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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626g | 140*210*30mm
ISBN13 9788970129921
ISBN10 897012992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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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불만 있어?”라고 시비를 걸어오는 남자들을 리오나는 수없이 봐왔다. 그런 놈들은 백이면 백 뒤에서 손가락질 당하고 험담을 들을까 봐 벌벌 떠는 소심한 피해망상증 환자들이다. 그들이 여고생들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여간 불쾌한 게 아니었다. 머리가 나빠서 불만을 말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용돈만 탐내는 뻔뻔한 여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증오심마저 느끼는 남자들도 있었다. 젊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웃기지 마, 멍청한 자식들. 약자나 괴롭히는 주제에.
--- p.102

마유가 고통스러운 듯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처 입은 몸과 마음. 그것을 본 순간 리오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똑같아!’ 자신이 경험한 길을 마유가 고스란히 걷고 있었다. 그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마유는 어른 남자에게 짓밟힌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이지만 상처 입힌 남자들은 그것을 모른다.
--- p.120

하지만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다. 고등학생이나 직장인 남자를 사귀어서 신세를 진다고 해도 언젠가는 남자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다 임신해서 원치도 않는 아이를 낳거나 중절수술을 하게 되는 것이고. 리오나는 주위에 있는 젊은 남자들 중 피임을 하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 p.144

친구도, 엄마도, 선생님도, 경찰도, 의사도, 그 누구도 자신을 치유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두려울 만큼의 고독을 홀로 짊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살아 있지만 마음이 살해된 듯한 감각과 그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런 것은 알지도 못했다.
--- p.218

“그 자식들은 뭐든 가성비, 가성비 하면서 자기가 돈을 낸 만큼 본전을 뽑으려고 해.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아? 우리 같은 건 물건으로밖에 보지 않는다는 거야. 그 자식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게 뭘 것 같아? 바로 여자애들의 등급을 나누는 거야. 그리고 지갑 속의 돈과 저울질하지. 예쁘고 어릴수록 비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20살이 넘으면 아무 가치도 없다고 여길걸. 쓰레기 같은 놈들.”
--- p.240

“누차 말하지만 우리는 여고생을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야. 여고생을 우러러 받들고 여고생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거랄까. 애초에 손님들도 다 여고생의 팬이기 때문에 다들 연애하는 마음으로 오고 있고 말이지. (…) 여고생들은 돈을 받은 만큼 그런 서비스를 해주면 균형이 맞는 거야. 수요와 공급의 관계니까”
--- p.270~271

엄마마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은 것을 저주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된 자신은 새아빠에게 ‘협력’한 것이 되는 걸까. 새아빠는 그런 자신을 우습게 보고 성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게 진짜 ‘우습게 보는’ 거야, 마유. 나이 때문이 아니야. 의연한 태도를 취하지 않아서도 아니야.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거야.
--- p.351~352

미성년자라는 말을 들은 건지 사장이 리오나를 보았다. 그 눈에 호기심과 아주 익숙한 무언가가 떠올랐다. 욕망이었다. 마유, 불쌍하게도 너는 이걸 꿰뚫어보지 못했구나. 리오나는 안타까웠다.
--- p.375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드는 밤이면 마유는 절망했을 때의 충격에 대비해 품고 있던 희망을 하나하나 깨부수어 나가는 작업을 했다. 그러고 있자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부모님이 데리러 올 것만 같아서 들뜬 날이 있었는가 하면 진심으로 부모님을 원망한 날도 있었다. 격하게 오르내리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해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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