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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길냥이 양순

우리 집 길냥이 양순

: 거두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위안을 얻는 나

리뷰 총점10.0 리뷰 7건
베스트
동물 에세이 top100 1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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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6g | 130*190*20mm
ISBN13 9788952794352
ISBN10 895279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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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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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최근 개발된 곳이라 곳곳에 공터가 있었다. 우리 가족은 초창기에 이사 왔기 때문에 나는 건물들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채워지는 과정을 전부 지켜볼 수 있었다. 사람만 터를 잡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영역 다툼을 하는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도 날마다 들렸다. 이윽고 동네가 완전히 형성되자 영역 다툼도 끝났는지 울음소리도 멈추었다.
---「영역 싸움」중에서

회사에 다니던 시절, 나의 출퇴근 수단은 자전거였다. 며칠만 자전거를 타도 길에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사는지 금방 알게 된다. 낯선 고양이가 새끼를 독립시키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언제부터인가 어느새 성묘가 된 낯선 고양이의 새끼는 버려진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 위에 앉아 있기 시작했다. 한번 자리를 잡은 고양이는 거의 그곳에 머무른다. 녀석도 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기도 했지만 나는 못 본 척 지나치곤 했다. 그리고 얼마 후부터 새끼 고양이는 병이라도 났는지 쓰러져 있기 시작했다.
---「첫 만남」중에서

아쉬운 마음에 얼마간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니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끼 고양이가 걸어 나왔다. 나는 사 간 고양이용 통조림부터 내밀었다.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다 먹은 녀석. 내용물이 사라진 통조림을 야무지게 핥는다. 나는 녀석의 이름을 불러 주고 싶어 이름을 지어 주었다. 양처럼 순한 고양이, ‘고양순’이라고 말이다.
---「너의 이름은」중에서

양순이가 안 보이는 일주일 사이 겨울이 한층 무르익었다. 추운 겨울이면 길고양이들은 시동이 꺼진 지 얼마 안 된 보닛 위에 올라가 몸을 녹인다. 몸집이 작은 새끼들은 아예 엔진룸에 들어가기도 한다. 가끔 엔진룸에서 잠을 청한 길고양이가 아침이 오고 자동차 시동이 다시 켜진 줄도 모르고 자다 타 죽는 경우도 있다.
---「양순아! 양순아!」중에서

양순이는 길고양이였다. 비가 오면 온몸을 그루밍하고 연신 코를 핥는다. 겨울에 눈이 오면 몸을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식량을 비축하려는지 식욕도 좋아진다. 눈에 보이는 대로 물을 마시기도 한다. 양순이는 물을 보면 ‘악어~ 악어~’ 하고 운다. 아마도 털이 젖으면 체온이 내려가고 추워지면 목숨이 위험했을, 길 위의 이치가 걱정되고 무서워서 그러는 게 아닐까? 양순이가 더 이상 그런 위험 때문에 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양순이가 악어를 찾으면 힘주어 말한다. “악어 미국 갔어. 이제 안 온대.”
---「악어, 미국 갔어」중에서

양순이를 키우기 전에 동물의 언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동물과 대화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나도 한번!’이라는 비장한 마음을 먹고 고양이 카페에 갔는데 그곳에서 기적을 경험했다. 제2의 모세의 기적. 내가 조금만 다가가도 고양이들은 마법처럼 쫙 갈라져 나를 피했다. 양순이만은 예외다. 내가 저리 가라고 해도 늘 나를 졸졸 쫓아다닌다. 언제나 나를 봐 주고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내게 볼을 비벼댄다. 예전 기억이 떠오른 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흉내를 내면서 양순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양순이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뽀뽀를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내 마음이 전달된 것 같긴 하다.
---「사랑한다는 말이에요」중에서

양순이는 벌레가 보이면 혼자 처리한 후 사람이 볼 수 있는 장소까지 옮겨 놓는다거나 큰 소리로 알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양순이가 보는 앞에서 잠들면 다른 사람이 먹을 것이나 놀 것으로 유혹해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보초를 서 준다. 화장실을 갈 때도 밖에서 지키고 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나오면 ‘야옹’ 하고 나를 불러 내가 살아 있는지 확인한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자기 힘을 보태는 양순이는 꼭 슈퍼히어로 같다. 그런데 슈퍼히어로들은 모두 별칭이 있던데 그럼 나는 우리 양순이를 뭐라고 불러 주어야 할까? 엄마처럼 따뜻한 고양이라는 뜻으로 ‘캣-마미’? 그래도 양순이는 남자니까 ‘캣-대디’? 뭐, 아무렴 어때.
---「양순이는 나의 슈퍼히어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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