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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비밀

악의 비밀

[ 양장 ]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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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top10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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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32g | 120*188*20mm
ISBN13 9788932919324
ISBN10 89329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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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매우 단순하지만 한없이 복잡해질 수도 있었을 만한 이야기이다. 거기다 완결이 나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에는 결말이 없기 때문이다.
---「악의 비밀」중에서

이튿날 이른 시간에 강의가 있는 크리스테바는 잠을 자러 가고, 이어서 솔레르스도 잠을 자러 가고, 두 사람은 각자 책을 들고 가서 잠자리에 누웠다가 졸음이 쏟아져 눈이 감기면 침대 옆 탁자에 책을 놓을 것이고, 필리프 솔레르스는 꿈속에서 세상을 파괴할 비결을 알고 있는 과학자와 함께 브르타뉴 지방의 해변을 산책할 것이고, 그들은 바위와 검은 절벽이 늘어선 인적 없는 긴 해변을 따라 동에서 서로 걸어갈 것이고, 불현듯 솔레르스는 그 과학자(말하고 설명하는 사람)가 바로 자신이며 자기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축축한 모래(죽처럼 걸쭉한)와 잽싸게 숨을 곳을 찾는 게와 두 사람이 해변 위에 남긴 발자국(족적으로 살인자를 확인하는 꽤 논리적인 방법이다)을 보는 순간 이를 깨달을 것이고,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몇 년 전에 세미나 참가차 방문한 독일의 작은 마을이 등장하는 꿈속에서 그 마을의 깨끗하고 인적 없는 거리를 볼 것이고, 작지만 초목이 우거진 광장에 앉을 것이고, 눈을 감은 채 한 마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 새가 새장 안에 있는 새일지 아니면 야생에 사는 새인지 궁금해할 것이고,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으며 라벤더와 오렌지 꽃 향이 나는 완벽한 미풍이 목과 얼굴에 스치는 것을 느낄 것이고, 그 순간 세미나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시계를 확인하지만 시계는 멈추어 있을 것이다.
---「미로」중에서

극단적인 주관성을 추구하는 자아의 문학은 물론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유아론적인 글쟁이들만 있다면 문학은 전부 소자아의 병역 의무나 하수구로 직행할 자서전과 회고록, 일기의 홍수로 변할 테고 어김없이 종언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어떤 교수의 오락가락하는 감정 상태를 궁금해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입에 침도 안 바른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라면, 아무리 그이가 세련되었다고 해도 따분한 마드리드 교수의 일상이 그 유명한 괴짜 카를로스 아르헨티노 다네리의 악몽과 꿈과 야망보다 더 흥미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조금이라도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그럴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입니다. 저는 무턱대고 자서전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닙니다. 발기 상태로 자지가 30센티미터 되는 남자가 쓴 자서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젊었을 때 창녀였다가 말년에 그럭저럭 돈방석에 앉은 여자가 쓴 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대충 휘갈겨 쓴 졸작을 만들어 낸 그 작자가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유아론자들과 막가파식 문학의 불량아들 사이에서 고르라면 저는 단연 후자 쪽을 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차악의 선택일 뿐이죠.
---「파국을 향한 표류」중에서

울리세스 리마의 친구인데요, 하고 말하면서 벨라노는 자신이 점점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을 느낀다. 삑 하는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리자 벨라노는 계단을 따라 3층까지 올라간다. 층계참에 이를 즈음 힘을 쏟은 탓인지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세 개의 문이 있는 어두침침하고 기다란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울리세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여기에 살았구나,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친구가 곧 저편에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문틈으로 그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는 얼토당토않은 희망에 사로잡힌다. 아무런 응답이 없다.
---「울리세스 리마의 죽음」중에서

새로운 라틴 아메리카 문학은 어디에서 생겨나느냐고요? 답변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것은 두려움에서 생겨납니다.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파세오 아우마다에서 싸구려 잡동사니를 팔아야 한다는 끔찍한(그리고 어떻게 보자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두려움에서 생겨나는 거지요. 그것은 두려움을 위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 존경에의 욕구에서 생겨납니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우리가 시도 때도 없이 존경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뉴욕 갱스터 영화의 단역 배우들처럼 보일 겁니다. 솔직히 언뜻 보기에 우리는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는 30대와 40대, 그리고 간간이 50대가 끼어 있는 한심한 작가들의 모임입니다. 여기에서의 고도란 노벨 문학상, 후안 룰포 문학상, 세르반테스 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자 문학상, 그리고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을 뜻합니다.
---「세비야가 나를 죽인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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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뇨는 미래를 위해 글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다. 우리는 그의 이상야릇한 천재성을 이제 겨우 알아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돌이켜 보면, 그리고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에 드리운 운명의 그림자가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일종의 유쾌함이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죽음의 계곡 속으로 걸어가는 한 남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 존 밴빌
숭고한 광기, 고야의 어둠, 통렬하고 마법 같은 문체……. 모든 사람이 이 놀라운 소설을 읽어야 한다.
- 프랜시스코 골드먼
볼라뇨는 영어권 세계에 시한폭탄처럼 등장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동시에, 우리가 이 작가를 읽을 시기가 올 수밖에 없었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은 글쓰기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 조너선 레덤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완벽한 칠레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바로크적인 동시에 간결하고, 현학자인 척하지 않고도 박식하며, 비극적 형이상학자이자 진지한 농담꾼이며, 시에 미쳤지만 흠잡을 데 없이 효율적인 소설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 (……) 우디 앨런과 로트레아몽, 타란티노와 보르헤스를 섞어 놓은 듯한 비범한 작가.
- 파브리스 가브리엘
라틴 아메리카, 미국, 그리고 유럽 문학계의 전통을 잇는 작가 볼라뇨의 출현은 현대 문학의 역사 가운데 지극히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 가즈오 이시구로
볼라뇨의 초현실적인 소설을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광적인 영광 가운데 체험되어야 한다.
- 스티븐 킹
볼라뇨의 작품들은 「삶의 급류」이다.
- 후안 비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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