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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시골무사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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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431g | 130*194*30mm
ISBN13 9788963708355
ISBN10 8963708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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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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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이 넘는 적들, 천 명이 겨우 넘는 아군 병사들…… 그게 반나절 만에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유였다. 장기전은 필패였다. 전면전이 불가피한 대치 속에서 해가 지기 전까지 적을 이겨내지 못하면, 힘에 밀려 도리어 쫓기다 전몰할 것이었다. 전쟁에서 진다면…… 고려는 어찌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왜구든 북방의 세력이 든 그 어느 외부 세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거나 망하거나 할 것이었다. --- p.15

마흔여섯 살, 그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렸다. 동북면 변방에서만 활을 쏘며 지내다가 인생을 거의 다 소진했다. 시골무장, 물정 모르는 변방의 늙다리, 화살 하나 들고 설치는 천둥벌거숭이…… 중앙군과 관리들은 그를 그렇게 멸시했다. --- p.40

“나를 병법도 모르는 무지한으로 취급해도 좋아. 『상서』 『주례』 『예기』를 읽지도 않은 무뢰한으로 여겨도 달게 받겠단 말이지. 그게 다 눈보라 몰아치는 변북방에서 태어난 죄니까. 여진족과 더불어 피를 섞으며 들판에서 함께 뒹군 죄지. 그러나…….” --- p.49

정복과 부흥…… 그것은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칼날을 휘두를 때마다 그 이름을 피로 써내려가야 했다. 아지발도의 눈은 주술에 들린 눈빛이었다. --- p.93

투구 속에서 적의 검은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이 없었다. 성계는 두 손으로 적의 창을 움켜쥐었다. 한껏 힘을 주고 밀었으나 다른 창날들이 찌르고 덤벼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유인독능우천지…… 내가 이렇게 무기력게 죽어가는데, 어떻게 하늘과 땅 앞에 홀로 설 수 있는가. --- p.126

“장군 받게. 죽이지 않고 싸울 수는 없는 법이지. 하지만 그대는 너무 어리다. 내 막내아들뻘이나 되는 너를 치기에는 내 칼이 너무 늙었다. 너의 피가 너무 젊은 만큼 나의 죄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너를 인으로 품지 못하는 나는, 그릇이 용렬하구나.” --- p.140

왜말을 지껄여대어도 성계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대강 알아듣고 있었다. 만 명이 넘는 대군이 무엇 때문에 저 어린 장수에게 목숨을 거는가. 그것도 소속이 다른 연합부대들이. 신인에 대한 절대적 믿음 때문인가. 군진마저 짜내는 것을 보면 젊은 장수는 확실히 넘보기 힘든 위엄이 있었다. 나기나타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은 근접전 하나뿐이었다. --- p.171

“언니가 보믄 우습겠지만, 나는 우리 건주 여진의 희망이오. 언니가 내 모가지를 날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우리 부족은 물론이고 해주 여진 야인 여진까지 총동원령이 떨어져 언니를 박살낼 거우다. 낄낄, 되우 무섭지? 우리 부족은 말했지. 내가 고려 땅에서 객사라도 하면 고려국을 쑥밭을 만들겠다고. 나 언니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살아남아야 해.” --- p.228

천이여, 천이여…… 그는 헐떡거렸다. 죽음과 바람은 나의 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말에서 곤두박질친 자, 다시 오를 수 있을 것인지. 그는 나기나타가 현란하게 춤추는 끝에서 검은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옆구리에서 끈적거림이 느껴졌다. --- p.266

풍등이 떠돌고 있었다. 몇 개의 풍등은 스스로 불타오르며 떨어지기도 했다. 왜병이 나무를 붙들었다. 왜병은 몸을 겨우 추스르며 눈가를 떨었다. 그의 눈에 물기가 고여 횃불에 번뜩였다. 곁에 선 미즈류도 떨고 있었다. 미즈류의 턱이 힘없이 처졌다. 미즈류는 고개를 든 채로 그대로 천천히 주저앉았다. 손에 쥔 묵주알이 스르르 땅에 굴렀다. --- p.326

“사람들은 말할 것이오. 그믐에 달을 끌어올려 왜적을 섬멸했다고. 우리의 의지가 전설을 만든 것이오. 전주성에 들어섰을 때부터, 지명 인월은 나에게 하나의 계시와 같은 것이었소. 달을 끌어올려 싸움에서 승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 p.358

노인 셋은 거하게 취해 있었다. 동네에서 힘 좀 쓴다는 장정들이 나서서 노인들을 말려봤지만 얼마를 못 가 나가떨어졌다. 언뜻 봐도 환갑이 넘은 노인들의 힘에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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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의 이성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성계가 아니다. 인정받지 못하고 괄시 받던 이성계가 이 소설에 있다. 마흔여섯 살,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꿈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 그 시절이라면 더더욱 뒷방 노인네 취급이나 받았을 나이에 이성계는 세상을 바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안도현 (시인)
서권의 『시골무사 이성계』는 이성계의 황산대첩을 다룬 남자소설이다. 그것도 단 하루의 핍진한 전투 과정을 담는다는 데 이 소설의 묘미가 있다. 전쟁신을 읽을 때, 화살을 쥐는 들숨과 당겼던 살을 푸는 날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신귀백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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