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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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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10g | 128*208*20mm
ISBN13 9788960213913
ISBN10 896021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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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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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들」

누가 내 샅을 열어 여린 숨을 숨 쉬고
샅 아래 풀숲이 아름답다고
얼굴 파묻고 오래 들여다본다

절벽과 절벽 사이 골짜기가 있고
깊은 골짜기에는 물이 흐르고
그 틈에서 메아리도 생기고

자고 일어나면 꽃들이 지고 피고
깨진 창틈으로 가벼운 새들은 날아오르고
내가 버린 철학처럼 비가 내리고 그치고

건넛집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
아래층 못 박는 소리 고요를 깨고
산 개울 상공에 머무르던 물총새
날쌔게 물을 뚫고 뛰어들고

허공에 틈을 내어 바람이 들어와 살고
비바람으로 섞이며 한 몸으로 뒹굴더니
샅에서 내가 태어나고
노란 민들레가 태어나고

샅으로 순환되는 호흡들
틈으로 통풍되는 사람살이들

허공이 있어야 지구가 굴러가고 무지개가 뜨고
텅 빈 들판을 멀리 바라보는 것도 사는 방식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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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생명인들 존귀하지 않은 것이 있으랴. 하지만 생명의 종 가운데 사람은 같은 종도 업신여기고 많은 종을 멸종으로 이끌고 있다. 안명옥의 시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동식물에 대한 생명 예찬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지구상에서 숨 쉬면서 살아가는 것들 사이에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법칙이 없을 리 없겠지만 시인은 숨탄것들을 따뜻이 돌보려는 마음을 한시도 잃지 않고 있다. 이 마음이야말로 시심이리라. 오염되지 않은 바다를 향한 시인의 청정한 시편 앞에서 감동에 젖어 눈물짓는다.
- 이승하 (시인, 중앙대 교수)
안명옥 시인은 풍랑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지키며 부족한 대로 살아가고 있는 섬에 기댄다. 사람이나 나이나 감정에 기대지 않고 하늘처럼 텅 빈 들판이나 지구가 굴러가고 무지개가 뜨는 허공에 기댄다. 구름이 내려주는 햇살을 받고 별을 끌어안고 잠들고 초목들이 교미하는 풍경에 기댄다. 사랑하는 당신이 내어준 어깨로 여기고 출렁이는 마음을 고백하며 강물에 기댄다. 시인이 숲길이나 바람이나 갈매기나 망각이나 무음 등에 기대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를 가지는 것은 물론 세상의 불편에 기대는 법을 터득하려는 자세이다. 자신을 에워쌌던 근심과 불안과 고독과 불행과 슬픔 등의 구멍에 함몰되지 않고 “한번 사랑을 심으면 좀처럼 옮기지 않”고 “마음 둘 곳 찾으면 간절함으로 뿌리를 내”(「주산지」)리는 나무를 닮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여자인 것이 싫어/천 년 전 불어 올린 울음”(「비눗방울 놀이」)을 터뜨렸던 절망을 당신과의 사랑으로 얻은 씨앗으로 바꾸어 바위에 심고 불을 켜며 뿌리내리려고 한다.
- 맹문재 (시인,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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