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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안녕

이곳의 안녕

파란시선-0029이동
이병국 | 파란 | 2018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0 리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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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58g | 128*188*20mm
ISBN13 9791187756262
ISBN10 11877562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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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증명」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다른 곳의 다른 곳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갈라진

최초의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된
한 뼘의 세계

불가능한 정리를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거짓의 논리처럼
무너진 토대를 걷는 칼날처럼

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리는 버스처럼
뜨거운 순간을
간결하게
감당하기로 한다

삶을 노출당한 이는
별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몸을 견디고 있다

증명할 수 없는 확률로 위로가 멀어진다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고스란히
오려진 한 뼘

나는 익숙하게 흐려진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

건널목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뒷모습이 전부인 다른 곳의
다른 곳 ***

「눈이 쌓여 눈이 녹고」

고기를 먹다 입술을 씹었다
탁, 하게 내 살점의 온기가
네 살점을 씹고

녹는다는 말이 아팠다

어린 몸은 자꾸만 자라서
힘주어 드잡이를 하고
오늘도 이곳에선 길고양이가 얼어 죽었다

어제 내 발자국 위에 몸을 뉘였던
삶이었는데

물끄러미
입안에 밴 것을 삼켰다

언 발 위 한 뼘
견디다 무너지는 변두리 골목

수군대는 낯빛이 부끄러워
고기를 뒤적이던 젓가락으로
싸락눈을 뒤집었다

살얼음이 낀 네 몸 위로
눈이 쌓여
눈이 녹고

눈이 자꾸만 물러
고요를 가두고 있다 ***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영등포역 롯데백화점,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거울 속에는 십오 년 만에 머쓱한 차림으로 표정을 풀고 있는 그가 있다. 어느 지점에서 상상하던 일을 멈추었는지 알 수 없지만 머릿속은 시간으로 붐볐다.

익숙한 그리움 속엔 아무래도 착한 아들이 되긴 글러 먹었다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가 있다. 얇게 언 논바닥을 미끄러져 가다 삐끗한 것처럼 몸이 기울었다. 조금 웃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건 부족함이 켜켜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앙공원 산책길을 나란히 걷다 보면 아무것도 한 거 없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착한 아들이 되고, 익숙한 불편 따위 흩어 내면 그만일 텐데 마주 잡은 손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견고하게 살아야 한다. 바퀴벌레를 처음 본 자취방 한 귀퉁이를 뜯어낸 목소리가 삼십 년 전의 골목에서부터 들려오는 듯도 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산 소시지가 목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한 저녁에는 엄마라는 말을 그림자처럼 생각했다.

두 개의 바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조금씩 휜 자전거를 타고 좁은 길을 지나갔다. 담벼락이 위태롭게 다가오면 책가방이 무거워 슬쩍 몸을 부딪치기도 했다. 흐트러진 옷을 펴면 일주일은 무사했다. 도시락을 챙겨 본 적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었다.

눈부신 햇살을 배경으로 삐걱대는 사진이 한 장, 겨울이 흩어져도 여전히 도착하지 않는 계절만큼 서툰 순간에 머물렀다. 나란한 얼굴들이 어색하게 활짝 웃고 있었다. 오자마자 가야 한다는 것을 그보다 먼저 알았던 것은 기다림의 무게였고

밀어내는 일은 없었지만 끌어안아 본 적도 없었다. 머물렀던 방들이 하나 둘 허물어져 가고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일이 반복될 때쯤 비로소 숫자들을 외워 본다. 쉽게 누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멸치를 볶고 잡채를 하거나 생선을 굽고 나물을 무치던 고소한 시간이 일 년에 두 번, 명절처럼 다가오면 낯선 풍경이 엘리베이터에 묶여 내려간다. 오늘이 일상으로 손을 흔든다. 어서 오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시집은 시간과의 사투를 기록한 ‘난중일기’다. 일찍이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고수가 있었지만 그런 방식으로 여유롭게 진지전을 택할 수 없는 어느 현대에, 흐름 위에서 놀며 싸우는 한 젊은 정신의 편력을 우리는 이 시집에서 목격할 수 있다. ‘fade away’, 희미해지며 달아나는 것들을 돌려세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어디서 생겨나는가? 닳아 가는 사물들의 각개전투에 일일이 응하는 ‘꼼꼼한’ 마음이 저 탈출 속도의 총합을 감당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그러나 무리 없이 회전하는 언어의 유장한 운용과 거기서 비롯되는 리듬감이 시간의 급소를 찔러 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을 마음의 운동에너지라고 해 볼 것인가. “녹는다는 말이 아팠다”(「눈이 쌓여 눈이 녹고」)라는 말이 아팠다. 슬쩍 우군이 되어 본다.
- 조강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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