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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1년 여자만세

2041년 여자만세

김이연 | 답게 | 2018년 1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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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570g | 145*210*30mm
ISBN13 9788975742989
ISBN10 8975742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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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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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1. 누구세요

주민경은 대학 교수로 세상물정 모르면서 독신녀로 나이 들어 이제 학장의 물망에 까지 오른다. 어느 날 오후 교수실로 찾아온 CD 외판원 이현진은 동창생이라면서 고가의 상품을 권유한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에 없지만 오죽하면 여자동창을 찾아왔을까 하는 동정심에 오지랖 넓게도 자기 몫뿐만 아니라 만만한 후배 교수들한테도 소개한다. 오래된 동창생 수첩을 뒤져 그가 누구인지 찾아보지만 그 이름은 없다. 동창생 몇 명한테 수소문한 끝에 그와 사귀었다는 여학생을 알아낸다. 지금은 외국인과 결혼해 외국에 살고 있는 그 친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섹스를 맛있게 하는 남자여서 아직도 그가 그립다는 절절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주민경이 음악을 들으며 무료하고 외로운 금요일을 보내고 있을 때 이현진은 CD플레이어를 사들고 집으로 찾아온다. 주민경의 외로움이 음악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와의 조합이 잘 맞아 떨어져 천둥벼락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아직 그의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경의 몽롱한 시야에서 그는 벌써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다시 그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다른 친구한테 묻지만 애매한 답이다. 이십여 년 전에 죽었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그럼 대체 금요일에 왔던 그 남자는 누구일까. 그가 누구든 상관없다. 주민경은 그를 기다리며 그리워할 것이다.

작품2. 아들은 엄마의 눈물로 자란다

나는 스물여섯 살, 쉐프를 꿈꾸는 남자다. 고1때 이태리로 조기 유학을 떠나 부모가 기대한 음악공부는 던져놓고 요리에 빠진다. 일식집에서 부엌 바닥 쓸기, 그릇닦이, 야채다듬기, 생선 손질, 끝내 초밥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른다. 다음으로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요리를 자신 있게 만들기까지 9년이 걸렸다.기르던 개 보스턴을 안고 서울로 돌아온다. 집에서 반길 리 없다. 화려한 이력으로 H호텔 양식부 말단 조수 자리를 겨우 얻는다. 고기 덩어리를 빼돌리는 주방의 비리를 들춰내다 어디론가 끌려가 죽게 매 맞고 며칠 걸려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다시 출근한다. 정의를 믿어보지만 역시 그가 감당하지 못할 시련이 계속된다. 동료들의 심한 냉대 따돌림이 더욱 견디기 힘들다. 멍들고 찢어진 아들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는 엄마의 가슴은 피눈물로 젖는다. 손님이 없는 북한강의 어느 까페에 마주 앉은 모자는 말없이 주문한 음식이 다 식도록 강물만 바라본다. “너희 아버지가 묻더라. 네가 데리고 온 개는 언제 내보낼 것이며 그 꽁지머리는 언제 자를 거냐고.” 나는 그날 어머니의 뜨거운 눈물을 외면하고 집을 나왔다. 성공하기 전엔 절대로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 어머니의 눈물로 나는 독립할 것이고 잘 자랄 것이다.

작품3. 청설모

지리산 산동 산수유가 빨갛게 맺힌 여름 영주와 유진은 산행을 한다. 그들은 7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S그릅 신입사원 열 명중의 두 사람이다. 별처럼 빛나는 젊음은 사내에서도 밖에서도 눈이 부실 정도다. 두 번째 산행이다. 처음엔 신입사원 MT로, 이번엔 첫 번 산행을 기념하며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는 산행이다. 그러나 머리만 수재일 뿐 사랑의 몸짓이나 마음의 표현은 저능수준이다. 산장에 갇혀진 방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서로 다른 방을 얻는다. 좁은 텐트에서도 각자의 슬리핑 백 안에 들어간 채 밤을 보낸다. 둘 중 누군가 비정상이거나 바보거나.

“청설모는 말이지 잣을 좋아하지. 저 수놈이 교미를 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목숨 걸고 암놈을 쫓아다니다가 겨우 허락을 받게 되면 하루에도 대여섯 차례교미를 한다나. 땅에서 나무 위에서. 그러다가 암놈의 둥지에 입주하게 되는데 딱 스무날 동안이래. 암놈의 임신이 확인되는 날이래. 바로 그날 수놈은 그 둥지에서 쫓겨난다는 거야. 꼴도 보기 싫고 냄새도 싫고 시야에서 얼씬거리는 것도 싫다는 거지. 웃기는 애들 아니니?”

청설모의 웃기는 짓거리 때문인지 그들은 새벽 텐트 안에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얻는다. 산행에서 회사의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돌연 영주는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다. 유진은 영주의 고향 주소를 알아내 강원도 화전민 마을로 찾아간다. 그 곳에서 앞 못 보는 부모를 돌보고 있는 영주를 만난다.

“난 깨달았어. 한 시도 내 도움이 없이는 못사는 부모님께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청설모처럼 남자를 쫓아내고 혼자서 살아내는 일이 바로 내 일이란 걸 알았지. 섬세하고 정이 많은 유진씨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마.”
서로의 모습이 안 보이는 산모퉁이에서 돌아섰다.

작품4. 2041년 여자만세

애완동물처럼 귀여운 사내아이들이 넓은 뜰에서 꽃을 따고 있다. 모두 닮았다. 백 살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더니 손뼉을 친다.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가 바구니에 모았던 꽃을 할머니의 치마폭에 털어 넣는다. 그 때 멀리 문 쪽에서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유선형의 차가 날아오듯 미끄러져 나타난다. 차에서 어깨가 날개처럼 올라간 짧은 상의에 기다란 큐롯을 입은 여인이 내린다. 바쁜 걸음이 아닌데도 빠르다. 집 안에서 두 남자가 나와 여인을 맞이했다. 여인의 뒤로 2미터도 넘어 보이는 키 큰 청년이 기둥처럼 나타났다. 뭔가 중요한 행사가 있을 것 같다. 여인 5대가 살고 있는 집이다. 백 살 난 고조할머니 일흔다섯 살 난 증조할머니 쉰 살 난 할머니 지금 차에서 내린 서른 살 난 여인과 여섯 살짜리 딸이 살고 있는 집이다.

오늘 서른 살 난 여인이 세 번째 남편을 맞아 결혼하는 날이다. 신부감, 이 여인은 인간과 로봇의 중간으로 감정이 보일 듯 말 듯 차가운 느낌이지만 아름답다. XNA유전자를 가진 새 남자와 세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남편은 카레이서로 목숨 걸고 속도를 즐기는 남자였다. 우승트로피를 빼앗기고 아내의 운전기사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 번째 남편은 패션모델이자 가수로 이 여인이 남자 의상디자인에 재미를 붙였을 때 그가 유용했지만 이제 그 취미 생활에도 흥미를 잃게 되고 자연히 용도 폐기되고 만다. 그저 생활비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사내아이들이 꽃을 뿌리며 입장하고 그 뒤로 여인과 세 번째 남편이 입장한다. 그는 비행기 조정사자격증 뿐만 아니라 우주비행도 두 번이나 다녀온 남자다. 유전공학적으로 증명된 유전자 검사보고서를 받은 뒤 그의 사회적 이력서를 받아보았다. 그 뒤에 결혼자격이 확정된 인물이다. 어떤 경쟁자도 이 세상엔 없다.

“철이 든다는 것은 낡아가는 것이고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고 생명이 닳아가는 것이고, 그러니까 슬픈 일이지요. 이제 우리는 완전한 인간을 찍어낼 거예요. 집 밖에 살고 있는 저 많은 남자들을 보세요. 저들은 서로를 향해 화살을 당기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나 과녁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죠. 혼돈이고 혼합이에요.“

곧 영원불멸의 인간이 태어나며 그런 세상이 여자가 꿈꾸는 세상이다. 바로 여자 만세다. 그 때 사내아이들이 꽃을 뿌리며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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