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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혼자 책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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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44g | 140*210*20mm
ISBN13 9788901142616
ISBN10 890114261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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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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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권? 그보다는 매주 한 권이 어때?” 그가 물었다.
“아니, 하루에 한 권씩 읽을 필요가 있어.”
그렇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때까지 3년 동안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보냈다. 나와 내 가족의 삶을 행동과 움직임,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채웠다. 그러나 그 무엇으로 삶을 빽빽하게 채워도, 아무리 빨리 달리고 돌아다녀도 슬픔과 고통에서 헤어날 수는 없었다. --- p.11

『스파이 해리엇』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나는 내 또래 여자아이가 사는 장소, 꼭 나처럼 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끼적거리기 좋아하고 특이한 음식 먹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사는 어떤 새로운 곳에 도달했다. 해리엇은 나를 그녀의 세계로 데려갔다. --- p.37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한 해 동안 독서 계획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첫 힌트를 주었다. 이 한 해가 지나가면서 내 계획도 진화할 것이다. 어떻게 진화할지는 알 수 없다. 도피를 목표로 했던 한 해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위안? 맞다. 즐거움? 당연히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뒤로 돌아가서 기억을 복원해야 한다. 더 큰 임무도 있다. 내가 책에서 발견한 내 기억과 얽혀 있는 것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 p.65

『죽음의 중지』를 다시 손에 잡은 것은 밤 아홉시 반이었다. 마틴을 계속 보살펴주어야 했고 저녁 식사도 마련해야 했고, 아이들을 재워야 했다. 이제 자정까지 자정까지 두 시간 반 남았는데, 아직 200쪽도 더 남았다. 난 보랏빛 의자에 앉아 책 속으로 들어갔다. 단어의 인력이 나를 잡아끌고, 기대와 즐거움으로 단단히 붙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도, 마지막 장에 이른 시각이 열한시였고, 스멀스멀 내려앉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 p.70

내 두뇌 아래쪽에서, 물질과 기억과 동기의 저 아래 깊은 곳에서는 죄책감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살아가려고 했다. 두 배로 살아감으로써 언니 몫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녀가 결코 가져보지 못했던 경험들로 가득 채워진 인생을 사는 것이다. 마틴 코릭이 쓴 『우연히』에 나오는 제임스 왓슨 볼소버도 죄책감에 짓눌린 남자이다. 아내와 아이의 죽음, 두 죽음이 그의 삶을 누르고 있다. 볼소버는 회한과 싸운다. 이성과 분노로, 슬픔과 체념으로 그것에 맞서 싸운다. --- p.117

이제 친구들이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도 있다. 친구들은 책을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거 읽어봐. 난 정말 좋았어. 너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틀림없어.”
하지만 그것이 내가 좋아할 수 없는 책이라면 어떻게 하지? 싫어하는 책이라면? --- p.130

『저격』과 『해나 콜터』를 읽음으로써 나는 전쟁을 경험했다. 안전한 장소에서 경험한 것이기는 하다. 그렇기는 해도 진땀이 나고 눈물을 흘렸다. 『환상적인 앨리스』와 『가족의 행복』에서 사랑과 욕망을 경험한 것과 똑같다. --- p.177

독서를 통해 나는 삶이란 고통이 고르지도 않고 무한정 부담을 져야 하는 것임을 발견했다. 비극은 제멋대로, 불공정하게 떠안겨진다. 편안한 시간이 오리라고 약속했지만 거짓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어떤 나쁜 일이 오더라도 그것이 부담은 될 수 있겠지만 올가미는 아닐 것이다. 책은 내 삶을, 삶을 거울처럼 반영한다. 이제 나는 내게 일어났던 모든 나쁘고 슬픈 일들, 내가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모두 인간의 회복 능력의 대가이자 증거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 p.178

책들이 바로 경험이다. 그것은 사랑이 주는 위안, 가족의 성취, 전쟁의 고통, 기억의 지혜를 입증하는 저자들의 말이다. 기쁨과 눈물, 즐거움과 고통, 모든 것이 보랏빛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동안 내게 왔다. 나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그토록 많은 것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 p.179

추리소설들은 우주에 질서가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하지만 좋은 추리소설은 일부 물음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 역시 진실인 줄을 나는 안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를 만난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나야 했는가? 우리는 그 이유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우리는 질서를 발견할 수 있고, 또 발견한다. 책에서든 친구에게서든 가족에게서든 아니면 믿음에게서든 말이다. --- p.247

독서의 한 해가 끝날 무렵에야 나는 톨스토이가 『위조 쿠폰』에서 하는 이야기를 이해했다. 7월에 처음 읽었을 때 인간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행동이 영향과 결과의 연쇄 반응을 출발시킨다는 메시지는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보랏빛 의자에 앉아 『위조 쿠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톨스토이는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한 설명을 펼쳐놓고 내 삶의 의미를 보여주었음을 깨?았다. --- p.277

내게 독서의 한 해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였다. 그것은 내 삶을 채우고 있던 건강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의 공기에서 격리되어 지낸 1년이었다. 그것은 책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치유력을 가진 미풍 속으로의 도피였다. 나의 독서의 한 해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 사이에 끼어든 행동 중지 기간, 나 자신을 위한 유예 기간이었다. 책으로 채워진 1년간의 집행유예 기간 동안 나는 회복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회복 단계를 넘어서 다시 생활로 들어가는 방법도 배웠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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