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성의 위기는 노동시장의 분절구조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이른바 노동 양극화 추세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 남성으로 구성되는 1차 노동시장의 노동자집단과,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와 여성 등으로 구성되는 2차 노동시장의 노동자집단 사이에 노동조건과 기회구조의 격차가 확대되며 노동자 연대의 물질적 토대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_ 8쪽, 프롤로그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은 단체교섭과 집단행동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상호부조와 친밀성의 연대공동체를 형성·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노동조합은 통상 사업장이나 직종, 고용지위 등에서 동질적인 조건을 갖는 노동자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결사체이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다른 지위의 노동자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노동자 연대를 구현하는 대중적인 조직인 노동조합은 본질적으로 배제와 차별이라는 원리를 동반하는 것이다. _ 43~44쪽, 1장 노동자 연대의 이론적 검토
다양하게 제기되는 위기론들을 종합해보면, 현재 우리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자계급의 고용지위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생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로의 전환 국면에서 국민 다수를 구성하는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고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득권 지키기’ 운동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_ 55쪽, 2장 노동조합운동의 연대성 위기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는 민주화 이후 재벌대기업 중심의 독식(獨食)경제체제를 제어할 만한 통제 능력과 정책 수단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개발연대와 마찬가지 기업들의 경쟁력과 투자 여건을 우선시하는 정책 담론에 사로잡혀 성장·분배 또는 경제효율·사회형평의 선순환을 구현하는 사회민주개혁모델을 도외시함으로써 결국 노동 양극화의 확대 재생산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_ 71~72쪽, 2장 노동조합운동의 연대성 위기
1997년 이후의 정치·경제체제하에서 노조운동이 약화되고 보수단체와 사이버시민활동을 포함해 시민사회운동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노조와 시민운동단체의 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실이 부실해졌다. 노동·시민사회 연대운동의 형해화 경향은 지난 20년 동안 그 연대활동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연대 강도의 약화와 사회적 영향력의 위축, 노조와 시민운동단체 간의 균열과 갈등 등에 의해 뒷받침될 수 있다. _ 99쪽, 3장 노동·시민사회 연대운동의 역사적 고찰
이번 분석에서는 비정규직 투쟁에서 적은 수의 투쟁 레퍼토리를 동원했을 때 교섭과 조직에 있어 좀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다시 말해, 동원된 투쟁 레퍼토리의 수는 내·외부 연대의 강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투쟁의 성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예상 밖의 분석 결과로 확인되는 것이다. _ 122쪽, 4장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승리 조건, 정규직과 시민사회와의 연대
학생모임과 사회단체, 일반 대학생·시민들의 연대활동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서울 지역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건설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준 버팀대 역할을 해주었을 뿐 아니라 막강한 지지의 압력으로 큰 도움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_ 150쪽, 5장 비정규직 조직화와 도덕적 연대
희망버스의 사례는 지난 20년 동안 급격히 쇠락해온 노동운동의 침체 상황에서 노동과 시민사회의 연대네트워킹이 위력적으로 작동하여 재벌대기업인 한진중공업의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저항하던 고립된 노동자 투쟁에 값진 승리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노동 위기를 타개하고 극복하기 위한 사회운동 차원의 활로를 찾는 데 유의미한 시사점을 안겨준다. _ 165쪽, 6장 노동·시민사회의 연대운동 네트워킹
노조운동의 조직적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을 맞이하여 노동자 연대의 실패와 좌절은 이 같은 외재적인 환경 여건에 의해 초래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위협적인 외부 조건들에 대해 이질적인 노동자집단의 운동 주체들이 상이한 주관적 인식·판단·실천전략을 고집해 탈연대적 관계를 확대 생산함으로써 귀결된 것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_ 233쪽, 7장 정규직·비정규직의 실패한 연대정치
연대의 정의에 대해 사전을 뒤져보면 “한 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침”이라는 뜻풀이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 역사를 통해 드러나듯 노동시장의 약자들이 권력자의 횡포와 ‘갑질’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함께, 그리고 우호적인 집단과 굳건히 뭉치는 노동자 연대가 현재와 미래의 노동자 삶을 좀 더 개선하려는 사회진보운동에서 반드시 실천되어야 할 전략적 지향이자 승리 조건이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_ 238쪽, 에필로그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