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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선물

행복이라는 선물

그루수필선-059이동
강찬중 | 그루 | 2018년 08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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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131*188*20mm
ISBN13 9788980693849
ISBN10 898069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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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까이 있는 읍내 병원으로 친척의 조문을 갔었다. 요즘은 농촌에서 상사가 나도 도시의 병원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게 일반화된 것 같다. 여러 가지로 편리함 때문이겠지만 상례의 전통도 밀리고 생략되고 많이도 변했다.

나는 고향 집에서 40리쯤 떨어진 이 도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졸업 후에도 일 년에 몇 차례씩 지나다녀서 낯익은 곳이기는 하다. 문상을 마치고, 지금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셔서 잠깐이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오늘은 새로 난 도로 표지를 보고 새 길로 차를 몰았다. 한참을 달렸는데도 낯선 풍경이다. 원래 길눈이 어둡기도 하지만 길도 복잡하여 당황스럽다. 빨간 불을 보고 멈추었는데 옆에 영업용 택시가 서 있다. 조수석 창을 열고 행선지를 말하고 길을 물었다. “500m쯤 가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라”고 한다. 직진을 해서 한참을 왔는데도 아닌 것 같다. 그때 옆에 차가 따라오더니 손짓을 한다. 창문을 내렸더니 길을 가르쳐 주던 그 택시 기사 분이다. 그분은 길을 잘못 안내하였다며 신호등 앞에서 유턴해서 다음 네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직진하라고 한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어 준다. 집으로 가는 동안 그 고마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 같았으면 설사 잘못된 걸 알았다 하더라도 어느 차인지 분간도 못했을 것이고, 또 기억했더라도 운전이 서툴러 그 차를 따라잡지도 못했을 게다. 회사나 차 번호라도 기억해 두었으면 고맙다는 전화라도 드렸을 텐데……. 이제 우리의 친절 문화도 수준급이어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어느 날 지하철 환승역에서의 일이다. 그날도 사람들 틈에 끼여 환승하려고 안내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한 아가씨가 흰 지팡이로 연신 바닥을 두드리며 가고 있었다.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서문시장역에 내린다고 한다. 곧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하고 승강장에서 기다려야 하고, 또 전동차를 타야 하는데……. 문득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손녀를 학원에 데려다 주려는데 “할아버지, 나 눈 감고 갈 거야” 한다. “그래” 하면서 손을 잡았다. 갑자기 자리를 바꾸면서 손녀는 화단의 벽돌에 무릎을 부딪혔다. 아야! 하면서 위험을 먼저 알려 주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리는 게 생각이 났다. 그 흰 지팡이 아가씨에게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고 일러주고 소매를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대합실 의자에서 잠깐 쉬고,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 역에 내려 드렸다. 길을 안내해 준 기사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친절은 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당신은 아름답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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