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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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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128*188*19mm
ISBN13 9791188793389
ISBN10 118879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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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사귀어요, 선배.”
그런 말을 내뱉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대학교 1학년 겨울. 밤 8시가 다 된 시각,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계도둑>을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검정색 더플코트 주머니 속 손바닥은 땀에 젖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몸이 뒤늦게 알아차린 것 같았다.
조금 앞서가던 시오리 선배가 멈춰 섰다. 그러나 곧바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분명 놀랐겠지.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고백은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툭 튀어나와 버렸다.
볼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 목을 움츠린다.
상대가 입을 열기 전부터 이미 거절당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미안해.”
잠시 후 이쪽을 쳐다본 시오리 선배가 말했다. 등 중간쯤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렸다.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나한테 세이 넌 그냥 후배야.”
눈이 부신 듯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하고, 선배는 곧바로 시선을 아래로 피했다.
내가 더 키가 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개를 숙여 버리면 어떤 표정인지 알 수가 없다.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수 없이 상대의 손끝을 바라본다.
선배는 왼손으로 오른손을 꼭 잡고 있었다. 시오리 선배의 오른손 약지에 끼워진 가느다란 은색 반지의 존재는 물론 알고 있다. 문득 정신 차리면 항상 뚫어져라 보고 있던 짝사랑 상대의 손이니까. 심플한 데다 오래되어 반짝거리지는 않지만 순결한 느낌이 나는 반지인데, 다른 액세서리는 전혀 하지 않는 시오리 선배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본문 11p 중에서)

“전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줄곧 선배를 봐 왔어요. 그 반지를 준 사람은 적어도 지금 선배 옆에는 없어요.”
“있어.”
그때만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얼굴을 들고 네가 틀렸다는 듯.
“있어. 옆에…….”
“누군데요?”
“…….”
“말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어째서…….”
“선배는 항상 자기가 얼마나 쓸쓸하게 웃고 있는지 알아요? 그렇게 쓸쓸해 보이는데도, 또 다른 사람이 자길 좋아하는 건 거부하죠. 전 그 이유가 궁금한 거라고요.”
“난…….”
“선배가 아까 말한 대로예요. 저도 이제 어쩔 줄을 모르게 됐어요. 선배는…….”
침착함을 잃고 싶지 않았는데, 내 목소리가 한순간 흔들린 걸 스스로 느꼈다.
“선배라면 자기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걸 견딜 수 있겠어요?”
“……못 견뎌.”
시오리 선배는 혼잣말하듯 대답했다.
주머니 속에서 꼭 쥐고 있던 담뱃갑은 완전히 꾸깃꾸깃해졌다.
나는 기다렸다. 한동안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만 들렸다. 평생 이 소리를 들으며 여기 이렇게 쭉 서 있어야 하나 보다 싶던 그 순간, 시오리 선배는 얼굴을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울고 있지는 않았다. 이 사람은 내 앞에선 아마 절대 울지 않을 거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덜미에 쫘악 소름이 돋았다.
못 견디게 좋아하는 사람이, 못 견디게 좋아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듣고 싶은데 듣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데 듣고 싶다.
시오리 선배는 천천히, 그리고 머지않아 토해 내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문 131p 중에서)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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