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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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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0g | 125*205*20mm
ISBN13 9788993541533
ISBN10 899354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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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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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따로」

밤은 늘 내게
도전자 반칙같은 수작을 부린다
비탈길에 서 있는 개살구나무
삭정이 한 가지 품은 채
달빛 닮은 꽃송이를 달았다
어디서 누가 또
잠 못 자는 사람 있어
저 모양을 볼 수 있겠나
은근한 겨자색
참 아픈 빛이로구나

「겨울나무
―아버지 2」


찬 공기를 물고 오르는 새
검은 눈망울이 딛고 간 나뭇가지 끝으로
간신히 붙어있던 마른 잎들이
떨어질 듯 흔들리고 있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살 비벼야 하는
쓸쓸한 병원의 이월
앉은 자리 그대로 아버지의 방이 되어버린
병실 창가에서
손수건처럼 흔들리는 그 소리 들으려고
창밖으로 애써 귀를 기울이신다
박새와 눈이라도 마주쳤는가
아랫니만 내놓고 벙긋벙긋 웃는다
아가처럼 웃고 있다
저, 덧없는 기쁨!

「목류(木瘤)」

불편하게 쥐었다
놓았다
다시 움켜잡았다

아프고 아픈 기억의 흔적

오랜 시간 결을 삭인 그곳에
되살아난 숨처럼
새순이 돋았다

누군가와 작별을 한 사람
오래 서 있다가

조용히 울고 간 자리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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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숙 시인은 종일 뭔가를 생산하는 몸과 마음의 일거리가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는 아파트에 살지 않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 나무를 가꾸고, 어딘가로 반나절쯤 일을 나가며 아버지가 귀가할 때쯤이면 대문 밖 까지 쓸어놓는 사람일 것 같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대관령만한 시와 삶의 열정을 가지고 손바닥만 한 아파트에 살기는 비좁을 것 같다는 말이다.

한영숙은 시의 말과 삶의 말이 다르지 않다. 그것은 시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서 너무 멀리 왔다. 시는 듣기 좋게 꾸미고 보기 좋게 다듬어야 하는 줄 안다. 또 그 안에 남이 모르는 말과 남이 써보지 않은 방법이 있어야 하는 줄 안다. 삶의 언어와 시의 언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삶과 시가 서로 거리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표제작인 ‘목류(木瘤)’는 우리말로 옹두리라고 한다. 나무의 다친 자리에 새살이 돋아 울퉁불퉁해진 것을 말한다. 일테면 목류는 나무의 생이고 역사이다. 세상은 늘 그 세상인데 보는 시인마다 다르게 볼 뿐, 시는 인생의 진실에 감동하며 서로의 감정에 공감을 보태는 일일 뿐이다. 한영숙의 시가 돋보이는 것은 무엇과도 섞이고, 누구와도 닮지 않으려는 자연스러움과 개성일 것이다.
- 이상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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