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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공기의 절반은 담배 연기다

바르셀로나 공기의 절반은 담배 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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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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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36g | 128*198*20mm
ISBN13 9791187949251
ISBN10 1187949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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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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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었다. 샤워실 문을 여는 순간 몸이 굳고 말았다. 굳이 넘겨다보면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의 과히 높지 않은 칸막이를 두른 샤워 부스가 마찬가지 구조의 화장실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편하게 비누칠은커녕 소리조차 마음대로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투숙객은 모두 젊은 여성들뿐이었으니까! 스스럼없이 제 할 일 다 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포위되어 화장실 가기도 포기했다. 방문 꼭꼭 걸어 잠근 채 우리는 끝내 숨쉬는 것조차 속으로 삼켜야 했다. 쉴 새 없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누구를 향한 저주를 밀교의 주문마냥 중얼거리며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 p.24

조용필의 19집 [헬로]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내가 이 앨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가수나 노래 때문은 아니다. 단지 이 땅의 산업화를 일군 주역이었으며 한때 민주화의 투사들이었으나 어느 순간 외로운 아버지이자 수구꼴통의 꼰대로 바야흐로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소위 베이비부머(1955~63년 사이에 태어난 전후 세대)들의 쓸쓸한 심정을 그린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가 가사를 쓴 [어느 날 귀로에서]란 곡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어서이다. … 그렇다. 더도 덜도 말고 바로 그 베이비부머의 일원으로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모든 부양책임을 짊어지지만 부모는 당연히 모셔야 하되 애들에게는 의지할 수 없다는, 그래서 대책 없이 노년을 맞고 있는,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헌사(『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 송호근 저, 도서출판 이와우, 2013)의 바로 ‘그들’ 중 한 명이 나였던 것이다. --- p.45

드디어 저녁 투어의 시작인 첫 번째 식당, 카탈루냐 산 레드와인에 이 집만의 타파스가 나온다. 올리브유에 넣고 조리한 크지만 맵지 않은 고추와 하몽 등을 딱딱한 빵 위에 올려 한입에 먹는다. … 어느 식당엘 가도 거의 예외 없이 큼직한 돼지 뒷다리가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고, 직접 잘라주기도 한다. 굳이 와인이 아니라 우리 식의 소주 안주로도 아주 제격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출발 전에 유적지 관광보다 하몽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 식당에서는 앤초비의 원재료인 튀긴 생멸치에 샐러드, 토마토, 양파, 올리브를 곁들여 먹었다. 직접 제조했다는 화이트 와인을 자랑한다. 매장 내에 Vino Rose(로즈 와인), Tinto(레드 와인), Blanco(화이트 와인)라고 라벨이 붙어 있는 큼지막한 오크통이 자리 잡고 있다. 튀긴 생멸치를 통째로 내놓고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 식당은 가이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곳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별 모양 문양이 예쁜 라벨을 부착한 레드 와인이 나쁘지 않았다. 팡콘토마테Pan con Tomate가 별미다. 구운 빵에다 생마늘을 잘라 문지르고 그 위에 토마토를 으깨 문지른 다음 올리브유와 소금을 뿌리고 먹는 전통 음식이다. 원재료로 직접 만들어 먹도록 해 맛은 물론이고 재미도 쏠쏠했다. 스페인 소시지인 초리초, 이태리식 소시지인 살라미, 하몽 두 가지 등 네 종류의 돼지고기가 구미를 돋운다.
네 번째 식당에서는 다시 화이트 와인이다. 새 주둥이처럼 생긴 유리잔에 화이트 와인을 따라 흘리지 않고 돌아가며 먹는방식이 이 집의 전통이란다. 각종 치즈에 문어를 오븐에 구워 으깬 감자 소스 바른 것, 구운 감자에 매운 소스 뿌린 것 등을 내놓았다. 이런 자리라면 절대 사양할 일이 없지. 최전방 철책 사단에서 단련된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두 순배를 도는데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와인을 비워내 일행들의 환호를 받았다. --- p.79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고, 침을 함부로 뱉지 않으며, 껌을 씹다가 들키면 아직도 태형이 시행된다는, 질서와 준법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한 곳이 싱가포르다. 그런데 한 꺼풀만 더 들여다보면, 한 발자국만 더 뒷길로 들어가 보면 찔러도 피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이 사람들의 온 몸에서 온기가 돈다. 뒷골목은 우리네 뒷골목처럼 지저분하기 짝이 없고,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가히 흡연자의 천국이다. 택시는 마음먹은 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방향을 바꾼다. 우하하하, 하향평준화면 또 어떤가. 기분이 상쾌해진다. --- p.201

천왕봉 일출은커녕 지리산 자락 그림자도 밟아보지 못한 자들이 행세하는 세상!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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