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도부는 자신들의 관점에서 볼 때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문명이 외세, 내부 부패, 그리고 무력함으로 약화되어 무너졌다는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로 인해 중국은 공산주의자들이 중국 인민을 재결집하고 인민공화국을 창건할 때까지 끔찍한 고통, 특히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1949년 이래로 중국은 세계 무대의 중심인 자국의 모습을 회복한다는 임무를 잊지 않고 있다. 중국의 외교 정책은 이러한 감정의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틀에서부터 중국의 지역적 역할에 대한 대우, 일본과의 관계,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입장, 미국을 대하는 태도, 외교 정책의 원칙 등의 문제가 비롯된다.
- 중국의 외교 정책과 원칙
2013년 이후로 시진핑이 중국몽에 대해 말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중국 지도부는 외교에 여론을 반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보인 행동이 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 관광객들의 무례하고 낯 뜨거운 행동거지와 같은 경우이다. 특히 홍콩에서는 중국에서 온 아이 엄마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아이가 대변을 보도록 하는 바람에 분노를 산 일이 있었고, 어느 중국 노인은 비행 중인 비행기의 문을 열려고 애쓰다가 세계적인 조롱을 받았다. (…) 21세기에 들어 해외여행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례함과 거만함이 점점 더 심해져 중국의 이미지를 심하게 훼손하는 정도가 되자 중국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상황에 맞게 적절히 행동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육 책자까지 만들었다.
- 시진핑이 말하는 세계
중국이 미국을 향해 느끼는 견제의 두려움과 미국에서 나오는 ‘중국발 위협’의 이야기는 양쪽 모두 자국과 상대국을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갈등을 나타낸다. 세계 곳곳에서 미중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열리는 회의에서는 엄청난 해결책들을 논의한다. 중국이 위협이라는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남아 있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보이는 약한 모습을 한탄하며 미국은 국제 사회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국내 문제와 낮은 1인당 소득, 심각한 환경 및 외교 문제를 강조하며 중국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미국이 가진 것처럼 풍부한 세계적 관계망과 동맹국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 중국과 미국, 궁극의 애증 관계
2016년 초에 실시된 핵실험은 힘센 중국 옆에 있는 빈곤한 이웃 국가인 북한이 얼마나 자치권을 원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을 뿐이다. 양국 사이의 유대 관계의 근본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마오쩌둥의 표현처럼 ‘순치’, 즉 입술과 이처럼 가까운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 원한 선택이라기보다 강요된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애정과 상호 존중의 관계가 아니라 필요에 의한 관계이다. 별거도, 이혼도 할 수 없다. 지리, 경제, 역사, 정치 등의 분야가 서로 너무나 얽혀 있어서 거의 단일 운명체로 묶여 있는 듯하다. 지난 70년간 북한의 전략은 중국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얻는 것과 중국의 완전한 지배를 방지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 최근 북한은 빈곤에 시달리게 되었고, 중국의 경제력에 완전히 의존하는 일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단일 노선을 선택했다. 그 끝은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었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으로부터 북한을 보호하는 것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합병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
- 중국과 아시아, 운명 공동체로 묶여 있는 이웃 나라
유럽연합에는 분명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어떤 투자를 환영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와 이 투자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다는 애매모호함이 여전히 남아 있다. 화웨이가 유럽에서 특별히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국가적으로 민감한 통신 분야의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웨이의 투자는 이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및 기타 국가에서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는 28개 회원국으로부터 복합적인 반응이 나왔다. 예를 들어 영국은 화웨이의 대대적인 투자를 허용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좀 더 경계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영국이 2012년 이래 티베트 문제로 중국과 가장 험악한 관계를 보이고 있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민감한 분야까지도 중국 기업의 투자에 시장을 가장 활짝 개방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세 가지, 즉 가치관, 시장,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다툼 사이에 동일한 기준은 거의 없는 것 같다.
- 중국과 유럽연합, 과거를 이야기하는 문명의 파트너
더욱 다양한 외교 파트너를 찾는다는 현 중국 정부의 임무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중동 국가들보다는 훨씬 수월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안정적이고 견고한 나라이다. 이집트는 과거의 역사적 관계는 좋았지만 현재 이집트 국내 정세의 불안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손상되었다. 그러므로 시진핑 정부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동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생길 듯하다. 중동 지역의 분열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미국이 고립주의를 택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도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선호하는 대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중국은 좋든 싫든 편안하게 있던 중립의 자리가 사라지고 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아주 열심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중국과 그 밖의 세계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