버지에겐 방문 밖이었고 나에겐 방문 안이었다.

2
오 년 동안 S와 갈 데까지 다 갔다. 그해 봄, S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는 2년 뒤 가을비 내리던 날 유부녀로 나타났다. 나는 그 봄부터 그 가을까지 밥 먹고 똥 누고 잠자고 생물학에만 충실했다. 머잖아 설악산 가을이 쓰러졌고 쓰러짐을 배경으로 모르는 여자랑 사진을 박았다. 나는 벌레도 어쩌지 못할 위인이지만 간혹 아내 목을 조르는 상상을 하곤 한다.

3
권 반장이 윤 반장 아내와 야반도주를 놨다. 권 반장은 허리 아래에 지옥 한 개를 더 건축한 것이고 윤 반장은 머리에다 지옥의 도면을 옮겨 놓은 셈이다. 권 반장 아내는 농약을 마셨지만 죽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도 생지옥을 허우적거릴 것이다. 혹 지옥탈출에 성공했더라도 그녀는 믿음의 딸이므로 자살=지옥의 등식에 의해 그 결과 값은 같게 된다.

4
장미꽃도 지옥에서 왔다. 타오르는 불덩이를 온몸으로 밀어내며 죽음을 게워낸다. 당신도 이 지옥을 건너가면 저 지옥에서 장미나 영산홍을 게워낼 수 있다. 잘하면 미친 꽃도 게워낼 수 있다. 꽃을 함부로 꺾는 것은 무의식 안에서 지옥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5
죽지 않고 혀만 자른 오대수를 위해 울어주곤 했다. 그는 지옥을 향해 나비처럼 가볍게 날았어야 옳았는데 나비 대신 괴물이 되었다. 어떤 경우엔 유황불 펄펄 끓는 게헨나도 구원일 수 있다. 오이디푸스는 신에게 구원을 받았지만 오대수는 벌레에게도 구원받지 못했다. (흑흑)

「바라나시 겅가」

겅가로 떠나지 못한 나날이었다 눈보라가 쓸쓸하게 치고 있었다 겅가 겅가 겅가의 강江가 그 강가로 난 떠날 거야 되뇌며 겅가 강가를 그리다가 그림이 되질 않아 찢어버리고 겅가 강가의 유연한 곡선을 닮은 붉은 나신을 그리던 밤이었다 문밖에는 어둠이 강가처럼 질척거렸고 캔버스 안 나신이 완성될 즈음이었다 초대한 적도 없는 젊은 사두가 내 방문 앞에 당도했다 그러고는 뱀을 부리듯 나신 한 구를 그림 안으로 운구하였다 그림 밖에선 눈보라가 여전히 흩날렸고 그림 안에선 검은 잎들이 무성해지려 하였다 사두의 눈동자가 나신을 향해 풀어지자 나신의 중심에선 강이 흘렀다 사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신을 내려놓고 화장을 시작했다 아, 화장되는 시신은 흘러간 내 몸이었다 그림밖엔 눈보라가 쳤으므로 나는 뜨거워졌다 식기를 반복하며 졸았는데 졸음 틈새 그토록 원하던 겅가 겅가 겅가의 강가 그 강가에 내가 놓여 있었다 미래의 내 주검이었고 모든 주검은 다 내 몸이었다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다시 임종을 맞지 않도록 사두는 주검을 버닝가트에 차곡차곡 쌓았다 바라나시 겅가 겅가 희뿌연 강가에서 내 육신은 어제까지 죽은 사람 오늘 임종을 맞게 될 사람 그리고 다시는 임종이 없을 사람이었다 화장용 속옷을 걸친 주검을 람람싸드야헤― 람람싸드야헤― 주문이 넝쿨 모양 칭칭 감았다 눈썹 끝에선 나비가 팔랑거렸고 연기가 눈보라처럼 너울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울지 않았다 생과 사가 그림 같았다

「비어秘語 혹은 비어悲語」

― 1
2053년 그리고 12월 같은 혹은 그랬으면 하는 흐린 밤, 나는 적는다 몰락에 관하여 그대와 나에 관하여 더불어 기다란 고통에 관하여

이마의 왼편에서 질주해 온 기차가 바람을 찢으며 지나간다 유령의 옆모습처럼

그때의 상황은 불가해한 일이었다

검은 고양이가 제 별을 뱉어내며 날아올랐고 그대는 고독과 불안의 정체도 모른 채, 검은 기차들 옆을 서성거렸다 그러고 시장에서 가지를 고르듯 기차를 골랐다 기차는 대개의 여자에게 소용되는 용품… 하지만 기차 없이 생을 마감한 이들도 있다 가령, 처녀인 채 지워진 나의 막내 이모가 그랬고 목을 매고 떠나간 어느 독재국의 외동딸도 그러했다

그대가 고른 기차는 분별없이 달리는 중이다 셀 수 없을 만큼 목침을 밟고 왔던가? 폭주와 음주와 굉음과 비명과 폭발과 폭탄, 그 사이와 사이에서 그대는 겨울 억새처럼 흔들리겠지 낡은 간이역 지붕처럼 힘없이 주저앉겠지

이 밤도 뿌연 분진을 날리며 기차는 난폭하게 그대 허리 아래를 지나고 있다

― 2
기차가 그대를 통과했으므로 그대는 어쩔 수 없이 기차의 운명에 속해 있다

계절 변경선을 통과하는 저녁, 그대는 돌이킬 수 없는 시발역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러나 추억은 후회를 포장한 실체에 불과한 것 돌이킬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탈선은 스멀스멀 자라난다 누구나 기차를 버리거나 기차에서 뛰어내릴 꿈을 품고 있다 하지만 동공을 덴 새와 심장을 다친 사슴과 제 눈을 찌른 여자의 부음을 접하고도 달리는 기차에서 이탈한다는 건 참으로 두려운 예술이다 더욱이 황토물 붉게 흐르는 철교 위에서라면… 누구는 이런 상황을 운명의 장난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돌이킬 수 없는 숙명이라고도 하고 하나밖에 없는 내 누이는 「코미디야, 코미디!」라며 울부짖기도 한다

「나, 이제 돌아갈래!」와 같은 문장은 순결하지만, 그것은 기차 밖에서도 암담한 빛깔이다 ‘돌아갈래’라는 말은 ‘돌아버리겠다’의 또 다른 은유이다 도저히 돌아갈 수 없으므로 뇌내腦內의 화폭에 혼란한 색깔을 칠하는 이들이 있다 몰락을 숭배하는 이들은 그 황량한 구역에서 어떤 획책을 건져내기도 한다 하지만 기차는 무지개가 흘러가는 거나 무지개가 다음 계절까지 생존하는 거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까닭에, 기차는 무지개를 0.59g 혹은 3.87분의 허상으로 여긴다 대개의 기차들은 외형적으로는 도덕을 아버지로 섬기며 참으로 윤리적이다

0.59g 혹은 3.87분의 예술을 분석하는 과학자와 무지개를 올려보며 야음을 모색하는 시인이 빨강과 주황의 경계에서 서로의 멱살을 잡은 채 울고 있다
― 3
기차가 잠시 방심하거나 비틀거리며 달릴 때, 그대는 첫 번째 애인을 태웠다 누구는 이러한 행동을 인공 비행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그대는 절실했다 불온하지 않은 예술이 없듯 기차의 내부는 지옥이면서 침대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경험한 내밀한 구간과 닮았기도 하다 나는 과연 몇 번째인가, 궁금하지만 그러한 의문은 적색과 녹색의 분별만큼 사소한 일이다 「눈동자가 적록색약을 앓는 줄 알았는데 색맹으로 판명되었다」

어딘가에 유폐된다는 건 결국 갈 데까지 가봐야 한다는 상징이다 나는 자주 유폐되었다 기차를 동경하는 이의 관점에서 유폐는 매혹적이거나 은밀함이 될 수도 있겠지만, 유폐의 실체는 내내 폭우가 내리는 섬 같은 것이다

비를 맞으며 섬이 둥둥 떠간다 세상의 모든 섬이 흘러간다 어둡고도 흐린 가슴을 향해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기차에 유폐되면 불구를 앓는다는 걸 나는 몇 가지 학습으로 잘 알고 있다 나도 한때는 기차였고 구름 안쪽을 달리길 기도한 적도 있었으니… 「그러나 나는 그다지 명료하지 않았고 아이처럼 왜소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므로 나 또한 윤리적이었다 기차의 내부에서 윤리적이지 않다는 건 폭약을 가슴에 품고 시가를 피우는 거에 다름 아니다 기차의 속성을 잘 몰랐고 윤리와 타협하지 않을 때였다 메테르를 닮은 여자였다 그녀는 주인 있는 여자였고 도덕은 기차와 연루되어 있었다 두 번 혹은 세 번의 밤이었을까? 그 짧았던 구간, 우린 다음 역을 계산치 않고 최선을 다해 밀착하고 밀착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걸 버리고 뛰어내려야만 했다 가을 깊어지던 쓸쓸한 24시였다 인간의 거죽을 벗겨내고 싶던 밤이었다 나의 불구는 아마 이때부터 시작되었을 터였다 하여, 나는 어떤 것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고 무엇에도 쉽게 발기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에 잠기면 심장 가까운 곳에서 빗물이 샌다

― 4
그대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설국열차를 경험한 적 없다 하지만 그것엔 동의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대는 몇 번째 칸인지 알 수 없고 나 또한 어디에 속해 있는지 알 수 없다 단지 계절 지나가는 지대에서 한 번 또는 두 번 조우한다 이것은 암묵이고 규칙이지만 코 없는 인디언 부족의 축제만큼 위태하다 시인은 위험한 짐승이다 시인은 불행한 악기다 세상은 상징과 음표를 노리는 사냥꾼으로 득실댄다 상징과 음표가 어두운 길을 빠져나간다 사냥꾼은 언제나 자기의 소유가 존재하는 줄 믿고 있다 도덕적인 자가 자신을 담고 있는 구덩이가 자신의 소유인 것으로 착각한다 윤리적인 자가 자신의 물건을 품고 있는 동굴이 저를 주인으로 섬길 것으로 믿는다 그대와 나를 가둔 기차처럼…

음률은 대체로 기차의 내면에 속한다 음률은 예술을 위해 어느 구간에선 천천히 죽어가고 어느 구간에선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흐느낀다

오늘 밤에도 원치 않는 기차가 그대의 내부에 들어서고 있을지 모른다 그대는 신음을 흘릴지, 아니면 몸부림을 칠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찬밥처럼 밋밋할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 또한 한 마리 짐승에 불과하기에 추적추적 비 내리는 밤이면 터널을 찾아 헤맨다 그 터널이 불온한 구멍이든, 사연이 있든 혹은 없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느끼고 있는 순간이 나를 망각하는 구간일 테니…

― 5
기차를 의식하지 않는 구간 또한 터널이다 내가 기차였던 기억이나 혹은 기차의 내부에 유폐되어 있다거나 변형되고 있다는 명제를 잊는 그 아득한 순간, 캄캄함은 중요 부위의 감각만을 깨어나게 한다 대개의 인간은 지나온 터널 개수를 세지 못한다 내가 처음 터널을 경험한 것은 1998년 겨울의 일이다 내가 터널을 헤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한 기억이 나를 몰락하지 않고 깨어 있게 한다 몰락하지 않고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에 나는 또 얼굴이 붉어지고 그대의 공간엔 새들이 추락하고

― 6
객차의 문을 몇 개 통과하면 하얀 병실 칸이 있었다 그곳에서 첫사랑 K와 이십 대 초반 S와 이십 대 중반의 O를 보았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닿는 M도 보았다 여전히 혼란했고 여전히 슬프도록 황홀했다 그녀들은 시차를 두고 기차를 구매했을 것이다 보기에 그럴듯할 만큼 길고 탄성 또한 적당했을 것이었다 그녀들은 떠나면서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기에 내 사춘기와 청춘은 시차 없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녀들은 왜 모두 그곳에 머물고 있었던 걸까?

「내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의사는 아무 말 없이 내 머리칼을 잘라주었다 몇 줌의 기억이 싹둑싹둑 검정 빛깔로 바닥에 떨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 피어났지만 나는 다시 나의 객차로 회귀해야만 했다」

내가 위험하다는 것을 아무리 느껴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십 분에 열 개비의 담배를 피운다 풀들의 영혼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빠져나간다 나는 나에게서 멀어지는 영혼을 바라보며 탄식한다 큰 새의 날개를 잡고 허공을 날아본 경험이 있다면 나의 표정에 동참할 것이다 삼백육십오 그리고 또다시 삼백육십오의 두 번이면 우울증이 10g이라도 치료될 수 있을까?

2053년 그리고 12월이 오면 기차는 기차가 아닐 거란 생각에 나는 어제를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기차가 북회귀선을 통과해 기억의 좌측을 달리고 있다 나는 윤리를 증오한다고 외쳤지만, 비겁하게 윤리와 타협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윤리는 기차의 속도만큼 퇴화하고 내 몸뚱이는 박물관을 닮아간다 내가 누군가를 경외해야 한다면, 그것은 그들이 윤리와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상사와 비서, 매혹적인 앵커와 위대한 학자 그리고 몇몇 시인과 방랑자는 철저히 윤리적이었다 최소한 낮에는 그랬다

― 7
나는 레일 주위를 방황하며 목적지를 분석하고 조정하는 이가 분명 신일 거로 여겼다 나도 그대도 목적지를 모른다 레일이 교차하는 지점 혹은 변곡점 어느 구간에서 숱한 기차가 의도하지 않은 생경한 곳으로 향한다 이 기차도 내 의지나 그대의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물론 기차의 목적대로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차만의 착각이다 오류는 그러한 지점에서 발화한다 저녁이 내리는 구간을 지날 때마다 기차는 광폭해지지만 그것은 나의 잘못도 그대의 잘못도 아니다

폭설이 쏟아진다 그대가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든다 기차 안은 밖보다 시리다 영하의 겨울에 컨테이너 내부를 경험하였다면 망한다는 거에 동의할 것이다 온몸이 서서히 망해간다 나는 내 식대로 망해야 한다 산산이 부서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러니까 눈꽃은 부서져 다시 눈으로 돌아간다 날개가 산산이 부서질 때 나비는 눈 부신 햇살로 돌아간다 밖에서의 날들이 그리워질 때면 독주를 마신다 빙산의 일부처럼 꽝꽝 얼어붙은 독주를 녹이기 위해선 고혹적인 여배우를 떠올리며 지퍼를 내린다

지퍼는 궁색하거나 초라하다 성에가 뜨겁게 끼고

끝도 없이 펼쳐진 지퍼를 닫으며 기차는 달린다 나는 열려 하고 기차는 계속 닫으려 한다 이 또한 코미디일 것이며 그대와 나는 이러한 관성에 속해 있고 그것은 영원히 풀 수 없는 함수 같은 거다 여하튼 나는 결빙되는 중이다

― 8
500년 전 즈음이면서 500년 후 즈음이면 좋을 것 같은 밤, 나는 끊임없이 적는다 나에 대하여 그리고 그대의 여행에 대하여

나는 왜 그대의 여행에 포위됐을까 그건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절망의 문제였다 다시 강조한다면 몰락과 우울과 기차의 문제였으며 또한 January 31.999…의 문제였다 겨울이 한 페이지씩 파란 얼굴을 넘기며 지나간다 생경한 얼굴이 나를 관찰하며 예언한다 「당신의 동공에 유언처럼 낙엽이 쌓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토론한 적 있는 기차가 스쳐 지나간다 그 속엔 누구도 탑승하지 않았다 파란 음표와 녹색 휘파람 그리고 오래전 유년의 목소리만 가득하다 아, 그것은 기차가 아니라 하모니카와 플루트였다 인도와 페르시아 대륙을 거쳐 북해로 향하는…

― 9
철로는 제 몸보다 수천 배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나는 내가 무겁다

「중독은 무겁다」

중독된 이들이 적막을 풀어내며 흘러 다녔다 중독된 이들이 철로 변을 서성거렸다 어머니는 철로를 건너 공장엘 갔고 어둑해지면 철로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발은 기찻길 목침 위에서 언제나 무거워지곤 했다 어머니는 애초에 기차를 믿지 않았다 아니 기차를 저주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기차를 경계해야 한다 스스로 기차가 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짓이다」
어머니의 유언이었다

― 10
기차는 마구 흔들리며 달리지만 나는 달팽이보다 느리다 지구별이 빛의 속도로 달리지만 그대가 나에게 닿는 건 유계처럼 멀듯

젖은 음악이 지나간다 음악이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 흐르는 나의 소문은 누구에게나 다 방영된다 나는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곤 했다 거짓말을 두 번째 들키면 누구를 막론하고 내 영역에서 지워지곤 했다 그러한 사실에 모든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거짓말을 증오한다」라고 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에 가깝다

나는 거짓으로 왔고 정말이지 진실로 살았고 거짓을 덮고 죽어가게 될 것이다 더는 미사곡이 나를 편곡할 수 없다 더는 고해가 나를 취급할 수 없다 까닭에 나는 냉담 중이다

나는 기차를 속였다, 고 고백하고 싶다 하지만 그대와 나는 기차의 내부에 속해 있다

「죄송합니다 속여서」
「나의 뺨을 휘갈겨 주십시오」

기차 안, 기차 안, 기차 안, 기차를 속인 게, 정말이지 기가 찬다 나 자신에게도 그렇다 발버둥을 쳐도 기차 안, 기차 안, 기차 안이고 오늘은 40년 혹은 50년 후 같은 마지막 12월

밤이다 이 밤 난

부재를 염원한다
몰락을 염원한다

더불어
그날을 염원한다

「그날은… 그대가 나의 세계입니다 아무 내용이 없을지라도」

그렇게 염원은 끝없이 계속되겠지만
그날, 나는 존재하기라도 할 것인지…

아무튼 기차는 위험하게 달리고 나는 거짓으로 왔고 진실로 살았고 거짓을 덮고 떠나게 될 것이다 심장엔 어떤 영혼도 없이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현란하고 모험적이고 기괴하고 충격적인 시적 발상과 이미지의 결합, 그리고 비약과 도전을 감내하는 안민의 시적 비전은 충분히 매혹적이다. 특히 천체 우주적인 상상력이 발굴해내는 운명과 윤리, 그리고 음률과 예술뿐만 아니라 종교와 주술들의 주제들은 극지라는 지리학적 상상력을 통해서, 그리고 시원적 시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하여 어떤 시공간의 극한과 경계를 상정하는 극단적 상상력은 인간과 자연과 문명의 극원적인 형식과 관계에 가 닿는다. 특히 그의 근원적 세계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과 기원의 발견에 대한 고고학적 관심이 아니라 하나의 시적 전략으로서 우리의 삶과 사고방식에 근원적인 혁명을 꾀하고자 하는 계보학적 충동에 추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우리가 앞으로 안민 시인의 시적 행동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들이 여기에 있다.
- 황치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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