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문화 간 대화
세계는 점차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고 섞여가면서 더욱 의존하는 관계가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사회는 지금 상호문화적 “모자이크(mosaics)”의 양상을 띠고 있다.66 유럽에서 문화의 경계들을 결정짓는 전통적 기준들을 보면 우선 크게 국가들의 구분에 의한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겠고,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적으로 문화의 색깔이 다를 수 있으며, 이런 경계선들과 상관없이 언어로 인해 구분되는 문화적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긴 시간에 걸쳐 다져진 유럽 내의 이러한 차이가 낳은 다양성에 비하면 반세기 가량 된 유럽통합 프로젝트는 그 통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짧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국가의 경계에 의한 혹은 어느 지역에 의한 문화적 차이들을 완전히 존중하면서 포괄적인 유럽적 소속감을 구축한다는 것은 차이가 그어진 많은 경계들을 가로지르는 소통을 전제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문화다양성과 문화 간 대화는 유럽연합의 문화적 다양성이 가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자산을 창의성, 혁신, 번영을 위한 원천으로 역할을 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다양성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다른 문화의 배경과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소통이 전제되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67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그 이상을 위해서는 1)상호 간의 진실한 대화의 장려와, 2)상호 문화 간 소통 기술의 향상, 3)예술가들이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서 더 편리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함을 구체적 과제로 들고 있다.
문화 2000 프로그램 제안서를 보면, 문화적 차원에서의 통합을 위해서는 문화가 지니는 영향력, 특히 유럽의 문화와 언어들이 가지는 창조성과 다양성의 고수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표명되고 있다.68 이주(migration)의 결과로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사회는 효과적이고 관용적인 사회 통합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시련의 장을 제공할 것인가, 아니면 긴밀한 연관 없이 단순히 문화를 병렬(juxtaposition)시킬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여기에 대해 유럽연합은 인권과 자유, 연대, 관용이라는 기본적 가치의 기반 위에서 통합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유럽연합은 공동체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대외 파트너와의 관계를 위해서도 문화가 커다란 중요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문화는 유럽연합의 대외정책을 위한 커다란 자산이다. 유럽연합이 문화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특히 동유럽으로의 대폭적인 확장과 관련하여 기존 15개 회원국들과 새로 가입한 회원국들 사이에 문화적 ·교육적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보다 긴밀한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문화는 유럽과 유럽으로 이주해 들어온 수많은 이주민들, 그리고 유럽연합 이외 국가들 간에 연결고리를 지탱시켜주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회원국들이 가지고 있는 풍요로운 경험들을 서로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려는 의도이다.
문화 2007 프로그램에서도 유럽연합은 그 목적에 있어 문화 간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69 여기서 제시하고 있는 목적을 보면, 첫째, 문화와 예술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초국가적 이동(cross-border mobility)을 장려한다. 둘째, 문화와 예술 창작물들과 작업들을 국가 간 유통(transnational circulation)시킨다. 셋째, 유럽 내 다양한 문화 간 대화(intercultural dialogue)를 장려한다. ‘문화의 교류와 대화’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지원하는 모든 프로젝트들이 위의 세 가지 목적 중 두 가지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 2007’ 프로그램은 또한 이전 실행되었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문화정책이 유럽연합의 확대 문제에 있어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 2007’ 프로그램은 유럽연합 회원 가입 희망국들 역시 이러한 문화적 협력에 동참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터키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의 가입 희망국들은 이미 유럽 문화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더불어 유럽연합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산업국인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상호 문화교류 활동들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의 문화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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