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환상이 현실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환상이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어린아이가 살해 욕구와 근친상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는 부모와 자녀의 실제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어린 자녀의 욕망과 소망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이 욕망은 섹스와 죽음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는 아동의 무지에 영향을 받는다. 이성의 부모에게 가지는 아동의 성적 욕망이 그 부모를 독점하려는 욕망으로 표현된다. 마찬가지로 동성의 부모를 죽이는 싶다는 아동의 생각은 그 부모가 신체적으로 파멸하기보다는 그저 사라지길 바라는 욕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아동의 상상을 의미 없고 하찮게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 나이가 들면서 그러한 환상은 사그라지겠지만 성인이 된 후 타인과의 성적인 관계에서 그 흔적을 드러내고, 개인의 성격을 형성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 p.30

그의 사상이 그 당시 지식인들에게 각광받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비록 그의 이론에는 여러 가지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의문점도 많았지만 무의식은 그 당시 그가 활동한 유럽 사회에서 완전히 낯선 개념은 아니었다. 그의 사상이 발전하는 데는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와 프리드리히 니체Fridrich Nietzsche의 철학이 큰 의미를 지닌다. 두 학자 모두 의식의 표면 아래에 놓인 힘의 원리에 대해 주장했던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정신이란 일정한 깊이의 물이며 의식적인 분명한 생각은 단지 표면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이미지는 즉시 프로이트의 빙산에 대한 비유를 떠올리게 할 만큼 유사하다. 한편 니체도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감정적이고 무의식적인 힘을 묘사하기 위해 ‘그것das Es’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결국 프로이트는 무의식이란 용어를 만들기 위해 니체의 용어를 적용했다. 프로이트의 사상은 이 두 철학자의 이론에서 개념을 차용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과 유사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 p.46

집중법은 최면술보다 더 큰 치료 효과를 보였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히스테리 환자의 말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적 치료의 기반이 된 자유연상, 즉 집중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자신의 생각을 검열하지 않아야 하고, 떠올리는 모든 생각을 의사와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사소하고, 과격하고, 부도덕한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떠올린 모든 생각은 특정 사건 또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이때 의사는 관련성 유무를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환자는 반드시 심도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본론만 말하기’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프로이트는 에미의 정신병원 진료에 대한 두려움(프로이트가 의심하는 에미가 가진 문제의 원인과는 관계가 없다)을 신속히 해결하고자 노력하면서, 환자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해석을 받아들이도록 권하는 것은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 pp.78-79

찰스 베른하임은 한 정신분석적 개념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의 반감을 설명했다. 베른하임은 프로이트의 감정이 매우 양가적인 ‘역전이 counter-transference’라고 주장했다. 환자가 정신분석가에게 투사한 것을 ‘전이’라고 한다면, ‘역전이’는 분석가가 환자에게 투사한 것을 말한다. 베른하임은 프로이트가 K부인에 대한 도라의 감정을 완전히 무시했지만, 거기서 증명된 도라의 양성애적 성향을 통해 그가 소원해진 친구 빌헬름 플리스와의 관계 속 동성애적 요소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분석가와 환자의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다. 환자의 풀리지 않는 욕망이 분석중에 드러나는 것처럼 분석가가 안고 있는 문제들도 나타날 수 있다.이는 정신분석 치료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설명해준다. 분석이 이루어지는 상담실은 항상 환자와 분석가가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관계를 형성하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종종 두 사람이 갈등을 일으키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 p.101

자신의 세계와 욕망을 이해하려는 히스테리 환자가 가진 창의성과, 히스테리를 앓지 않는 사람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택하는 전략은 서로 비슷하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간
직한 사물을 창조한다면, 히스테리 환자는 환상 속에서 그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 후 육체를 통해 표현한다. 프로이트는 건강함과 아픔의 척도를 연구하고자 했다. 그는 인간에 대한 해석을 정립하는 동안, 특히 감정과 삶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사고 과정에서 유사점을 찾는 것은 성욕에 대한 프로이트 이론에서 특히 중요하다. 앞에서 보았듯이 도라의 사례에서 프로이트가 택한 ‘해결책’이란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어머니와 K부인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도라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결론을 기준으로 보면 도라의 욕망은 그녀의 병을 악화시킨 주범이다. 프로이트는 삐뚤어진 환상과 근친상간에 대한 욕망을 단순히 히스테리의 특징으로 보지 않았고, 아프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도 보지 않았다. --- pp.108-109

프로이트는 꿈이 적대감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성적 기호도 반영한다고 보았는데, 당시에는 이 콤플렉스가 이성 부모에 대한 욕망이나 동성 부모에 대한 적대감이라는 단순한 용어로 풀이되었다. 그 후 그는 더 복잡한 콤플렉스 이론을 발표하면서 아동이 부모를 향해 다양한 태도를 발전시키고 경험한 후 새로운 태도가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때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주요 작동 원리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죽음에 관한 꿈이 부모와의 경쟁 심리 또는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들은 아버지를, 딸은 어머니를 사랑의 경쟁 상대로 간주하고, 그들을 제거하면 자신에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이득’이란 제거된 부모의 자리를 차지함을 말하는 것으로, 오이디푸스가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것이 그 예다. 죽은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동이 부모에 대한 살해 욕망을 오래도록 품고 있다는 이야기는 허무맹랑해보일 수 있다. --- p.119

그는 한스의 꿈이 자신을 해석하고 관찰하는 아버지에 대한 적대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보았다. 후기 정신분석가들은 프로이트 이론 모델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프로이트가 늑대인간을 분석한 지 수년이 지난 후 루스 브룬스윅은 그를 다시 분석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성적으로 접근했던 누이를 향한 그의 애착을 확인했지만 그의 질환에 대한 논문에서 이 부분을 대부분 누락시켰다. 그 대신 ‘프로이트를 향한 전이의 잔여’와 늑대인간이 보인 ‘아버지에 대한 고착’에만 주목하려 했다. 앞에서 보았듯이 프로이트도 도라를 분석할 때 이처럼 의도적으로 누락한 적이 있었다. 그는 도라의 아버지와 K씨의 역할에 중점을 두었지만 주변 여성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잠깐 언급만 했을 뿐 상세히 다루지 않았던 것이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주로 아버지와 아들 또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적용해 해석했으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이디푸스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담겨 있다. --- p.136

프로이트가 처음으로 완전한 정신분석적 해석을 내린 이 꿈은 정신분석의 역사에서 ‘이르마의 주사 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미래의 꿈 해석을 위한 이론을 정립했고, 무의식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이트는 꿈이 해석이 필요한 복수의 현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의 관심과 정신에 장기간 머문 과거 사건의 연결고리는 꿈 내용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밝힐 수 있다. 이르마의 꿈에는 개인이 현재 인정하는 자신의 성향보다 더 다양한 기질을 보여주는 무의식의 힘이 표현되어 있다. 친구 빌헬름 플리스의 영혼이 꿈에 나타난 것은 프로이트가 그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상징한다.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할 당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년 후 그들의 우정이 끝났을 때 그의 감정은 다시 조명되었다. 프로이트가 꿈 해석을 위해 제시한 이론 모델은 꿈에 나타난 상황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이 모델은 1895년 여름, 그가 한 젊은 여성을 분석하는 동안 정립되기 시작했다. --- pp.168-169

종교는 소원 성취의 한 유형으로, 인간은 보호받기를 소망하며 전능한 아버지인 신을 창조함으로써 그 소원을 성취한다. 사람들은 종교적인 믿음 아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즉 인류가 바라온 가장 오래되고 강력하며 궁극적인 소망을 종교를 통해서 성취한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프로이트의 비판은 결코 종교적인 신념을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는 않았음을 뜻한다. 종교적 신념은 인간의 행동을 추동하는 두려움과 욕망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한다.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종교적 신념은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소망의 성취로 해석될 수 있는 꿈이 무의식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면, 종교는 무의식을 탐구하기 위한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준다.그러나 프로이트는 종교 연구를 앞의 설명처럼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사실 그는 종교를 정신병리학의 한 유형으로 정의했다. 쉽게 말해 종교를 정신질환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판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 pp.214-215

프로이트가 계속해서 거론되는 이유는 그의 광범위한 호기심 때문이다.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주제까지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그의 저서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이트는 인간의 경험 중 일부만 분석하려 들지 않고 한 가지 기법에만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는 인간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 과학적인 연구, 의료적인 관찰, 철학적 및 역사적 가정, 문학적 및 예술적 비판 등을 이용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의 저서가 다른 학자들의 것보다 독자들에게 더 큰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는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의 연구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특징은 독자로 하여금 학문의 여정에 동행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프로이트는 시대를 앞서는 사상을 창조한 혁신가다. 그는 임상에서 마주쳤던 현상들을 자신의 고유한 용어로 정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의 저서를 읽다 보면 그가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한 인물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b>우리가 미처 몰랐던 프로이트의 진짜 모습!</b><br/><br/>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프로이트의 삶과 업적’에서는 프로이트의 초년기를 통해 그의 이론과 실제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개인적인 투쟁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그의 가정환경에 대해서 말하고,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한다. 또한 프로이트가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된 이유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이 프로이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2장 ‘히스테리와 정신분석의 발전’에서는 프로이트가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면서 정신분석을 어떻게 발견하고 발전시켜나갔는지 보여준다. 특히 히스테리 환자인 ‘도라’를 중점적으로 정신분석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3장 ‘오이디푸스와 성욕’에서는 프로이트가 아동의 성욕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를 이용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어떤 식으로 변화해왔는지, 이 이론이 여성에게는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알아본다.<br/><br/> 4장 ‘꿈과 발달, 그리고 정신’에서는 프로이트가 정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 해석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나갔는지 보여준다. 또한 늑대인간의 사례를 통해 꿈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살펴본다. 프로이트는 겉으로 드러난 꿈 내용을 ‘명시적 내용’이라 불렀으며, 꿈을 구성하는 각 부분의 기저에 깔린 ‘잠재적 내용’을 알아내려 했다. 5장 ‘종교와 운명’에서는 프로이트가 종교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설명하고,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아본다. 프로이트는 예측할 수 없는 운명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종교가 지닌 심리적인 효과를 인정했지만 더 나아가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6장 ‘21세기의 프로이트’에서는 프로이트의 사상은 생각을 위한 출발점이며, 프로이트가 우리의 삶과 시대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충분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프로이트를 만나고 그의 사상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자신만의 평가를 내려보길 바란다.

프로이트의 이름은 알지만 그 실체를 잘 모르는 대중들을 위해 프로이트를 생동감 있고 재미있게 소개한 책이다. 또한 프로이트에 대해 재평가한 기념비적인 저서로,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프로이트보다 한층 더 복잡한 이면을 보여준다.

진중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잘 쓰여진 책이다. 클락 교수는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간단하고 알기 쉽게 풀어냈다. 어떻게 프로이트의 사상이 현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