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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심장

겨울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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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12g | 124*188*20mm
ISBN13 9788998965174
ISBN10 899896517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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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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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이 없다. 혹시라도 내 얼굴이 궁금하다면 거대한 코를 가진 인간이나 길거리에서 밟고 지나가는 맨홀 뚜껑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허약해져야 발견하게 되는 순수함도 있다. 피폐해져야 부푸는 것들이 있다. 무너지고 헐벗어야 신을 찾기도 한다. 어떤 이들을 그런 과정에서 진짜 신을 찾기도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내게 온다. 그 선택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다. 자신을 버리고 싶은 지경에 이른 인간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죽음에 대한 자유의지, 이다. --- p.9

N교수의 강의는 거침없이 부드러운 물결의 생동감과 더불어 거센 태풍의 눈 속, 고요함을 품은 채 유려하게 이어졌다. 강의의 밀도에 압도되고 유혹당했다. 필기는 할 수도 없었다.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파생되고 그 줄기를 따라 가느다란 신경이 퍼지다가 다시 원점으로 거대하게 통합된다. N교수의 강의는 말하자면 폭풍이었다. 지식을 전달하거나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잡히지 않는 바람 같은 주제를 바탕에 깔아놓고 그 위를 질주하는 사자의 눈빛과 털 모양과 발이 흙에 닿는 느낌만을 면밀하게 표현한다. --- p.18~19

“왜 저를 페르소나, 라고 부르는 거예요?”
“그게 거슬렸나 보군.”
이 인간은 절대 그냥 대답하는 법이 없다.
“페르소나(Persona)는 그리스 어원으로 ‘가면’을 뜻하죠.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 카를 구스타프 융은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중의 페르소나를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내면이라고 말했고요. 하지만 영화나 연극에서는 종종 감독이나 작가의 자화상이나 분신으로 지칭되죠. 영화 「400번의 구타」처럼요. 이제 장 피에르 레오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 p.31

겨울은 길다. 우리는 늘 겨울 속에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고립되었다는 즐거운 불안감을 오직 둘만이 창조해 놀 수 있는 것, 작은 방 안에서도 본능 하나로 더 깊은 구석을 찾아내는 본능보다 더한 오감 같은 것, 허연 입김을 공중에 발산하며 절대로 작은 난로 하나 켜지 않는 고집 같은 것. 그건 우리 둘 사이에 은밀한 침묵의 협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방부제가 잔뜩 든 통조림 캔으로 가득 찬 거대한 창고를 소유한 부자를, 겨울 말고 다른 계절 자체를 알지 못하는 거짓을, 봄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변덕이 없는 가면을 견고하게 각자 연기했다. 더, 더 추워야만 했다. 긴 겨울은 더 길어져야 한다. 그래야 오직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 그건 반대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가 만든 겨울의 집은 언제든지 외부의 빛 하나로도 흩어질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도 우리를 바라보지 않는데 고고하기 위해 고단해지다 결국은 고난에 처하고 말 거라는 확신은 버려도 질기게 다시 태어났다. --- p.57

부유하는 시간을 가장 많이 가진 부자, 밤에만 유령처럼 움직이는 치밀한 도둑, 지안(智眼). 지혜의 눈, 이라는 뜻을 가진 내 이름을 스스로 무참히 말살하는 혁명가, 맥주의 라벨을 보고 어떤 선택도 할 필요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마시고 만족하는 긍정적인 협상가, 한 사람 분량의 소음을 줄여주는 친환경주의자, 지구가 도는 데 아무 공헌도 하지 않는 철저한 개인주의자, 그리고 서랍 안에 들어 있는 쪽지를 읽을 수 없는 재능을 받은 행운아. 난독증은 내게 넉넉한 가면들을 공짜로 기부해주었다. --- p.91~92

N은 어떤 식의 죽음을 택했을까. 높은 공중에서 잠시 자유로운 새처럼 날았을까. 선명한 빨간색의 핏줄기가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는 것을 봤을까. 단단한 올가미를 만들어 몇 번이고 매듭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을까. 커다란 차를 골라 뛰어들며 그 찰나에 눈을 감았을까. 정말 N의 아버지가 존재할까. N의 죽음에 내가 관여됐을까. 아니, N이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맞나. --- p.101~102

난 타인의 슬픔을 청소한다.
난 타인의 슬픔을 청소하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난 방문을 조용히 닫고 그 집을 나와 꽃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N과 같은 이름을 가진 꽃집 여자 n의 목을 졸라 죽이기 위해서.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진정으로 이해했다. 난 그녀를 죽이기 위해 달리고 있다. --- p.110

애초에 굳이 나쁜 마음 따위는 전혀 없다. 당신이 믿든 말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늘 공평하고 공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의 입자 중에 나처럼 신중하고 한결같은 존재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인간들은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고 매일같이 떠들면서도 마음의 주체는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천만에. 내가 인간 마음의 주체다. 나는 날 아무에게나 던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관찰하고 세심히 분석해서 나를 받아들일 만한 마음을 가진 인간에게, 때로는 나를 절절하게 필요로 하는 인간에게만 간다.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그들의 착각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건 쉽지만은 않다. --- p.112

우리의 딸이 갓난아이였을 때, 처음으로 내 엄지손가락에 감기던 그 거인보다도 더 강한 힘을 난 잊지 못한다. 내 손가락 하나가 세상 전부인 것처럼 매달려 놓지 않았다. 일곱 살 때 엄마의 매니큐어를 몰래 바르고 달려와 자랑스럽게 내민 손톱 밖으로 번져 있던 분홍색의 잔상을, 엄마는 손이 차가워, 하며 아내의 손을 작은 손으로 비벼대던 착한 열 살의 그 손을, 내 책을 보물처럼 안고 잠이 든 딸의 손에서 책을 슬며시 꺼내려고 하면 잠꼬대를 하듯이 싫어, 라고 하며 다시 책을 챙기던 고집스러운 그 손을 결코 잊지 못한다. 그런 손과 손톱과 살결은 굳은살이 생기기 전에, 더러운 것을 만지기 전에, 세상의 그 많은 매니큐어를 발라보지도 못한 채 예쁘게 박제되었다. --- p.136

잠시 I, 라는 타인이 된 나의 거짓 이름과 팔아먹은 에고.
내 영혼의 필터 속에 자꾸 걸리는 어린 n.
비극적인 운명의 오필리아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S.
생의 마지막 고개를 내게 기울여준 A.
나의 예민하고 잔인하고 아름다웠던 연인 N.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을 술로 채우다 제 명을 다하고 알코올의 세상에서 추방당한 e.
우리의 이름을 조합하자 insane, 이었다. 이것도 내 강박증이 엮어낸 우연일까. 미친 짓일까. 모르겠다. 그저 무언가에 지독하게 미쳐본 인간들의 진짜 표본이다. --- p.148

A의 책은 장대한 시였다. 출간되지 않은, 출간을 원하지 않던, 출간이 되지 않은, 집을 떠나고, 집을 그리워하고, 집을 잃은 존재들을 위해 써내고 말았던 행복과 비통의 보고서이며 생의 백과사전이었다. --- p.157

미지근한 쓸쓸함을 유지하지 못하면 불같은 외로움이 바로 덮칠 것이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하는 짓이 잠시 끝나면 다시 쓸쓸해질 뿐이다. 하지만 다시 미지근해지려면 얼음 창고에 또 들어가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 p.171

“우리가 할 일은 최대한 악마의 씨를 말리는 것이다. 지상에서 애통해할 일을 하나라도 더 줄이고 커다란 비극이 될 수 있는 것을 작은 상처로라도 줄이고 최대한 축소시키고 또 압축하는 것. 누군가 말했지. 정신병원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정작 그런 인간들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라고. 이제 마지막 당부일세. 웃기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일을 하며 절대로 인간에 대한 신뢰는 잃지 말기를. 매번 숨을 쉬듯이 자각할 것. 나는 인간이다. 나는 좋은 것에 쓰이기 위해 태어났다. 내 작은 시선이 누군가의 생을 구할 수도 있다. 나는 인간임을 잊지 않는다. 이상.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네.”
녹음기를 껐다. 유일하게 녹음을 한 마지막 강의를 다시 듣고 혼잣말을 해본다. 난 인간이다. 난 좋은 것에 쓰이기 위해 태어났다. 내 작은 시선이 누군가의 생을 구할 수도 있다. 나는 인간임을 잊지 않는다.
--- p.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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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은 유려한 문장이나 근사한 수식어,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 자체보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남는다. 손끝으로 형체를 잡을 수는 없지만 확실하고 강렬하게 닿을 듯하다. 분명한 이미지를 가진 사진이나 나긋한 리듬을 가진 음악으로 남는 글은 뜨거운 눈물이나 거대한 감동을 갈구하지 않아 더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나는 때로 그것이 우리의 가슴 속에 더 긴 울림을 준다고 믿는다.
담담한 듯 조용하지만 동시에 치열한 감각으로 기록한 진주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 그러하다. 결핍과 상처와 상실을 찬찬히 응시하고 버텨내며 또 보듬어가는 생에 대한 끈질긴 작가의 탐구 속에서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무엇보다 단단한 우리 속의 페르소나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 이민경 (패션·라이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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