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로그 - 전시와 책의 협업
이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명의 전시와 연계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전시도록이 아닌 독립된 단행본으로 기획되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지금까지 확보한 유물과 목록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 새로 촬영한 건축 사진과 그밖의 흩어진 자료들을 취합했고, 열화당에서는 김중업이 남긴 글들을 내용적으로 분류하고 새로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열화당은 1984년 김중업이 생전에 펴낸 유일한 작품집 『김중업: 건축가의 빛과 그림자』를 발행한 바 있다. 때문에 그의 건축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려는 전시 의도처럼, 책 역시 앞선 세대의 유산을 새로운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지금의 안목으로 다시 작업한다는 의미가 컸다. 34년 전 책이 작가 스스 로가 남긴 충실한 연대기적 서술이라면, 『김중업 다이얼로그』는 그 유산을 오늘의 연구자와 이미지 제작자, 전시기획자,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재구성한 것으로, 그 내용에 맞게 책의 구조와 만듦새를 결정해 나갔다.
건축 - 과거와 현재의 풍경
책은 크게 건축, 비평, 부록 세 부분으로 나뉜다. 중심을 차지하는 ‘건축’에는 김중업의 방대한 작업 중 31가 지가 엄선되어, 1956년부터 1988년까지의 연대기적 나열 대신, 건물의 성격에 따라 묶이되 비교적 느슨하 게 흐른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간인 ‘집’으로 시작해, 프랑스에서 귀국 후 작업한 대학 건물들, 한국 전통의 미를 조형적으로 구현한 주한프랑스대사관 같은 대표작들이 이어지고, 서울 도심의 고층 건물, 유토피아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업, 후기 미완의 프로젝트들을 지나, 그의 대표 유물이 모여 있는 김중업건축박물관으로 끝맺는다.
이 책은 건물 앞에 선 건축가, 과거와 현재 이용자들이 보이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삽입해 건물의 현상학적 상황을 드러낸다. 지금은 철거되어 다시 볼 수 없거나 규모가 큰 작업들은 입면도로 구조의 이해를 도왔고, 김중업의 기록과 객관적 정보를 균형있게 압축한 건축 설명문도 함께한다.
비평과 부록 - 객관적 자료와 분석
‘비평’ 부분에 실린 에세이는 김중업을 바라보는 4가지 시선으로, 완결된 연구라기보다는 다음 단계의 시작 을 여는 글들이다. 총론의 역할을 하는 건축역사학자 김현섭의 글 「신화를 넘어서: 김중업 건축 다시 보기」, 미술사학자 조현정의 글 「예술로서의 건축, 작가로서의 건축가: 김중업과 1950년대 한국 건축」은 이번 전시와 책에서 주목하는 김중업의 예술적 실천을 1950년대 문화지형도 안에서 밝힌다. 이세영 『한겨레』 정치부 기자의 「현 세의 비루함과 격투한 모더니스트: 김중업과 그의 시대」는 경제개발이 가속화된 1960년대의 사회?정치적 배경 속에서 한국 현대건축과 김중업 건축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고은미 김중업건축박물관 학예사의 「새로운 가치와의 공존: 김중업의 건축 유산과 현장」은 김중업 연구의 중요한 구심점이 될 박물관의 현황과 역할, 앞으로의 과제 등을 이야기한다.
‘부록’에는 전체 수록 건축물의 구조를 보여 주는 평면도와 배치도를 사진설명과 함께 순서대로 나열해, 건축 사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관련 정보를 독자들이 선택적으로 찾아보게 배려했다
모놀로그 - 건축가의 독백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0여 년 동안 그가 남긴 글, 대담, 인터뷰, 영상에서 발췌한 문장들은, 작게는 집에 대한 알뜰한 생각부터 당대 도시계획을 향한 날선 비판까지, 예술과 전통의 계승, 후세를 위한 격려, 건축가의 책무, 미래주의적 환상 등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김중업 30주기를 마무리하는 시 점에 나온 이 책이, 어느 페이지를 펼치든 각자의 자리에서 그를 하나씩 제대로 알아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