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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 파란 | 2018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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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74g | 128*188*20mm
ISBN13 9791187756279
ISBN10 11877562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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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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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여관」

그곳의 이름은 화진여관. 그녀가 그토록 들고 싶어 했던 곳이다. 강철로 가득한 거리. 늘 비가 내리던 거리.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거리의 시작 아니면 끝이었을 길에 자리 잡은 낡아 빠진 여관. 누군가는 목을 매고 자살한 이 층 여관. 간판이 깜빡거리는 여관.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햇볕은 아늑하고 가로수들은 푸르렀지만.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들어서는 것을 무서워했다.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설 수 있는 좁은 입구를 무서워했다. 그 앞에 놓인 가파르고 조잡한 시멘트 계단을 무서워했다. 조도 낮은 형광등 아래 놓인 숙박계를 무서워했다.

낙원에서 온 수많은 이름들이 거기 있었다. 불량형의 아침, 아니면 저녁마다 창밖의 불빛을 손톱으로 건드려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인 삶들, 강철의 시작 혹은 마지막이었을 이름들. 그녀의 이름 위로 걷고 있었다. 같잖게. 같잖게. 중얼거리며.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어두운 복도. 문. 문. 문. 문. 어항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그 여관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들어갔으니까. 그곳이 이화장이었든 화산장이었든 결국에는 화진여관이었을 그곳에 우리는 들어갔으니까. 모든 것이 너무나 단단했고, 제대로 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때였으니까.

문.

다시 거리에 서면 햇볕은 아늑하고 가로수는 푸르렀던

낙원. 우리는 그곳에 들어갔으니까.

사라진다. 냉동육의 태양이 이글거린다. 강철 아지랑이가 일렁인다. 강철의 살갗 위로 강철의 뼈가 돋아난다. 온몸의 구멍에서 강철의 혈관이 쏟아져 나온다. 절삭되고 깨져 나가고 산화되어 가고 있는 강철의 내부, 넘어설 수 없는, ***

「처음에 대한 이야기」

들어 보세요. 제가 사랑한 아버지가 옛날에 여기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 그를 뒤덮고 있는 나비들만 보이는 것이어서 그 아래 아직도 아버지가 계신지는 알 수 없지만 느린 날갯짓 위로 그가 창조한 수많은 얼굴들이 그저 오고 가는 것인데 그것이 또 참 좋고 슬픈 것입니다.

“그 면면이라는 것은 웃고 있는 사기꾼, 사기꾼이 발명한 사랑, 사랑이 모욕한 불쾌함, 불쾌함이 유감스러워한 바람, 바람이 난해해하던 녹록함, 녹록함이 낡은 거리에서 발견한 수염 같은 것들.”

제가 사랑한 아버지다운 바람, 바람이 전한 붉은 비밀, 붉은 비밀처럼 저는 수염들을 악보 위로 주워 모아 보는 것인데

“한평생 해몽을 해 온 습관이 그녀의 출생을 음모한 것이다.”

수염이 낳았다는 아버지의 얼굴이 조각조각 맞춰지는 듯도 합니다. 또 언젠가 그가 제 가슴을 도려내 던져 버린 날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저는 우리 아기 가슴뼈로 만든 새장 속에 아직도 앉아서 안아 주지도 못하고 팔을 뻗어 볼 뿐일 것인데

“끄집어낼 수 없는 것은 손안에 품어 보지 못한 꿈.”

오래 그의 꿈을 먹고 통통해진 나비들이 떼 지어 날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시간은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표면을 가진 탓에 아버지의 꿈, 그 마지막을 보지 못하였으니 가련함이란 이제 누구의 것인가?”

내 아버지, 그가 이 세상에 유일하게 만든 것이 나비라고만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요.

“그렇지 않다. 얼굴 속에 사는 유령들은 녹아내린 꿈에 젖어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기도 했던 것이다.”

제가 나비를 건드려 얼굴이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그는 결코 잠들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를 부정할 것이다. 잡을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계절에.”

제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만든 것이 결국 아버지가 되어 버린 아기들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혀를 잘라 늪 속에 빠뜨렸고 그것이 처음으로 고래가 되었고 고래는 늪을 돌아다니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들을 그 속에 낳기 시작했다. 거미가 꿈을 물어다 아기들에게 먹였고 아기들은 귀엽게 살이 올라갔고 아기들이 꿈을 꾸며 싼 배설물들이 그림자가 되었다.”

“아니다. 새장 속에서 꾸물꾸물 그녀는 흘러내려 그림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림자는 남자를 낳았고 남자는 늑대를 키웠고 늑대는 밤을 배설해 냈고 밤은 혀로써 사랑하는 법을 남자에게 가르쳤다. 그 와중에 늑대의 배설물 속에서 아기들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는 우리 아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결코 잔인하지 않을 손가락으로 집어 꾸욱 눌러 터뜨리고 또 꾸욱 눌러 터뜨려 버리곤 했지요. 그러나 살아남는 그림자 하나쯤은 어떤 이야기에든 있기 마련입니다.

“거기서 피어난 아픈 꽃은.”

처음으로 말이라는 것을 한 것은 아버지의 그림자였습니다. 그림자는 꽃을 예쁘게 키워 그 안의 씨들을 뿌리기 시작했던 것이어서 최초의 말은 사기꾼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다음은 사랑, 그다음은 불쾌해, 그다음은 바람, 그 다음은 녹록해, 그리고 마지막은 사실 수염이 아니라 아버지였습니다.

“그것은 수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녀의 무성한 콧수염을 보라. 아버지는 지상에서 가장 위태로웠던 것이다.”

이제 세상에서 가장 낡은 거리만큼 오래 아버지가 보입니다. 저거 보이지요? 지금 저 아버지에게서 흩어져 나와 늪을 향해 기어가고 있는 저 무수한 뱀들을 보세요. 지금 딱 좆만 하게 말라비틀어져 있는, 내가 사랑한, 저 아버지를 보세요. 나비 한 마리가 달 위에 내려앉는데 아,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가 제게 주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수염, 굵은 수염. ***

「그림자의 주인」

그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소리를 지른 적이 없는 것이어서 그녀의 정원에서는 아기의 눈동자처럼 초롱초롱한 개울이 흐르고 사나흘 지난 시신의 가죽처럼 푸르딩딩한 풀들이 자라나요 태양은 창백한데 그럴 만도 한 것이 종종 그림자들이 퍼덕이며 날아가 잠든 태양의 그림자에 붙어 피를 빠는 것이 보이곤 했던 것이고 그때마다 불붙은 그림자들이 떨어져 내려 온 마을이 난리가 나곤 했던 것이지요 마을의 오랜 풍습에 따라 시체 버리는 숲을 지나면 참 좋은 향기가 풍겨 오는 이 세상 아닌 것 같은 예쁜 곳이 있는데 거기가 그녀의 정원이고 어머니들은 그곳에 가지 못하게 했어요 세상에서 제일 큰 어머니가 있는 곳이라 우리 소녀들은 절대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된다 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곧잘 그 앞에 가서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고 돌로 이마빡을 깨뜨리고 나뭇가지 채찍으로 등짝을 후리고 하며 피가 터질 때까지 놀았는데 그래도 겁을 먹고 어머니 말씀을 지켰던 것이라 지금도 이다음에 커서도 사랑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여 그 안에 들어간 적은 없어요 우리가 들어온 어머니들의 노래에 따르면 세상에서 제일 큰 어머니의 정원에 들어서면 천하게 아리땁고 환하고 또 쓸쓸한 그녀가 당신을 보는 것이고 당신은 어째서인지 제 몸에서 원숭이 손바닥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부끄러워지고 어떤 처절한 균열 같은 것이 척추에서부터 일어난 것처럼 으르렁거리고 그래서 그녀의 그림자를 향해 달려들어 물어뜯고 으르렁거리고 그러다가 또 그것에 존경을 표하고 울부짖고 예배를 올리고 으르렁거리고 하다 마침내 그것을 때리고 또 때려서 죽이게 된다지요 그러고는 가슴이 찢어진다며 슬퍼하다가 하늘을 보면 그림자들이 그 날카로운 송곳니로 내놓은 구멍 사이에서 물고기 같은 별빛이 쏟아져 위안을 얻고 정말로 찢어진 가슴에서 심장을 꺼내 정원에 묻어 두고 떠나면 저승에서 이승으로 와 닿는 노랫소리처럼 또 풀들이 자라나고 그림자들이 일어나 물을 주는데 방금 다녀간 당신의 그림자도 갓 자른 탯줄처럼 아직은 싱싱하게 일어나 일한다지요 이들을 바라보는 안개 몇 꺼풀을 씌워 놓은 듯한 그녀의 눈빛과 가지런한 치아는 악몽처럼 친절한 것이어서 그림자에서 태어났다는 그녀의 그림자와 완벽한 미궁 같은 혈관은 마지막 장이 찢겨 나가 결말이 궁금한 소설 같아요 그래서 당신은 또다시 그녀를 찾아오고 만대요 심장을 뜯어낸 자리에 오만칠천 삼백삼십 개 알들을 품고 온대요 다 찢어진 당신은 으르렁거리고 그녀의 그림자를 물어뜯으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하듯 당신을 밀쳐 내고 마는 것이고 그러면 찌그러진 채 녹슬어 가던 당신의 가슴에서 알을 깨고 조그맣고 귀여운 그녀들이 꼬물꼬물 기어 나와요 울지 않아요 아직도 슬퍼하는 당신 구겨진 당신을 어루만지고 위로하고 노래하며 근엄하게 당신의 모성을 먹어 치우고 사랑으로 충만해진 그녀들은 또 어딘가로 떠나가는 것이겠지요 그림자는 지금도 우리 발아래에 붙어 있는 것이어서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하는 것이지만 ***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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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묻는다. 박용진은 가슴속에서 사라진 ‘나’들을 꺼낸다. 부활이다. 갱생이다. 돌아서면 잊히는 것들, 애써 외면했던 것들, 산 채로 파묻힌 것들을 불러 놓고 박용진은 묻는다. 지울 수 있느냐고, 이길 수 있느냐고, 다시 사랑할 수 있느냐고. 이 시집은 두 개의 극성(極性)을 지닌다. 박용진의 체온 묻은 언어가 정교하게 구축한 시들은 다감하고 냉철하다. 울부짖다가 콧노래에 젖는다. 애원하다가 저주한다. 탄생의 고통과 죽음의 쾌락을 탄주한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나’를 낳은 아버지와 아이를 낳아서 아버지가 된 ‘나’ 사이에,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에 박용진은 변화무쌍한 시를 펼쳐 놓는다. 찬란한 극성(極星)이 하늘을 수놓는다. 박용진에게 다시 묻는다. 사랑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수평선 따라 뼛속 깊이 기울어”지는 그대여, 오늘은 “천천히 달빛이나 풀어놓”고 “슬금슬금 술잔이나 기울입시다”(「Kronos」). 그대가 나에게 선사한 사랑 한 잔이면, 울지 않고, 다른 사랑으로 옮겨 갈 수 있을 것이오. 출렁거리는, “까맣게 터질 것 같”은 “까만 울음”(「까만」)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지금, 그대의 비기(?記)를, 검은 발광체(發光體)를 펼친다. 방사(放射)되는 푸가가 들린다. 사랑에 절망한 자의 새 사랑이 시작되고 있다. 박용진은 철필로 살갗에 기록한다. 박용진의 시집은 삶이 부식시킨 과거를, 우리가 망실한 피붙이의 사랑을 되살리는 “술탄을 위한 문서 복원술”(「흥분의 역사」)이다.
- 장석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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