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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거짓말

예술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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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12g | 130*188*30mm
ISBN13 9791161110233
ISBN10 11611102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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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이 얇은 창유리를 뚫고 나를 압박한다. 이 질문이 인파가 빽빽한 거리에서 나를 미행한다. 아침에 메일을 확인할 때마다, 컴퓨터 화면의 익명성 속에서 새빨간 잉크로 쓰인 그 질문을 읽게 된다. 그 질문이 안온한 메일들을 활활 불태운다. --- p.52

밤늦게 가족들이 각자 적절한 침대에서 잠이 들면, 피카소는 살금살금 기어 나와 자신만의 비좁은 층계에서 발밑의 냉기를 느낀다. 차갑고, 가족들이 밟고 다니는 널찍한 나무 널판처럼 위로가 되지 않는다. 차갑고, 믿을 수 있는 거짓말처럼 위로가 되지 않는다. 견고하고, 정직하고, 사적인 냉기다. 그녀는 지절거리는 습한 말소리에서 떨어져 있다. 거짓말을 하라는 공모의 압박에서 벗어나 있다. 진실이 작은 조각들로 잘라져, 불타고, 불타고, 또 불타는 환상의 아궁이. --- p.80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 사포가 말했다. “그리고 절대로 교회에 알리지 마라.” --- p.100

모두가 같은 말을 할 때 시인은 더이상 말할 수 없다. 언어는 차이를 먹고 살 때 풍요로워진다. 차이가 없으면 풍요도 없다. 죽은 자들은 서로를 구분하지 못한다. --- p.118

정체성을 잃은 후로, 현대를 지배하는 가장 무서운 공포는 섹슈얼리티의 상실이다.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섹스하고, 고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p.127

나는 분주한 거리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잊은 사람처럼 발길을 멈춘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잊었다. 그림들, 일상의 도색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법을 잊었다. 이 지금, 예술가가 획득할 수 있는 자질, 내가 보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나 보이는 그것. 이 지금, 그 자체, 새로운 것의 충격도 아니고, 익숙한 것이, 갑자기 보이는, 그 충격. --- p.165

그러나 나는 비행을 꿈꾼다. 천사들처럼 날아가기를 꿈꾸는 게 아니라, 치졸한 이 모든 현실을 떨치고 날고 싶다. 나라는 왜소한 존재. 매일의 자살에 대항하는 날개의 도상학圖像學. --- p.208

인간을 다른 동물들로부터 구분하는 유의미한 특징은 두 가지다. 과거에 대한 관심과 언어의 가능성. 이 두 가지가 조합되어 세 번째 특징이 생겨난다. 바로 예술이다. 존재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도시. 예술은 의례에 불과한 고고한 허세를 넘어, 정치적 삶의 극적인 계책들을 넘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좋든 싫든 남는다. 파괴되지 않고 현재형으로 남아 있는, 영원히 흘러가버린 시간. --- p.248

처벌이 따르지는 않으나 삶의 본질을 대가로 요구하는 범죄로부터 도망치느라 소모한 그의 삶. 그의 내면에는 죽은 곳이 있었으나 이성으로는 결코 그것을 깨울 수 없었다. 로프로 둘러쳐져 사랑이 찾아올 수 없었던 무덤. 책들, 그림들, 그토록 큰 의미로 다가왔던 음악에 대한 열정,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얼굴, 그는 언제나 그 앞에서 심장을 유보했다. 감정이 소스라쳐 깨어날까 두려워 그는 날마다 마음속에서 감정을 죽였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고 전제한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친 매일의 자살. --- p.322

헨델: 너무 늦었을까요?
피카소: 너무 늦지는 않았어요.
사포: 말은 사랑으로 되돌아와요.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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