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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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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80g | 128*208*20mm
ISBN13 9788960213869
ISBN10 8960213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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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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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靑魚」

아직도 가슴속 바다에는 한 마리 청어가 숨어 삽니다 등
푸르고 허리가 미끈한, 이름만 불러도 청청 물방울 소리 튀
어 오르는, 그런 청어 한 마리를 풀어놓았던 것입니다 스무살, 서른, 마흔에 이르러 그놈을 북태평양으로 돌려보낼 결심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는 몰래 무엇인가를 키운다는 것이 참 어렵고 고달픈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때로 아들 녀석이 청어를 대신해 줄 것이라고 믿기도 하면서 10여 년을 흘러왔습니다 꼬리와 지느러미에 파도를 실어 헤엄쳐 나가는 청어가 보고 싶습니다 햇살을 통과하면서 벅차게 숨 쉬던 나의 청어, 청어를 불러내고 싶습니다 아아,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요? 그동안 청어에게 무심했던 내가 청어를 볼 자신이 없습니다

때늦은 오후 지하도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사람들을 읽고 있는 나뭇잎 한 장, 나는 그 나뭇잎 한 장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잎들, 그 속에 청어는 희미하게 보입니다 불러보고 애타게 찾아봐도 가슴속에서만 헤엄치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을 느껴본 사람들은 알겠지요 그래도 잠시 이 순간 청어를 생각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니까 그다지 외롭지는 않은 듯합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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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냄새가 물씬한 정이랑의 시편들은 호흡을 끊을 필요가 없다. 먼 산을 바라보거나 가까운 벽지의 얼룩을 훑을 이유도 없다. 편편마다 땅을 딛고 선 자의 발바닥이 있고 거친 숨소리가 있고 무엇보다 이쯤하면 되겠지 하는 계산이 없다. “바람 부는 방향으로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잎들” 그 속에서 청어를 발견해 내는 「청어」가 그렇고 “떠난 빈자리에서도 향기가 난다는 걸” 알아채는 「생강나무」가 그렇고 “누군가의 소원 하나”인 「돌탑」과 “홀로 박혀 있는 시간” 속에서 “물소리”를 듣는 「돌멩이」가 그렇다. 그녀의 시편들은 이 메마른 땅에 “배추씨”와 “고추씨”처럼 와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밭”처럼 무성해질 것이다.
- 문성해 (시인)
정이랑은 전통 서정의 세계를 근원으로 삼아 삶과 여성 주체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구가하는 시인이다. 서정시의 넓은 지평 속에서 정이랑의 시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시인이 마련한 방법론적 전형이 시인의 실존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자기 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신산한 삶의 경험에 덧입혀지면서 투박하지만 감동스러운 시의 난장을 펼쳐 보인다. 정이랑 시인은 가슴에 펄떡거리는 청어 수만 마리를 품고 사는 사람이다. 그녀의 시에 대한 열정과 애씀과 의지를 어수룩하게 아는 나로서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그간의 세월이 얼마나 남다를까 생각해 본다. 이제 가슴에 품었던 청어들을 마음껏 풀어놓을 때이다. 그녀가 꿈꾸는 풍등의 소망이 많은 독자들에게 닿기를 소망해 본다.
- 이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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