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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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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코이 장편 소설

[ 반양장 ] 문학톡이동
존 코이 저 / 강하나 | | 2018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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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30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140*208*30mm
ISBN13 9788961557504
ISBN10 896155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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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은 ‘끝’이라는 의미였다. 대학에 갈 기대에 부풀어 있는 친구들과 달리 나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열정을 따라가라든가, 더 밝은 미래를 만들라든가 하는 노라의 연설 때문에 그 비밀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졸업식이 끝나자, 모두들 졸업 사진을 찍었고, 졸업 축하 인사를 나누었으며, 조심히 다니라는 부모님들의 잔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제트 모리슨과 함께 프램턴네 아빠 소유의 숲속 길을 내달리고 있었다. 공터에 이르자 맥주 통 주위로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자유다!”
제트가 소리치며 모여 있는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나는 제트를 뒤따랐지만 전혀 자유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프램턴은 맥주가 담긴 빨간색 플라스틱 컵을 내게 건넸고, 자기는 테킬라를 병째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칠 년 동안의 사물함 친구를 위해!” --- p.12


아빠가 계속해서 말했다.
“네 작은 아빠 에드도 의사야. 네 사촌도 의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 에드는 자기 애들이 공부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까먹지도 않고 꼬박꼬박 말해 준다고.”
“제이콥은 안 그래요.”
나는 바지에 양손을 문질렀다.
“제이콥은 빼야지.”
아빠가 쏘아붙였다.
“왜요?”
“제이콥은 특수 교육을 받고 있잖니. 걘 의사는 못 돼.”
“그렇다고 제이콥을 무시하면 안 되죠.”
“물론 무시하지 않아.”
아빠 입에서 침이 튀었다. --- p.25


레인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괜찮기를 바란다고? 장난해? 아주 훌륭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네 허락도 없이 너를 그린 거 말이야.”
“괜찮아.”
나는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마치 레인이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 같다.
“눈 옆에 상처는 어쩌다 생긴 거야?”
레인이 물었다.
“여덟 살 때, 사촌을 쫓아가다가 발을 헛디뎌 미끄럼틀 모서리에 얼굴을 들이받았거든. 그때 좀 많이 찢어졌어. 아빠가 쏜살같이 병원으로 데려가서 직접 꿰매 주셨어.”
“아빠가 의사야?”
“응. 심혈관외과의.”
“눈 바로 옆이었는데. 천만다행이다.”
“그러게.”
“누구나 상처는 있지. 근데 어떤 사람은 남보다 상처가 두드러져 보이더라.”
레인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은 확실히 남다르다. --- p.54


“근데 형, 정말 세인트룩스에 등록 안 할 거야?”
랜싱이 물었다.
“응.”
나는 엄마가 도마에 썰어 둔 오이를 하나 집어 먹었다.
“그럼 평생 여기서 살 생각이야?”
“닥쳐.”
나는 랜싱을 쏘아보았다.
“둘 다 그만해.”
엄마가 칼을 내려놓고 수건에 손을 닦았다.
“크레이, 아빠가 너에게 엄하게 구는 거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진심으로 네 장래를 염려하고 있어. 아빠는 자신이 이만큼 성공하기까지 열심히 일했고 너도 그러길 바라셔. 엄마도 아빠가 얼마나 고지식한지, 때로는 얼마나 대하기 힘든지 알아.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가업을 이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빠는 네가 의사가 되길 바라는 거야.”
“가업을 잇기 위한 거라면 다른 방법이 있어요.”
나는 랜싱을 돌아봤다.
“너는 의사 할 거지, 그렇지?” --- p. 99


레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로 여행 가고 싶은데?”
“스카이 섬.”
내가 대담하게 말했다.
“스카이 섬?”
“네가 두고 간 안내 책자 봤어. 나도 스코틀랜드에 가 보고 싶어. 우리 같이 가자.”
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되는 일이야.”
“왜?”
레인이 기뻐하기를 기대했더니.
“이번 여행은 나 혼자 해야 해.”
레인이 말했다.
“왜 그래야 하는데?”
내가 앉아 있는 바닥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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