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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 자립·공존·연대를 위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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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74g | 140*205*20mm
ISBN13 9791187135098
ISBN10 118713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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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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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자를 배제하고 함부로 뿌리 뽑는 재개발의 파도에 무력하게 떠밀려가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엄두를 못 낼 만큼 큰돈과 권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을 벌이고 싶지도 않았다. 멀리 떠나지 않고 지금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도시의 주인이자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 p.22쪽)

일상의 노동은 신기하게도 삶을 더 풍요롭게 했다. 스물네 시간 일만 생각하는 것보다 쉴 때 쉬고 몸을 움직이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이맘때 시장에는 어떤 채소가 나오는지, 겨울을 좀 더 따뜻하게 나려면 언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사회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책만 들여다봐서는 결코 얻지 못할 지혜다. (.…) 독립적 삶을 산다는 것, 그러니까 자립이란 단지 아무도 침범하지 않는 혼자만의 방에 파묻힌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 pp.54-55

우리가 해야 하니까 또는 하고 싶으니까 한다고 믿는 일 중에는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맡은 일은 어떻게든 열심히 잘 해내야 한다는 일 윤리를 주입받아온 탓에, 자기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낼 능력을 잃고 급기야는 자기를 망가뜨리는 삶을 선택하기 쉽다. --- p.81

삶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절점이 한순간에 반짝 다가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스트 한 숟가락이 반죽을 부풀리듯이, 작고 사소한 경험 하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킨다. --- pp.87-88

이제 하려는 일은 다르길 바랐다. 기존의 조직과 활동 방식을 떠나 전환점에 선 우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려했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 말고, 삶에서 정말 원해서 할 수 있는선택은 뭐가 있을까? 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 내 삶의 전환은과연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 걸까? --- p.162

세상이 놀랄 일 말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이 주는 자유는 대단했다. --- p.173

겨우 일이 년 한자리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동네를 ‘기획’하려 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만히 시간과 관계를 쌓아 올리며 지내다 보면 문득 ‘이거다’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전까지 우리는 그저 조용한 동네 자영업자로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 p.241

어쩌면사무소에서 접속한 사람들은 누구를 통해 언제 만났든 상관없이 나름의 관계를 맺고 서로 공감하는 지점에서 어울렸다. (.…) 가족보다는 유연하고 동료보다는 느슨한 제3의 관계망이 내 주위에 있었다. 그건 옥수동과 어쩌면사무소가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 p.250

비혼을 선택한 것, 정규직 노동을 그만둔 것, 맞지 않는 인연은 잘라내고 마음이 이끄는 쪽으로 치우쳐 살아온 것,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아무 연결고리 없이 오도카니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 다 내가 자처한 일이었다. 그런 삶에는 결국 고립과 절망밖에 없을 거라는 경고가 많았다. 하지만 어쩌면 끝없이 주입되는 불안을 거부하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246쪽)

어쩌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이를 만나면 슬쩍 그 문장을 건넸다. 아니,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고, 세상은 항상 두려움을 이기고 호기심을 따라간 사람들이 바꾸어 왔다고. --- p.144

삶의 전부라 여기던 일을 그만두며 내가 겪었듯, 사회 속에서 애써 일군 자기 자리를 잃으면 어마어마한 좌절과 상실감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차분히 자기 내면을 돌보고 일상을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다른 삶을 향한 실험에 뛰어들고, 타인의 경험과 고통에 반응하며 행동하는 건 그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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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강단 있게, 느리지만 방향감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오솔길을 탐색하며 살기. 내가 이 책을 통해 본 저자의 모습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길을 따라 자라났지만, 좌절과 성찰을 통해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창의적으로 모색해온 과정이 신비롭다. 지금은 예쁜 고양이 두 마리를 모시고 사는 집사이기도 한 저자는 일상의 세밀한 노동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을 꾸준히 기록하는 동시에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어쩌면, 세상의 작은 변화가 정말 이루어질지 모른다.
- 임순례 (영화감독. (사)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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