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베네딕토 16세 세상의 빛

베네딕토 16세 세상의 빛

: 교황과 교회와 시대의 징표들

[ 양장 ]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베스트
천주교 top20 2주
정가
18,000
판매가
16,20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600g | 148*210*30mm
ISBN13 9788932112626
ISBN10 893211262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페터 제발트
독일의 저널리스트. 일찍이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심취,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 《슈테른》,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서 일하면서 주기적으로 반가톨릭적인 심층 기사를 써서 이름을 날렸다. 라칭거 추기경을 본격적으로 비판할 목적으로 반신반의하며 청한 대담이 성사되어 《이 땅의 소금》을 출간했고, 이 과정에서 가톨릭교회로 돌아왔다. 라칭거 추기경과의 두 번째 대담집 《하느님과 세상》에 이어, 《세상의 빛》으로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 대담자가 되었다.
역자 : 정종휴
전남대학교 로스쿨 교수(민법학). 전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 교토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 대학과 프랑크푸르트 대학, 미국 하버드 로스쿨에서 연구했으며, 일본 규슈 대학, 히토쓰바시 대학 객원 교수를 지냈다. 전남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한국민사법학회 회장, 한국법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1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만난 이래 대담집 《그래도 로마가 중요하다》(바오로딸, 1994), 《이 땅의 소금》(가톨릭출판사, 2000), 《하느님과 세상》(성바오로, 2004)에 이어 《전례의 정신》(성바오로, 2006)과 《신앙, 진리, 관용》(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9)을 번역했다.
감수 : 유경촌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부.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한 뒤 독일 뷔르츠부르크, 프랑크푸르트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992년에 사제품을 받고 목5동 성당에서 보좌 신부로 일했다.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 신학 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울 정의 평화 위원회 위원장 겸 서울대교구 통합 사목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내가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바오로딸, 2004)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페터 2009년 성 비오 10세회 소속 네 명의 주교에 대한 파문 철회가 최초의 균열이었습니다. 이 사건과 그 배후의 잘못된 배경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교황님은 그 전까지 ‘베네딕토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높은 존경을 받으셨는데, 단숨에 ‘운 없는 교황’, ‘세상 절반의 화를 사는 사람’이 되고 마셨습니다. 논평들은 그야말로 참담했습니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유일무이한 반교황 미디어 캠페인에 직면하여 저널리스트들의 ‘공격적인 무지’에 대해서 말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유다계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이제는 ‘온갖 편견과 편파에 심지어 거짓 정보’가 난무한다고 했습니다. 그 파문 철회는 잘못된 일이었나요?

교황 아무래도 파문 철회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군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많이 퍼졌는데, 배웠다는 신학자도 갈피를 못 잡긴 마찬가지였거든요. 그 네 명의 주교들은 사람들의 추측처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 때문에 파문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교황의 위임 없이 주교품을 받았기 때문에 파문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적용된 관련 법규는 바로 옛 교회법에 의한 것입니다. 그 법에 따르면 교황의 위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교 서품을 하는 사람이나 서품된 사람은 파문을 당합니다. 즉 그들이 파문당한 것은 교황의 수위권에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주교들이 교황의 위임 없이 서품되었고, 교황과 온전히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지요.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그런 식으로 주교가 된 사람이 교황의 일반적 수위권과 현재 직무를 수행 중인 교황의 수위권을 별도로 인정할 경우 그 파문은 철회됩니다. 그런 경우 더 이상 파문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중국의 경우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서서히 균열이 메워지길 바라면서요. 또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절차를 밟았습니다. 정리하면, 그들은 교황의 위임 없이 서품되었다는 이유로 파문당했으나 이제 교황을 인정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파문이 철회된 것입니다. 비록 아직은 모든 점에 있어서 교황을 따르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요.
이 자체로 보면 정상적인 법적 절차였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우리 측 언론 홍보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이 주교들이 파문당한 이유며 순수한 법적 근거로만 보더라도 파문 철회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 pp.50-53

페터 진보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 기후 회의에서 분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 지구 상의 수많은 국가가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첫 모임을 가진 뒤 코펜하겐 정상 회의까지 오는 데 무려 17년이 걸렸습니다. 과학자나 환경 운동가와 정치가들은 코펜하겐 정상 회의를 일컬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 가운데 하나라고 선언했습니다. 이 회의는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촉탁을 받은 1,000명 이상의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는 지금부터 최대 2도 이상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 그 이상이 될 경우 기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바뀔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코펜하겐 협상 문서 초안의 내용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전혀 들어 있지 않습니다. 2도라는 한계를 넘어서리란 것은 이제 확실해 보입니다. 그 결과는 태풍, 홍수로 죽은 곡식이며 과일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기후 변화와 같은 위협을 인류가 함께 노력해도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옳은 것으로 확인해 주는 것이 아닐까요?

교황 이 문제는 참으로 심각합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재앙에 대해 도덕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인식이 도처에 있습니다. 아울러 지구 전체 차원의 책임이라는 의식도 있습니다. 윤리를 더 이상 일정 집단이나 민족과 결부지어서는 안 되고, 지구와 모든 사람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사람은 확실히 도덕을 인식하는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 잠재력을 정치 의지와 행위로 바꾸는 일은 자기 포기의 자세가 없어 다시 불가능해집니다. 그런 일은 국가살림으로 전환되고 결국에는 개개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다시 각각의 집단마다 서로 다른 부담이 문제가 됩니다. 이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인류 전체, 특히 개발과 진보의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롭고 심오한 도덕의식이나 인생의 가치관이 될 자기 포기에 대한 마음가짐 없이는 정치 의지도 결국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이렇습니다. ‘모두가 긍정하고 찾는 위대한 도덕 의지가 어떻게 하면 개인의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왜냐하면 이런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는 정치가 무기력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러한 보편 의식이 개인의 의식 차원으로 파고들어 자리잡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일은 겉보기에 거창한 행사만 여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가까이 있으면서 오직 양심에 호소하는 이라야 가능합니다. 그렇게 볼 때 교회가 나서야만 합니다. 교회는 이에 대해 큰 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이 문제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는 많은 사람들의 양심에 가까이 있으며 그들이 일정 수준 도덕 의지를 위해 자기를 포기하도록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도덕의 근본이 되는 태도를 영혼에 새겨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p.75-78

페터 상대주의적으로 변화된 세상에서는 새로운 이교 문화가 갈수록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교회 말고도 교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마치 진공 같은 영역뿐만 아니라 반교회적인 세력까지도 포진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어느 신문은 로마에 있는 교황은 오늘날 ‘이 나라에서 통하는 종교, 곧 ‘시민 종교’에 위배’된다는 이유만으로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전에 이탈리아 상원의장을 지냈던 마르셀로 페라가 분석한 것처럼 일종의 새로운 문화 투쟁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는 ‘그리스도교를 반대하는 세속주의의 대규모 전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교황 관용적이지 못한 분위기가 새롭게 확산 추세라는 것은 공공연한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어야 할 익숙해진 생각의 척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소위 ‘바람직하지 않은 관용’으로 선언되는 것이죠. 말하자면 바람직하지 않은 관용 때문에 공공건물에 십자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경우지요. 그 바탕에 놓인 뜻을 본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아량을 버리는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 말의 뜻은 종교, 즉 그리스도교 신앙이 더 이상 눈에 띄게 표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잖아요.
이를테면 차별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가톨릭교회를 옥죄어 동성애라든가 여성의 성직 서품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바꾸라고 한다면, 그것은 곧 교회 나름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대신에 추상적이고 부정적인 종교를 절대적인 척도로 만들어 누구나 다 따르지 않으면 안 되게끔 하겠다는 말이잖아요. 지금까지 전해 온 것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자유’로 보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은 새로운 종교의 편협한 요구로 이어집니다. 그 종교가 합리적이라서 보편타당하다고 사칭하면서, 또 모든 것을 다 알기 때문에 모두에게 기준이 되어야만 할 공간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관용의 이름으로 관용을 철폐해 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이른바 서구의 이성이 이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자유에 적대적인 전체주의를 내세우게 되는 것인데, 우리가 이 위험을 아주 단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강요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새로운 종교’만이 모든 걸 결정하고 전체 인류에게 의무가 되는 종교로 받아들이도록 강요받아서도 안 됩니다. --- pp.85-87

페터 제삼천년기를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변혁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 생태, 사회 차원에서 말이지요. 학자들은 다음 10년이 지구의 생존에 결정적인 시기라고 봅니다.
교황님도 2010년 1월 로마 교황청에서 외교관들에게 “우리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라는 인상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자리에서도 “이런 위험을 전반적인 차원에서 바로잡지 못한다면 무기력이나 혼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 하셨습니다. 파티마에서 하셨던 강론에서는 거의 종말론에 가까운 어조로 “인간은 죽음과 공포의 순환을 일으킬 줄은 알게 됐으나 더 이상 끊을 수 없게 야기시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시대의 징표를 볼 때 세상을 바꾸는 역사적 순간이 도래했다고 보시는지요?

교황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기겁하게 하는 징표들은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댈 수 있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징표들도 있습니다. 공포와 위험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이미 자세하게 이야기하였지요. 여기서 주교들의 방문으로 마음이 급하게 된, 한 가지만 덧붙일까 해요.
많은 수의 주교들,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주교들이 말하기를, 그곳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약 재배와 마약 거래가 있는 곳의 사정은 마치 사악한 괴물이 사람들을 타락시키기라도 한 것 같다고 합니다. 마약 거래와 마약 소비라는 뱀은 ?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지구를 휘어 감았습니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가정을 파괴하며 세계를 폭력으로 몰아넣으면서 라틴 아메리카 전체의 미래를 위태롭게 합니다.
이 역시 서방 세계가 책임져야 할 끔찍한 일에 속합니다. 서방 세계는 마약이 필요하자 마약을 공급할 나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끝내 그곳 사람들을 소모시키고 파괴시키지요. 말하자면 이미 있는 행복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는, 행복에 대한 굶주림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악마의 낙원이라고 할까요, 그런 데로 달아나서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합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청소년을 파괴하는 섹스 관광입니다. 주교들에 의하면 그 실태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이랍니다. 교만과 권태, 서방 세계의 그릇된 자유에서 비롯된 엄청난 타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은 끝없이 기쁨을 추구하고 극단적인 즐거움을 원하며 영원한 것을 바란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곳에서는 그것이 보장되지 않고 불가능하지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거짓된 것, 거짓된 무한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시급하게 맞서 도전해야 하는 이 시대의 징표입니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무한성은 오로지 하느님으로부터만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또 몸소 그렇게 살아야만 합니다. 이 시대의 어려운 상황을 견디며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분이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알리고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또한 잘못된 영향에 대적할 힘을 내고 악의 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우리가 죽은 이들과 착한 사람들의 힘을 모두 모아야 합니다. --- pp.99-102

페터 24년 동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곁에 계셨으니 교황청 사정은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황으로서 감당할 일들이 실제로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충분히 깨달으시기까지는 얼마나 걸렸나요?

교황 그 사실은 무척 빨리 깨달았습니다. 부제, 사제, 교수로도 커다란 책임을 짊어진다는 사실을 안다면, 교회 전체에 대한 책임은 얼마나 클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 일을 혼자서 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교황은 하느님의 도움을 받으며 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협조 속에서 일을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우리에게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교회를 위해 동료가 힘을 모아 일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과 교황은 그저 함께하는 사람 중에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일 뿐 결코 절대군주로서 외로운 결단을 내리거나 모든 것을 혼자서 하는 사람이 아니란 사실 등입니다. --- pp.115-116

페터 교황님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종교와 합리성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신앙과 이성이 왜 함께 가야 하나요? 그냥 ‘오로지’ 믿기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예수님도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 보지 않는 것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러나 보지 않고도 믿는 데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도 스스로 신앙을 내적인 통일성과 구약과의 연속성 안에서 하느님의 이끄심을 온전히 설명하시면서 신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역사의 주인이시며 역사가 증언하고 창조가 이야기하는 주님이신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합리성이라는 것이 이미 구약에서 신앙의 기본 요소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바빌론 유배 시절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하느님은 여러 신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고, 창조주요, 하늘의 하느님이며 오로지 한 분뿐이신 하느님이시다.” 이로써 하느님의 보편성이 다름 아니라 그 합리성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 셈입니다. 이 핵심이 나중에 구약과 그리스 문화가 만나는 지점이 됩니다. 구약에서 이러한 성향을 강조하던 바빌론 유배 시절과 대체로 같은 시기에 다신 사상을 넘어선, 유일신에 대해 묻는 그리스 철학도 성립하였기 때문이지요.
교회가 신앙과 이성, 이해 가능한 것의 범위를 넘어 내다보는 것과 동시에 합리적인 책임을 함께 연결하는 것이 교회의 큰 책임으로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성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이지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 pp.126-127

페터 2006년 9월 12일 교회와 무슬림 관계에 대해 언급한 ‘레겐스부르크 연설’은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교황님은 비잔틴 황제와 페르시아 학자가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에 관해 나눈 대화를 담은 어느 역사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셨습니다. 그 뒤로 이슬람 국가에서 교회 시설이 불길에 휩싸이고, 서방의 저널리스트들은 격노에 찬 논평을 썼습니다. 그 연설은 교황님 임기 최초의 실수로 분류됐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교황 그 연설은 학술적 개념을 목표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사람들이 뎱황의 연설을 학술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읽으리란 것은 의식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정치적 시각으로 보니 전체 연설의 씨줄과 날줄의 섬세한 짜임새는 보지 않고 그저 텍스트 하나를 잘라내서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자체로 볼 때 그런 의미가 아닌데 말이지요. 그 문구는 옛 문답에 나오는 어떤 장면에 관한 것인데, 제 생각에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관심을 끄는 문답이랍니다. 저는 마누엘 황제의 말을 인용했는데 그는 당시 이미 오스만 제국을 신봉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무슬림을 공격할 마음을 품을 수가 없었지요. 그렇지만 그는 지성적인 대화에서 활발한 질문을 제기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정치적 의사소통은 이러한 섬세한 전후 맥락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슬퍼할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일들이 지나고 나서 마침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줬습니다. 터키 방문 때 제가 이슬람에 대해 경외심을 가졌다는 사실과 이슬람을 위대한 종교로 인정한다는 사실, 또한 서로 대화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이 논란으로부터 긴밀한 대화의 싹이 튼 것이지요.
공개적인 대화로 두 가지 문제, 그러니까 폭력에 대한 관계와 이성에 대한 관계를 이슬람이 해명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문제가 나름의 순서로 해명되어야 하고 또 그럴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그로써 이슬람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내적 반성이 시작되어 그것이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 pp.154-156

페터 가톨릭교회의 성도덕 문제가 거센 반발을 샀는데요, 이는 뒤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교황님은 ‘신앙의 인간적 특성’에는 하느님이 만드신 육체에 대한 긍정도 포함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이것은 더 나은 성性을 위한 변론인가요?

교황 인간의 육체적 특성은 성적인 것을 통해 정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괄합니다. 물론 성性이 육체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의 하나긴 하지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육신 안에 영혼이 있는 존재며 육신으로서의 사람이 그 자신이기 때문에 육신을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성을 긍정적인 선물로 이해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이 선물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동참하기도 하잖아요. 이와 같이 긍정적인 해석을 찾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보물을 지켜 내는 것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임무입니다.
그리스도교 안에 늘상 다시 도덕적 엄격함이 만연해 있고 영지주의Gnosticism에서 성행했던 성에 대한 부정적 가치관이 교회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얀세니즘만 해도 그렇지요. 이 얀세니즘은 인간의 성격을 왜곡하고 불안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초기 그리스도교와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시기에 있었던 본래의 그리스도교적인 태도를 되찾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몸에 대한 긍정과 그 기쁨, 그러니까 성적인 것에 대한 긍정이지요. 이를 늘 원칙과 책임이 수반되는 선물로 봐야 하지요.
자유와 책임이 궤를 함께하는 것은 늘 중요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기쁨이 자라며 제대로 된 긍정도 가능합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의해 영향을 받은 그리스도교적 인간상을 다시 긍정하면서 그 위대한 긍정의 정신 속에서 새롭게 꽃피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 pp.163-165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절판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