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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옥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스타 에센스 클래식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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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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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120*187*35mm
ISBN13 9791157954315
ISBN10 115795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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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는 점심을 먹었다. 그의 점심도 조반과 같이 간소한 것이었다. 날씨가 좋으면 2시쯤에 외출하여 들이나 시내를 돌아다녔고 자주 오막살이집에 들렀다. 혼자 걸을 때면 흔히 눈을 내리뜨고 사색에 잠겼다. 긴 지팡이를 짚고 솜을 넣은 자줏빛 외투를 입었으며, 보랏빛 양말에 큼직한 신을 신고 있었다. 머리에는 세 귀퉁이에 금빛 술을 단 납작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디뉴 지방에서는 환자나 죽어 가는 사람이 생겨도 미리엘 주교를 부르러 갈 필요가 없었다. 언제나 주교 쪽에서 먼저 알고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미리엘 주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편이나 자식을 잃은 어머니 곁에 가면 몇 시간이고 잠자코 앉아 있었다. 침묵을 지켜야 할 때와 말을 해야 할 때를 잘 가릴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주교 미리엘」중에서

장 발장은 금세 졸도할 사람 같았다. 주교는 그에게 가서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잊지 말아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은식기를 사용하겠다고 내게 약속했어요.”
아무 약속도 한 기억이 없는 장 발장은 어리둥절했다. 주교는 힘주어 그 말을 했다. 그는 정중한 어조로 거듭 말했다.
“장 발장, 나의 형제여. 당신은 이미 악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오. 선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영혼에 대해 내가 값을 치렀어요. 나는 당신의 영혼을 어두운 생각과 절망에서 구출하여 하느님께 바치려 합니다.”
---「손님」중에서

여자는 고개를 들었다. 앙칼진 그녀의 음성이 뚝 그쳤다. 그 눈은 흐려지고 얼굴은 새파래졌으며 공포에 떨려 왔다. 그녀는 자베르를 알고 있었다. 한량은 이 틈을 이용해 도망쳐 버렸다. 자베르는 그곳에 있던 인파를 헤치고 가련한 여자를 앞세웠다. 그가 광장 한구석에 있는 경찰서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여자는 기계적으로 그의 명령에 따랐다. 그도 여자도 말이 없었다. 군중들은 재미있다는 듯 악담을 하며 따라갔다. 가장 큰 비극은 저열한 행위의 계기가 된다.
---「자베르 경감」중에서

하지만 조금의 기쁨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사태가 어떻게 되어 가는가를 생각했다. 그 ‘결의’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지금 정리한 모든 것이 추악하다는 것, ‘되는 대로 맡겨 두자. 만사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라는 것은 비굴한 짓이라고 스스로 고백했다. 운명과 인간과의 이 오해를 방치하고 이것을 저지하지 않으며 또 침묵으로 이를 원조한다는 것,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동조한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가장 비열한 짓이며 더없이 위선적인 일이었다. 그것은 천하고 비겁하며 음험한, 그리고 추악하며 야비한 죄였다. 이 불행한 사나이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악한 생각과 악한 행동을 맛보았다. 그는 이 맛을 깊은 혐오감과 함께 뱉어 버렸다.
---「진짜 장 발장의 선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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